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공시생의 죽음

지난 4월 25일,
경남구미가 고향인 25세의 청년 남모씨가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옥산휴게소
남자화장실의 비품보관실에서 목매어 자살했다.
그는 군복무를 마친후 2014년부터 3년동안 서울노량진에서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왔으나 필기시엄에서 계속 낙방했다고 한다.
실의에 빠진 아들을 위해 어머니가 상경했으며 함께 고향에 내려가던중 변을
당한 것이다.
앞길이 구만리같은 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은 그 경위가 어떠하든
가슴아프고 안타까운 일이다.
세상의 그 어떤것도 ‘생명’을 대체할 수는 없다.
스스로 그 귀중한 생명을 끊었다는 것은 그만큼 절박했다는 증거이며 다른길이
보이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절망은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이 청년의 죽음을 알린 공시생사이트에는
‘자살은 미화할수 없지만 심정만은 이해가 된다’ 는 반응이 쏟아졌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체 취업준비생 62만2000여명중 40.9%인
25만7000여명이 공시준비를 하고 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고 탈락자들이 늘어나는건 당연하다.
중앙과 지자체를 합해 한해 채용인원은 2만2000여명 정도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될것같아 재수는 물론, 10수까지 하는 경우가 있다고한다.
공무원학원 밀집지역인 동작마음건강센터가 2014-15년 수험생과 고시원생의
정신건강을 검진한결과 70%가 우울증과 자살위험군 이었다.
취준생들이 받고있는 스트레스가 어느정도 인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수치다.
아마도 알려지지 않은 자살자도 많을 것이다.

요지음은 고학력도 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1분기 대졸실업자가 고졸실업자를 추월해 사상처음
50만명을 넘어섰다.
‘한국에선 대학나왔다는 체면이 취업선택의 굴레로 작용하기도 한다’ 는 일본
대학교수의 지적은 의미심장한바 있다.
넘치는 대졸자들은 취준생이란 이름으로 잉여인간처럼 떠돈다.
모두가 대기업에 몰리고 있지만 그 문은 좁기만 하다.
그 틈새에서 공시족이 늘어난 것이다.
검찰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남씨의 시신을 부검없이 유족에게 인도하라고 했다.
자살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우울증과 자살충동에 갇혀있는 공시생중 남씨같은 경우는 얼마던지 더 생길수
있다.
이런일들이 누적되어 ‘사회문제’가 될수 있는 이유다.
결코 한두사람의 불행으로 치부할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4월23일에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분기의 비경제활동인구는 1천655만2천명이며
이중 대졸이상 비경제활동인구가 350만을 넘었다고 한다.
교육정도별 실업자는,
대졸이상이 54만3천명으로 가장 많았고, 고졸45만1천명, 중졸 7만5천명,
초졸이 9만9천명이다.
고학력 실업자를 기준할 때 226개의 4년제 대학이 매년 쏟아내는 졸업생은
40-50만명 안팎이다.
순리대로라면 우리사회가 이들을 모두 흡수할수 있어야 실업자가 생기지않는다.
그러나 그런일은 지금도, 앞으로도 이대로라면 전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의 산업규모-기업숫자가 이들의 절반밖에 흡수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그렇다.
결국 절반은 남게되는 구조다.
따라서 그 누구라도 이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할 수가 없다.
할수있다고 말 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최근의 가장 큰 변화는,
사람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 실리적인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점이다.
우선 진학률이 85%에서 70%로 떨어졌고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실업자들중
취업률이 높은 전문대에 다시 입학하는 숫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진학하지않은 학생들중 상당수가 산학연계로 졸업후 취업이 보장되는 마이스터고등
특수고 진학률이 증가, 이제는 입학경쟁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한편, 대졸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일류대기업의 경우 10대그룹에 취업하고 있는
숫자가 100만4천여명 정도이며 매해 신규채용은 5000에서 많아야 1만 미만이다.
글자그대로 ‘좁은문’ 인 것이다.
기업의 인사담당자로서는 객관적으로 그 우수성이 인정된 일류대 졸업자를 선택
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 위험부담을 줄일수 있기 때문이다.
기타대학은 처음부터 라인밖에 있게된다.
무모한 진학이 백수를 만드는 이유가 그렇다.

