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노부부.

우리부부는 주변사람들로부터 거의 비슷한 얘기를 자주 듣는다.
-두분은 정말 행복하게 사신다.
-두분은 아주 특별하고, 멋지게 사신다.
-우리도 늙어서 두분처럼 살려고 노력한다.
우리부부가 겉으로 그렇게 보인다는 것은 우리가 사는 모습이 그렇게 보였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행복한 노부부일까.
우리 두 사람은 크게봐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난 5월에 금혼식을 기념했으니 결혼후 50년을 해로하고 있는셈이다.
결코 짧은기간이 아니다.
우리에게도 여기까지 오는동안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노후생활을 하는 지금
그 모든 것을 극복하고 남들이 보기에도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것은 크게 감사할
일이 아닐수 없다.
지금 우리 노부부는 크게 부족한 것이 없이 안정적인 여건속에서 하루하루를 충실
하게 살고 있다.
그래서 다른사람들 눈에 ‘행복한 노부부’ 로 보일 것이다.
우리 스스로도 우리가 상대적으로 행복한 노부부임을 알고있으며 이점 늘 감사하고
있다.

행복한 부부가 되기위해서는 반드시 내,외적인 조건들이 있을 것이다.
그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고는 행복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 그 내,외적인 조건들을 살펴보는 것은 스스로를 되돌아 보는 의미와함께
앞으로 노후를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참고가 되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체험과 경험은 반드시 ‘시간’이라는 공간적 조건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돈으로는
살수가 없는 귀중한 자산이 된다.
나이많은 사람들의 진솔한 얘기가 소중한 이유가 그 때문이다.
행복한 노부부가 되기위한 외적인 조건의 첫째는 무엇일까.
그게 건강이다.
살아보면 알겠지만 길어진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특히 나이가들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기력이 약해지기 때문에 질병에 붑잡힐 확률이
커진다.
그래서 더더욱 ‘관리된건강’ 이 절실히 요청된다.
이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할 것이다.

거개의 사람들이 노후준비, 하면 먼저 돈을 생각한다.
돈이 필요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 돈도 건강할 때 얘기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이건희 회장을 생각해 보자.
11일 블룸버그의 발표에 의하면,
이건의회장의 재산은 146억달러로 약17조원이다.
금년만도 3조5천100억원이 늘어난 결과다.
그런데 그 돈이 지금의 이 회장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것일까.
뇌사상태인 이 회장에게 그돈은 휴지나 마찬가지다.
건강을 잃었기 때문이다.
우리부부는 감기등 잔병치레는 해도 노인들 대부분이 가지고있는 치명적인 지병은
없다.
이는 우리부부가 젊어서부터 철저히 건강관리를 해 왔기 때문이며 지금도 매일
강도 높은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나는 매일 아주빠른걸음으로 1시간정도 평지에서 걷기운동을 하고있으며,
아내는 에어로빅과 요가를 계속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리모컨을 쥐고 소파에 앉는일은 없다.
우리집엔 아예 소파가 없다.
소파가 없다는 것은 생활하는 방법이 전혀 다르다는 뜻이다.
형식이 내용을 결정하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행복한 노년은 그 첫째조건이 단연코 건강이다.
그리고 그 건강은 상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얻을수 있으며 그렇게 소중한 건강은
이미 젊어서부터 관리해야 지속될수 있다.

다음의 외적조건이 돈이다.
지금 우리부부는 남에게 손 내미는 일없이 경제적으로 독립적이다.
은퇴생활하는 노인들의 60%정도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있는 것을 생각하면
크게 감사한일이 아닐 수 없다.
경제의 독립없이 개인적생활의 독립은 어렵다.
적어도 수입의 30%이상은 저축하는 대비가 있어야 된다.
현역일 때 100만원과 노후의 100만원은 그 효용가치에서 그 차이가 아주크다.
또 하나가 이 추운겨울철 따뜻한 제집에서 사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주택보급율은 이미 100%를 넘어섰지만 자가보유율은 56%정도이며
노인들중 창문도없는 쪽방이나 다낡은 단칸셋방에서 추위에 떨면서 사는분들이
뜻밖에 많다.
노숙자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사람은 판자집이라도 제집에서 살아야 하며 특히 나이많은 노인들은 겨울철에
제집에서 따뜻하게 지내야한다.
우리부부는 따뜻한 잠자리에 들때마다 어려운분들을 위해 기도하며 따뜻한
제집에서 사는 것을 감사한다.
사람은, 특히 노인들은 자기집이라야 심,신의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

