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집엔 정년퇴직을 코앞에 둔 나이많은 남편과 밥만 먹으면 자기방에 틀여
박히는 30이넘은 백수아들, 그리고 그 백수를 만드느라 지치고 겉늙은 나, 이렇게
세식구가 살고 있다.
겉으로 봐서는 세식구의 단란한 가정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세 식구는 이미 오래전부터 대화가 거의없고, 집안 분위기는 침울하며
웃음소리가 사라진지도 오래된다.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우리의 모든 것을 투자한 아들이 백수가 됐기 때문이다.
30이 넘은 아들은 취업, 연애, 결혼을 모두 포기한 상태로 제방에만 박혀있다.
열등감 때문에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도 만나지 않고,
집안에 행사가 있어도 참석하지 않는다.
나를 가장 가슴아프게 하는 것은 나날이 아들의 모습에서 폐인이 돼가는 조짐들이
보이는 사실이다.
그건 정말 견디기 어려운 일이지만 나로서는 어쩔수 없는 일 이기에 더 안타깝다.
내가 매일 끊임없이 하는 질문이 있다.
우리집이 왜 이렇게 됐는가.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일이 어긋나기 시작한 것이며 그것은 어떻게 진행되었는가.
그리고 30이 넘은 아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며 아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다시 일어설수 있는가 하는것들이다.
매일같이 스스로에게 질문해 봐도 대답은 없다.
사실 대답이 있을수 없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렇게 끝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현실은 현실이다.
이 침울하고 어두운 집안분위기는 일신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남편이 퇴직하면 우리부부는 준비없는 노년을 맞아야 하고 아들은 기댈수 있었던
마지막 언덕을 잃게된다.
그래서 그 다음일은 생각하기도 싫다.
그건 너무나 거대한 벽이고 지금의 우리로서는 그벽을 넘어갈 기력이 없기 때문이다.
백수가 있는 수많은 가정의 사정도 비슷할 것이다.
원인도 결과가 같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이일의 시작은 내게있다.
반드시 먼저 깊이 생각해야할 일들을 회피한채 시류를 따른게 가장 큰 원인이다.
다른 하나는 아들의 장래를 어린아들의 입장이 아니라 내 입장에서 설계한 잘못이다.
그렇게 수많은 엄마들이 가는길에 합류, 비판과 판단, 분석없이 그들을 따라갔다.
이미 초등학교에서 최종목표는 정해졌고 오직 그 목표를 위해 정신없이 뛰었다.
학원에서 학원으로 짐승몰듯 애를 몰아갔고 사교육비가 모자라면 알바도 서슴치
않았다.
입시설명회에 따라 다니느라 지쳤고, 제대로 된 옷가지 하나 사입지 못한채 대학문을
향해 모든 것을 희생했다.
그리고 아들은 대학에 합격했다.
진실을 알게된것은 대학을 졸업한 아들의 취업이 원하는대로 안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였다.
아들은 서울에 있는 대학을 나왔지만 일류대에 밀렸고, 인문계열의 취업이 상대적으로 더 어렵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눈높이 때문에 건실한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아들을 보면서 ‘엄마의계획’ 이 완전히
실패했음을 알게됐다.
내게 대학졸업은 ‘간판’ 이었다.
사회가 그걸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집의 모든 것을 투자해서 따낸 간판이 전혀 쓸모없는 것임을 알았을때,
나는 깊이 좌절했고 남편은 한탄했다.
내가 저지른 가장 큰 잘못은 내아이, 자식을 살펴보지 않은점이다.
자식을 관찰했어야 했다.
공부를 즐기고 잘 하는 애들도 있고 공부가 재미없는 애들도 있다.
어떤애는 군인이 되는게 알맞고,
또 어떤애는 장사꾼이 되는게 옳을수도있다.
모두가 꼭 대학에 갈 필요도 없는 것이다.
인간은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일을 할때가 가장 행복하고 돈도 벌 수 있다.
그때는 이 사실을 몰랐다.
내 아들의 천부-하늘이 주신 재간을 생각해 보지않고 내 설계대로 몰아간 것이다.
일류대를 나와도 취업이 어려운때인데 이류, 삼류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서른이 넘은 백수아들을 볼때마다 연민과 함께 자책을 느끼는 것은 결코 나만의
고통은 아닐 것이다.
경험은 돈으로 살수가 없다.
그리고 그 경험안에는 수많은 비밀과 지혜가 숨어있다.
이제나는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고 무지했으며 부족했는지를 깨닫고 있다.
가슴을 치고 후회해도 지난간 시간은 되돌릴수가 없다.
그래서 어린자식들과 함께 막 사고를 치려고하는 엄마들에게 내 얘기를 하고싶다.
귀있는 사람은 알아들을것이고 크게 참고할수 있을 것이다.
먼저 백수가 뭔지 제대로 알아야 한다.
엄마의 모든 노력과 집안의 돈을 다 긁어다 대학을 졸업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가 백수다.
계속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용돈도 줘야하는 집안의 애물단지다.
시작이 잘못되면 결과는 단 하나,
집안에 백수를 하나 만드는 것이다.
한번 백수가되면 그 백수를 면하는 길은 아주 어렵다.
심한 경우 백수로 늙을수도 있다.
다른 하나는 백수가 된 책임은 절대로 남에게 전가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며
끝까지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
먼저, 내 자식이지만 애들을 아주 잘 살펴봐야한다.
