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모두의 숙제.

우리나라에서 집단거주형태로 아파트단지가 시작된 것은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지은 마포아파트단지가 그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게 1964년의 일이다.
지금으로부터 52년전의 일이니 두세대가 지나기도전 국민의 60%이상이 아파트에
사는 대격변이 일어난 것이다.
정말 ‘다이나믹 코리아’ 의 진 면목이다.
독립주택에 비해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현대식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각종 편의시설로
사람이 편리하게 살 수 있는 구조적 요인이 있는게 사실이다.
거기에다 부동산 으로서의 가치도 대단했다.
지금까지도 전매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아파트는 부의 축적을 위한 수단
으로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것도 사실이다.
지금은 다시 단독주택으로 옮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지만 그건 이미 옛날의
단독주택이 아니다.
아파트보다 더 쾌적한 생활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주거문화도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얘기다.

인구의 절반이상이 아파트에 살고있다면 이미 그 규모는 엄청난 것이다.
서울에만도 840개 이상의 아파트단지가 있으며
인접한 일산아파트단지는 외국관광객이 찾는 코스가 된지 오래다.
어떤 나라에도 그런 대규모의 아파트단지는 없기 때문에 구경거리가 되는 것이다.
전국적으로는 15,000여개의 아파트단지 있으며
이미 그중 46%는 지은지가 오래되어 변압기노후로 정전사고가 자주 일어나고있는
정도다.
전국 아파트단지에 설치, 운용되고있는 엘리베이터도 50만대가 넘고있으며
아파트단지의 경비원 숫자도 25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아파트 관리소장의 자격증 소지자도 5만명을 넘은지 오래다.
짧은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사는 공동주택이 급증하다보니 노하우의 부족으로
아직은 제대로 된 매뉴얼도 미비한 상태다.
따라서 크고작은 문제들이 계속 생기고 있는 것은 예상했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소음(騷音)은,
불규칙하게 뒤섞여 시끄럽게 들리는 소리다.
‘소음은 창의력을 죽이며 이성을 마비시킨다’ 는 말이있다.
소음은 그만큼 인간에게는 치명적인 해악을 끼치는 대상이다.
아파트라고 하는 집단거주형태가 등장한이래 새로 생긴 단어가 ‘층간소음’ 이다.
층(層)은,
위로 포개지은 건물에서 수평으로 같은 높이의 켜를 아래로부터 세어올라가는
말이다.
일층과 이층이 그것이며 층간은 일층과 이층의 사이를 말한다.
따라서 층간소음은 이 사이를 두고 발생하는 위, 아래층의 ‘견딜 수 없는 나쁜소리’
인 것이다.
층간소음은 생활환경에 대해 치명적인 가해자 이며,
일층과 이층이라는 공간적 배치는 모두가 이 소음에 대해 가해자 이자 피해자가
되는 이중성을 가진다.
층간소음문제가 풀기어려운 숙제인 것이 바로 이러한 속성 때문이다.

환경부 ‘층간소음이웃센터’ 에 접수된 민원은 2012년 7000여건에서
2015년 1만5천600건으로 두배넘게 증가했다.
아파트 거주자들이 늘어난 것도 하나의 원인이지만 그보다는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층간소음’ 에대해 더 예민해지고 피해의식이 커진것도 사실이다.
대표적인 층간소음으로는,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것,
가재도구를 옮기면서 생기는 소리,
청소기등 가전제품이 가동하는 소리,
문을열고 사는계절의 TV볼륨.
아래층의 담배연기가 위로 올라오는 경우,
악기등의 소리가 아래로 내려가는 겅우,
역한 음식냄새,
그리고 참기어려운 개짖는 소리등이다.
최근에는 윗층의 소음을 견디지 못한 일부가 한쪽방향으로만 소리가 나가게 설계된
스피커를 천장에 부착, 위층을 괴롭히는 사례까지 있다.
층간소음 문제가 이미 어떤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는 위험한 증거다.