다음이 모든가정이 겪고있는 부모와 자녀사이의 문제다.
집안에 백수가 있는 경우,
그리고 다큰 자식이 캥거루족이되어 계속 부모에게 의탁하는 경우 그 노후가
편할리 없다.
지금은 그런집들이 생각보다 많고 계속 늘어나고 있다.
노부부의 ‘행복할수 있는삶’을 자식들에게 박탈당하고 있는 것이다.
분가한 자식들과의 관계도 원만하지 못한 가정이 많다.
우리도 남매를 키웠다.
큰애인 아들은 의대를 졸업, 지금은 대학병원에서 심장내과-심혈관전문의로 봉직
하고 있다.
둘째인 딸은 페사디나소재, 디자인분야에서 미국5대 사학으로 꼽히는 Art Center
College of Design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 지금은 자기분야에서 프리렌서로
일하고 있다.
두아이 모두 자기가 원하는 전문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부부는 처음부터 아이들의 적성을 살폈고 자기들이 가려고 하는길을 가도록
도와줬다.
지금은 모두 출가해서 일가를 이루고 살고있으며 우리부부에게 각자 정성껏 준비한
용돈을 충분하게 주고 있다.
그런면에서 우리부부는 ‘행복한 노부부’ 다.
두아이 모두 학원에는 보내지 않았다.

이제는 행복한노후, 부부생활을 위한 중요한 내적조건들을 살펴보자.
사실 부부생활에서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것은 외적조건보다 내적조건들이다.
우선 우리부부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그 이상에서 같은 신념을 가지고 살고 있다.
이점 부부사이에서 아주 중요하다.
우리는 함께, 값이아니라 가치를 추구했으며 오히려 나이가 들면서 이점은 더
분명해지고 있다.
값은 소유인데 그건 가변적인 것이다.
그러나 가치는 변하지 않으며 인간을 인격적존재가 되게한다고 믿고 있다.
값은 소유로 끝나지만 가치는 일생을 통해 추구할 수 있는 삶의 내적인 목표가
된다.
그래서 가치지향적 인간은 일생을 통해 학구적인 자세를 가질수 있다.
우리집에서 가장 많은게 부부가 가지고있는 책이다.
문화비 지출에서도 도서구입비가 가장 많다.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우리부부는 읽는일에 게을러본적이 없다.
오히려 나이든 지금은 더 진지하고 신중한 자세로 책을 읽고 있다.
그만큼 개성적이고 이지적이 되기 때문에 우리를 ‘특별하다’ 고 평가할 것이다.

내적조건의 또하나가 ‘창의적인 삶’ 이다.
우선 아내는 나이는 많지만 혀역화가다.
매일 그림을 그리고 또 친구들과 그림을 그리기 위해 아뜰리에에 나간다.
그림은 ‘창의적 작업’ 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나이들어서도 계속 창의적일수 있다면 그 정신은 젊은이 그대로다.
나도 끊임없이 읽고 또 글을쓴다.
블로그에 올리기위해 한주에 한편씩 글을쓴다.
완전한 창작의 세계다.
제목을 정하고, plot를 세우고, 자료를 수집하고, 내용울 구상 숙성시키고,
글을쓰는 일련의 작업은 글자그대로 창의적인 정신작업이다.
이런과정을 통해 느끼는 내적 보람과 충만함은 곧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병행되는게 학구적인 자세다.
아내는 미술사분야에대해, 나는 문화사분야에대해 끊임없이 공부한다.
우리부부의 이런 자세가 ‘특별하고 멋진부부’ 로 비쳤을 것이다.
쓰면 쓸수록 좋아지는게 머리라고 한다.
나는 내 경험으로 그게 맞는말 이라고 생각한다.
‘창의적인 삶’은 나이를 능가한다.
그만큼 현실에서도 젊게살 수 있다.

