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있는가.

우리 모두에게는 ‘하고싶은일’ 이 있다.
사실은 그게 정상이다.
누구에게나 직업이 아닌, 돈 버는 일과는 상관이없는 자기가 하고싶은 일이 있는
법이다.
그 하고싶은 일이 ‘자기를 실현하는’ 가장 자연적이고 적극적인 방편이기 때문이다.
하고싶은 일에는 직업에서 얻지 못하는 성취감과 만족, 그리고 행복이 있다.
나도 직장에 다니는동안 꼭 하고싶었지만 마음껏 하지못한 일이 있었다.
그게 ‘바다낚시’ 였다.
워낙 시간이 많이소요되는 일이기 때문에 직장에 있는 동안에는 원하는 만큼 바다에
나갈수가 없었다.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일은 집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일 이지만 바다낚시는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늘 언젠가는 마음껏 바다낚시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오기를 고대하며 살았다.

직장에서 정년퇴직한후 나는 곧 바다낚시에 심취했다.
조력(釣歷) 30여년 이상의 베테랑친구 다섯이 팀을 만들었고 섬에있는 어선한척을
전세내다싶이 이용하면서 한번 바다에 나가면 2박3일을 배에서 내리지 않고 낚시를
했다.
정말 원도없는 낚시였다.
동이터서 해가 질때가지 식사시간을 빼고는 계속 낚시만 했다.
선장이 혀를찰 정도로 어획량도 엄청났으며 낚시재미는 더 비교할수 없을만큼 우리를
사로잡았다.
그러나, 3년이 지나자 한두사람씩 탈락하기 시작했고 결국은 5년을 못 넘기고 더 이상 바다에 나가지 못했다.
이유는 단 하나, 체력이 문제였다.
바다낚시는 민물낚시에 비해 장비와 체력에서 훨씬 부담이 크다.
시간이 없을때는 체력이 넘쳐났지만 시간이 주어지니 체력이 달려서 그렇게 좋아하는
낚시를 못하게 된 것이다.
하고싶은 일도 ‘때’ 가 있다는 것을 그때 절감했다.
정말 받아들이기 어려운 아이러니 였다.
지금은 손때묻은 낚시 장비들을 어루만지면서 크게 위안을 받고 있을 뿐이다.

‘생애 선택자유’ 라는 개념이 있다.
유엔지속가능위원회가 발표한 ‘세계행복지수’ 에서 언급된 개념이다.
생애선택자유를 측정하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당신은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있는가’
우리나라는 세계 158개국을 대상으로 3년간에 걸친 조사에서 47위였다.
행복지수 개발연구를 담당한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병희 교수는
‘원래 이 문항은 정치,경제적 어려움으로 진로선택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저개발국가
를 위한 것이다.
따라서 정치, 경제적으로 앞서있는 우리에게는 물질적,신체적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자유가 부족한 질적인 문제‘ 라고했다.
우리에게는 왜 선택의 자유가 부족할까.
한 4년제 대학에서 졸업을 앞둔 학생 37명에게
‘앞으로 하고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가’ 라는 질문을 했다.
34명이 ‘아니다’ 라고 답했으며 그 이유로는
‘하고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른다’ 였다.
하고싶은 일이 없다는 것과 모른다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문제다.

한국직업개발원에서 펴낸
‘교과서의 일-직업관련 내용분석연구’를 보면 고등학교 교과서 16종에 등장하는
직업명은 1140개에 달하지만 이중 1100여개의 직업은 10회 미만으로 등장하는 반면
나머지 40여가지 직업군이 반복제시되고 있다.
1100여개 대신 40여개만 반복제시 되는 것은 전문가와 관리자에 해당하는 직업으로
의 ‘쏠림현상’ 이 나타난 것이다.
그만큼 선택의 폭이 좁혀지고 있다.
교과서의 반복제시되고있는 직업이 한정적인 것은 진로교육의 목표가 ‘진학’ 에만
있기 때문이다.
진로지도 교육이 곧 직업교육이 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꿈은 심어주지만 그 꿈의 종류는 이미 정해져 있다는 뜻이다.
이 폐단이 대학졸업반에 가서는 ‘하고싶은 일을 모른다’ 는 대답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있다, 없다의 대답은 내용을 아는것이고,
모른다는 대답은 무지하다는 뜻이다.
하고싶은 일을 모르는 인생을 진정 한 인간의 ‘인생’ 이라고 정의할수 있겠는가.