이제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은 급기야 빈번한 ‘살인’ 으로까지 비약하고 있다.
무섭고 두려운 일이 아닐수 없다.
언론에 공개되는 것은 사실 빙산의 일각이다.
얼마나 많은분쟁이 얼마나 많은 수단과 방법으로 일어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떤 사회적현상이 인간에게 가해지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경험과 연구로
만들어 지는 ‘메뉴얼’ 이 있어야 한다.
물론 지금도 아파트에는 ‘공동주택관리규정’ 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것이 층간소음에 따르는 세부적인 문제들을 해결할수 없는 것은 규정
자체가 내용면에서 너무나 포괄적이기 때문이다.
아직 두세대가 채 지나지 않았으니 충분한 노하우도 부족하다.
다른 하나는 각 아파트단지가 이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하려는 의지가 부족한점이다.
여기에는 전문인력의 부족이 큰 원인이 된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은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중재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층간소음문제를 법적으로 대응하는 케이스에 대해 알아보자.
참을수 없이 계속되는 층간소음은
민법제75조 불법행위에따른 손해배상청구로 민사소송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가해자의 책임이 인정되려면 사회통념상 참기힘든 정도의 소음이 발생해야
하고 원고는 그 사실을 증명해야 된다.
예를들어 주간 45데시벨 이상,
야간 40데시벨 이상이 되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증명해야 된다.
이게 쉬운일인가.
또하나는 층간소음발생이 아파트공사의 시공이 잘못된 것을 전제로 건설회사에대해
하자담보책임을 추궁하는 방법이 있다.
이 경우 시공이 잘못됐다는 하자부분을 원고가 입증해야 된다.
만약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켜 승소한다 해도 가해자가 변상해야 하는 범위는 통상
발생하는 손해를 그 한도로 인정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느끼는 주관적이고 정신적인
고통에 대해서는 100%의 보상이 될 수 없다.
결국 층간소음에 따르는 소송문제는 그게 결정적인 수단이 될수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층간소음문제는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거의 모든세대가 매일 겪고있는 고통이다.
따라서 이 심각한 문제를 해결할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건설회사들이 아파트를 지을 때 구체적인 공사 ‘시방서’ 에 법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다.
즉, 층간의 바닥공사를 더 두껍게, 더 과학적으로, 소음을 흡수할 수 있는 소재와 시공법을 강제하는 것이다.
그동안에 지어진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층간소음문제는 정부의 개입보다는 건설비를
아끼려는 건설업자들의 농간이 컸다고 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층간소음관리사’ 제도를 도입, 전문조정인력을 빨리 키우는 일이다.
층간소음문제를 해결해야하는 바탕에는 우선적으로 정부의 이런 조치들이 가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하드웨어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소프트웨어는 그 다음의 일이다.

윗층의 입주자가 바뀌었다.
다음날, 좋은인상의 젊은엄마가 아래층집을 방문했다.
큰 접시에 먹음직스러운 떡을 가득 담아가지고 왔다.
‘우리집에는 천방지축의 아린아들 둘이 있습니다.
늘 주의를 주겠지만 가끔이라도 뛰어다니는 소음이 생기면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말 가끔은 대단한 소리가 나기도 한다.
그때마다 그 젊은엄마는 아랫집에 전화로 미안하다는 말을하고 애들을 꾸짖어
뛰어다니는 것을 멈추게한다.
분명히 먼저 살던집 보다는 소음도 크고 자주 들리지만 아랫집은 너그럽게
기다릴줄 알게됐다.
층간소음에는 불같이 화를내던 영감님의 입에서 뜻밖의 말씀이 나왔다.
‘뭐, 애들 기르는집이 다 그렇지……’
도대체 이 놀라운 변화는 어디에서 오는것일까.
그게 ‘소통’ 의 힘이다.
그 젊은엄마는 그동안의 경험으로 그 비밀을 알고있었던 것이다.
아랫집도 별미가 생기면 윗집으로 가지고 올라갔다.
옛날에는 담 넘어로 음식이 오갔지만 지금은 층간으로 오가는 것이다.
이웃이 된다는 것,
그보다 더좋은 해결방법이 달리 또 있겠는가.

한때 ‘로얄층’ 이라는 말이 있었다.
아파트의 중간층부분을 그렇게 불렀다.
우리부부는 지금 13층 아파트의 꼭대기 끝집에 살고 있다.
중간에 계단이 있기 때문에 위로도, 옆으로도 연결된 세대가 없다.
그래서 우리집에 와 본 사람들은 ‘절간’ 같다고 한다.
여름에는 조금 더 덥고, 겨울에는 난방비가 좀더 나오지만 우리는 어떤 불평도없다.
오래전 미국인 친구들에게서 아파트의 꼭대기 끝집이 가장 좋다는 정보를 얻었기
때문에 지금의 선택이 가능했다.
우선은 꼭대기층의 끝집을 선택하는게 현명한 일이다.
그러나 모두가 그럴수는 없다.
결국 ‘층간소음문제’를 해결하는 가장좋은 방법은 위,아래층이 ‘소통하는이웃’ 이
되는 것이다.
이웃이되면 이 심각한문제도 저절로 물러간다.

우리집 바닥이 아랫집에는 천정이다.-yrowon.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