내게는 또 나대로의 행복의 조건이 있다.
그게 음악의 세계다.
그중 하나가 나이 70에 시작한 첼로다.
바하나 베토벤을 그냥 듣기만 하는것과 그들의 음악을 악기로 연주해 보는 것은
전쳐 차원이 다른 놀라운 세계다.
현악기는 어렵지만 내가 워낙 악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할 수 있다.
나는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브라스밴드에 들어갔으며 그 덕분에 금관악기와 목관
악기를 배울수 있었고 이제는 현악기까기 하게됐다.
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듣는 경우,
슬라이트럼본, 트럼펫, 후렌치 혼, 튜바, 클라리넷, 첼로는 내가 연주할수 있는
악기들이다.
따라서 각 악기군의 음색까지 분리,분석하며 연주를 감상한다.
내가 가지고있는 이런 음악의 전문성은 내삶을 풍요롭게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다.
그래서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심취할 수 있는 건전한 취미를 가지고있어야 한다.
특히 노후생활에서는 더 그렇다.
한가지 못내 아쉬운 것이 바다낚시다.
반평생을 바다낚시를 했는데 현역일때는 시간이 없어서 마음껏 못했고,
시간이 있는 지금은 힘이달려서 못하고 있다.
사흘을 배에서 버티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때묻은 낚시장비들을 만져보면서 위로를 받고 있다.

우리부부의 노년생활에서 큰 즐거움의 하나는 외식이다.
우리는 보통 한주에 한두번, 주로 점심시간에 외식을 한다.
즐겨찾는 음식은 설넝탕, 삼계탕, 파스타, 한식뷔페, 냉면과 만두전골등 대중음식
이며 때로는 좋아하는 난을 먹기위해 인도음식점을 찾기도 한다.
꼭 비싼음식이 더 맛있는 것은 아니다.
골목안에 있어도 맛이있는집은 사람들이 줄을선다.
우리부부는 TV의 지상파 방송은 시청하지 않는다.
내가 뉴스를 보는게 예외일뿐 대개는 VOD로 영화,다큐, 음악프로를 시청한다.
TV방송을 보내주는대로 수동적으로 시청하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으로, 능동적으로
선택해서 보고 있다.
인간은 생각보다 더 빠르고 깊게 메스미디어에 세뇌당한다.
그래서 자칫, TV프로그램이 만드는 ‘인간형’ 이 될 수 있다.
그걸 경계할줄 모르면 ‘속물’ 로 끝날 확률은 아주높다.
그걸 덧없는인생 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그 함정을 피하려고 늘 노력하고 있다.

행복의 본질은 무엇일까.
종교는 그게 보이지않는 세계임을 알게해준다.
우리부부는 모태신앙의 장로교인들이다.
우리가 광신을 경멸할수 있었던 것은 우리 부모님들의 건전한 신앙 때문이다.
값이 아니라 가치를 추구하는 삶의 길라잡이도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신앙
이다.
우리는 지금도 평범하고 건전한 신앙인 이기를 지향하고 있다.
그래서 ‘일상에 없는 것은 거짓’ 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종교는 인간이 그 근본에서 가질수있는 행복의 바탕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많은 우리부부가 얼마나 더 살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때까지 지금의 우리가 가지고있는 일상생활의 패턴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매일매일을 감사하면서 살고 있다.
감사가 다른 감사를 불러오는 연결의 고리임을 알고있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진정한 행복을 원한다면 감사하는 방법부터 배울일이다.

어떤일이든 시련이 없으면 성숙도 없다.- 서양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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