선택의 폭을 좁히는 요인은 또 있다.
베이비붐세대를 보고 자란 젊은세대 에게 ‘직업의 안정성’ 은 가장 중요한 직업선택
기준이 된다.
2015년 통계청조사를 보면,
15-29세 청년들이 가고싶어하는 직장은
국가기관 28%, 대기업 22%, 공기업이 13%로 그 뒤를 이었다.
가장 큰 공통점은 상대적으로 고용안정성이 높다는 점이다.
즉 우리사회에서는 진로는 곧 직업을 찾는 일이고 직업은 가급적 경제적 안정과
미래를 보장하는 것 이어야 한다.
자기의 적성에 맞는일이 아니라 자신이 진로에 맞춰 찾아가는 것이다.
한 고등학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진로에 대한 조사를 해 본 결과 교사가 되겠다는
학생이 30%가 넘었다.
그 이유는 ‘안정적 직업’ 이기 때문이 우선이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자기적성에 맞아서 라는 대답은 없었다.
자기가 자기의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직업이 자기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하고싶은 일이 직업이 될 수 없는 사회적 여건도 심각한 수준이지만 스스로 자기
진로를 선택하지 못하는 학생들 에게도 문제가 있음은 더 말할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대학을 졸업한후 직장에 다니고 있는 젊은이들은 어떠한가.
‘요지음 젊은이들이 원하고있는 것은 무엇인가, 하고싶은 일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원하는게 별로없다.
나도, 친구들도 무엇인가 꼭 하고싶다던가, 반드시 뭐가 되고싶다던가 그런게 없다.
취업이 힘들기 때문에 어디든 들어가기만 하면 다행이지싶다.
그 이상은 바라지도 않는다.‘
일류대학진학-대기업취업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학원에서 학원으로 내몰린,
사육된 세대의 처량한 대답이다.
공교육이 붕괴된 자리에서 ‘교육’ 이 실종된 참담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제 ‘청운의 꿈-靑雲-큰 일을 이루려는 꿈’을 가진 청년은 없다는 의미다.
모두가 도토리 키재기처럼 오직 ‘취업’ 만을 위해 자기가 하고싶은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난쟁이들이 되었다.
여기에 손바닥만한 모니터만 들여다 보는 축소지향형 인간이 더해진 것이다.
국가의 미래가 ‘정상적인 교육’ 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보다 더 큰 위기는 따로
없을 것이다.

사람이 살고있는 이 세상에는 값으로 환산할수 있는일이 있고,
값으로 환산이 안되는 일도있다.
그게 ‘가치’ 다.
가치는 일의 중요성이나 의의, 의뜻이며,
사람이 마땅히 규범으로 받아들여야할 옳은것이나 바람직한 것이다.
자식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은 값이 아니라 가치다.
다른사람들을 위한 봉사나 희생도 마찬가지다.
한 인간이 가지는 ‘하고싶은일’ 은 값이 아니라 가치의 범주에 드는게 사실이다.
오직 밥만먹고 편히 살기위해 안정된 직장만이 인생최고의 목표라면 축생과 크게
다를 것도 없다.
인간은 그 이상의 정신적, 영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철학과 종교의 세계가 그것이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스스로를 점검해 봐야한다.
지금 내게는 ‘하고싶은 일이 있는가’ 또 그일을 하면서 살고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정직한 대답이 곧 지금의 ‘나’ 임을 알아야 한다.
‘모든사람은 자신이 진정으로 소망하는 것을 결국은 가질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개미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말이다.

그렇다고 절망적인 얘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결혼한지 6개월된 33세의 김승기씨는 22평형 아파트에 살고있는데 방 하나를
자기의 ‘동굴’ 로 꾸몄다.
영화에서 본대로 ‘남자의 방’처럼 푸른색 페인트를 칠했고 총각시절부터 수집해온
레고블럭과 시계, 술병, 책들을 가득 진열했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mancave-남자의 동굴이라 불리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어떤 회사원은 작은공간에 자기가 좋아하는 온갖 공구들로 채웧고,
또 어떤 젊은이는 현관바로 옆방을 ‘홈 시어터 룸’ 으로 꾸몄고 빔 프로젝트
스크린에 가슴까지 떨리는 오디오 사운드는 물론 방음벽도 시공했다.
각종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현대인에게는 혼자 쉴수 있는 ‘자기의 동굴’ 이 필요
하다.
자기가 하고싶은 일을 아는사람은 자기의 공간을 만들 수 있지만 그걸 모르면
‘피난처’ 도 만들지 못한다.

나는 이발관에 가 본지가 너무 오래되어 그게 언제였는지도 모른다.
늘 동네목욕탕에 딸린 ‘이발실’에서 커트만 하기 때문이다.
지금 내 머리를 커트해 주는 이발사도 벌써 15년째 단골이다.
그의 얘기,
‘나는 어려서부터 이발관에서 일했기 때문에 그 사람의 머리만 봐도 많은 것을 알수
있다.
그런데 근자에는 아주 젊은 사람들까지 탈모현상이 심하고 특히 원형탈모가 많다.
머리가 빠지는 원인중 으뜸이 스트레스다.‘
정보의홍수, 빨리빨리중후군. 언제 잘릴지 모르는 직장에서의 노심초사, 전같지않은
가족관계, 모든게 돈으로만 환산되는 사회생활 모두가 스트레스다.
그래서 그것들과는 무관한, 값에서 해방되는 자기의 ‘가치세계’ 가 절실하다.
‘남자의 동굴’ 도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다.
내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가장 하고싶은 일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자.
거기에 새 길이있고, 또 다른 풍요로운 삶이 있음을 발견해야 된다.

왜 사는지를 아는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안다.-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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