학문하는 길로 나아가 교수가 될것인가.
아니면 군인의 길이 맞는 것은 아닐까,
그도 아니면 의사나 변호사도 생각해 봐야한다.
특히 애들의 세대는 IT의 시대다.
그 방면에 소질이 보이면 주저없이 그쪽으로 밀고나가야 한다.
그게 어느 길이든,
타고난 바탕이 제일중요하다.
그걸 천부(天賦-하늘이 주신 재간,재주) 라고 한다.
그것만 제대로 찾아내도 이미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따라서 평소에 애들을 유심히 관찰해야 하고 잘 살펴봐야 한다.
시간이 흐르면 아이가 타고난 바탕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때 지체없이 그것을 낚아채야 한다.
그게 그 아이가 평생 가야할 ‘자기길’ 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가 남들을 따라가지 말아야 한다.
애들이 서로 다르듯, 그리고 그 진로가 서로 다르게 결정되었다면 모두가 똑같은
길을 간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웃집 애가 다닌다고 우리집 애까지 같은 학원에 다닐 이유는 없다.
그렇게 낭비되는 돈도 절대 무시못한다.
또 하나는,
우물안 개구리가 되지말고 외국으로 눈을 돌려보는 것이다.
이미 우리 청년들은 정부의 주선으로 여러나라에 취업하고 있다.
2015년기준, 67개국에 2903명이 해외에 취업했다고 하며 금년 7월에만도 516명이
떠났다.
인터넷만 열어도 정부와 민간의 주선기관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월드잡풀러스, 코트라의 해취두게더가 대표적이다.
학원을 모두 나쁘다고 볼수는 없다.
미친여자 떡 돌리듯 하지말고 한두곳, 아이와 직결되는곳에 집중하는게 옳다.
그야말로 그 하나의 우물에 집중투자, 전력투구 하는 것이다.
비용대 효과에서도 그 방법이 가장좋다.
경쟁력도 그 다름에서 나오는 것이다.
아들이 백수가 되기까지 내 생활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여자로서 내 일생이 없어진 셈이다.
그 잃어버린 허망한 시간은 보상받을 길도없다.
모자라는 교육비 때문에 알바를 하면 안된다.
그럴 이유도, 원인도 없다.
친구들과 함께 맛있는것도 사 먹고, 영화도 보고, 옷도 사 입어야 한다.
아들의 인생을 엄마가 대신 살아줄수는 없는 것이다.
지금 내게있어 매일매일 백수아들을 두 눈으로 봐야하는 것은 차라리 고문이다.
이제 가슴을 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아직도 수많은 엄마들이 애들과 함께 뛰고있는 모습을 보면 거기에 어제의
내 어리석은 모습이 있다.
절대로 그렇게 살면 안된다.
그 끝이 너무 허무하고 슬프기 때문이다.
그렇게 잃어버린 세월은 그 무엇으로도 되돌릴수가 없다.
반드시 명심할 일이다.
내 친구중엔 성공한 케이스도 있다.
아들이 일류대를 졸업, 대기업에 취업했으며 높은보수와 함께 좋은규수를 만나
호텔결혼식을 했으며 큰집에서 큰차를 타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전혀 행복하지가 않다.
아들과 며느리는 용도폐기 된 엄마에게 문안전화도 안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게 절대로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세대는 모두가 그런 사고방식이다.
닭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격 이라는게 바로 이런 경우다.
‘내가 너를 어떻게 길렀는데’ 는 비참한 넋두리일 뿐이다.
죄가 있다면 아들은 키워 며느리에게 헌납한다는 사실을 몰랐을뿐이다.
그래서 모든 엄마들은 ‘자기의 삶’을 지킬줄 알아야 한다.
자기생활이 분명하면 절대로 자식에게 올인하지 않는다.
고등학교 졸업때까지, 대학졸업때까지 라는 선을 그어놓고 사는게 옳다.
그래야 자식도 스스로 독립할수 있다.
그게 부모도 자식도 사는 길이다.
다큰 애에게 밥을 떠 먹이면 커서 제밥도 찾아먹지 못한다.
그렇게 키우면 안된다.
지금 내게는 큰 근심거리가 있다.
남편의 정년퇴직이 코앞인데 애와함께 뛰어 다니느라 우리의 노후준비를 못한게
그것이다.
있는돈은 전부 학원에 쏟아부었으니 남은건 다 낡은 집한채뿐이다.
턱없이 모자라는 국민연금으로는 일상을 살수가 없다.
그래서 남편과 나는 다시 어떤 일이든 시작해야 한다는 얘길 하고 있다.
그렇다면 저 백수는 어떻게 할것인가.
거기까지 생각하면 가슴이 터질 것 같다.
지금으로서는 실낱같은 희망도 보이지 않기에 더 처참해진다.
시작이 잘 돼야 결과도 좋은것인데 나는 그 사실을 몰랐었다.
그게 화근이었다.
처음선택이 잘못되면 그 결과는 큰 벽이되어 우리를 가로막아 선다.
이제 모든 엄마들은 더 지혜로워져야 하고 더 현실적이 돼야한다.
자기애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시류를 따라가면 그 끝은 낭떠러지다.
우리가 정복해야 할 것은 산이 아니라 우리들 자신이다.-yoro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