백수의 경우,
해마다 그 입지는 불리해지고 있다.
기업의 신입사원 선발연령은 그 상한선이 대개 28세 미만이다.
매해 새 졸업생들이 나오기 때문에 실력과 조건에서 밀리게 된다.
말하자면 취업조건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해 지고 있는 것이다.
눈높이를 크게낮춰 중소기업에 취업하지만 70%가 견디지 못하고 튀어나온다.
결국 오갈데 없는 신세가되어 미운오리새끼가 되는 것이다.
실업자-백수문제는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원리에 의한 것 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들은 다시잡을 ‘기회’ 자체가 없다.
공급은 넘쳐나지만 수요가없기 때문이다.
취준생이든, 공시생이든 그 생각을 바꿔 지금 갇혀있는 굴에서 이탈하지 못하면
절망적이다.
반드시 다른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

나는 대학을 졸업한후 대기업에 입사했는데,
배치된 부서가 인사부 인사과 인사계였다.
승진하면서 가장 어려운 노무와 복잡한 후생업무를 담당했으며
간부사원이 되어서는 순환보직원칙에 따라 여러부서에서 일했다.
그리고 결국은 다시 인사부로 돌아와 고참인사부장으로 정년퇴직했다.
인사문제에 관한한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배테랑이라 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지금 80대인 구 세대지만 그동안의 사회생활을 통해 터득한 인생
노하우도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공시생 청년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우리모두는 그 청년의 참담했던 입장에 서 볼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길’을 열어갈수 있다.
분명 어떤 대책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나이많은 백수들은 일단 취업은 포기하는게 옳다.
냉정하게 말하면, 더 이상 경쟁할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상품으로 치면 철이지나 팔리지 않는 재고품들이다.
먼저 이 냉엄한, 그러나 이게 현실임을 정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인정하면 새 길이 열리지만 아니면 백수로 늙을 수밖에 없다.
대학졸업생 전체가 취업이 안된다면 그건 국가적인 문제다.
정권차원에서 책임져야하는 큰 문제가된다.
그러나 절반은 취업이되고 절반이 안된다면 그건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이다.
헬조선이니 흙수저니 하는말은 패자들의 비겁한 변명일뿐이다.
백수가 살 수 있는 길이 딱 하나있다.
‘자기가 좋아하고 잘 하는일’을 찾는 것이다.
그걸 천부(天賦)라고 하는데 하늘이 자기에게 주신 재간, 재주다.
류현진이가 기라성같은 MLB의 강타자들 앞에서 공을 잘 던지는 것은 노력만
으로는 불가능하다.
타고난 재주, 운동감각이 남 다르기 때문이다.
그게 천부다.
천부는 경쟁하지 않는다.
워낙 뛰어나기 때문이다.
천부가 없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찾지않았기 때문에 모르고 있을뿐이다.
그 아까운 기능, 재능이 묻혀있는 것이다.

5월18일,
한국이 배출한 세계적인 바이얼리니스트 정경화는
뉴욕의 카네기홀에서 바하의 무반주 바이얼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6곡을
휴식시간포함, 4시간에 걸쳐 연주한다.
정경화는 20대였던 1973년부터 이 연주를 준비해왔다고 한다.
세계가 인정하는 정상의 무대에 서는 것이다.
그가 인터뷰에서 이런말을 했다.
‘부모의 최고 덕목이 무엇인지 아는가.
나는 ‘관찰’ 이라고 생각한다.
자기아이의 특징과 장점이 무엇인지,
정체성이 어떤지를 끊임없이 관찰해야 한다.‘
삼남매를 세계적인 음악인으로 키워낸 자기 어머니의 안목을 얘기하고 있다.
백수의 수많은 젊은엄마들은,
시류따르기에 급급, 애들을 학원에서 학원으로 몰기만 했지
자기아이의 천부를 살피지 않아 돈쓰고 고생해서 백수를 만든 것이다.
지금의 백수들은 그 피해자들이다.
그래서 이제 늦기는 했지만 사는길은 자기의 천부를 발견하고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고 알아내서 그 길로가는 것이다.
질문이 올바르고 정직하면 반드시 좋은대답을 얻을수 있다.

생각의 낡은틀을 깨고 새롭게 생각해야한다.
나는 무엇을 가장 좋아하는가.
나는 무엇을 남들보다 월등하게 더 잘 하는가.
그것부터 찬찬히 생각해보고, 결론이 났으면 그길로 바닥부터 시작하면 된다.
그게 어떤분야든 바닥을 모르면 성공못한다.
꾹참고 바닥에 오래있으면 그만큼 성공의 확률도 높아진다.
바닥이 기초이고 기본이기 때문이다.
좋아하고 잘 하는일이 업(業)이 되면 그게 가장 행복한 인생이다.
장,직장(職場)은 바뀌어도 업은 더 전문적이 된다.
나는 나이70에 어려운 현악기인 첼로를 시작했다.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지금도 열심히, 즐겁게 하고 있다.
나는 금관, 목관, 현악기 모두를 연주할수 있다.
나이 80이 되어서도 악기를 안고있는 것은 악기, 음악을 좋아하고 잘 하기 때문이다.
노년생활에서 음악과 악기는 나를 받쳐주고있는 큰 기둥이다.
나이먹은 백수가 또 이력서를 쓰고 면접보러 다니는 것 이제는 끝내야 한다.
자기가 좋아하고 잘 한는일, 그 천부를 찾으면 길은 반드시 열리게 돼 있다.
용기만 있으면 된다.

소꼬리보다는 닭벼슬을,- yoro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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