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학문.

지질학적으로 중생대의 백악기말(1억4천5백만-6천6백만년전)에는
공룡들이 지구를 지배한 시대였다.
아직 인간종(種)은 나타나지 않았을때다.
평균키가 7미터에 몸길이 35미터, 체중 70톤이 나가는 거대한 파충류인
공룡이 갑자기 멸종한 것은 지구역사에서 커다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6천6백만년전인 백악기말에
지름 약15키로가 되는 소행성이 시속 6만4천키로의 총알같은 속도로 지구에
충돌했다.
지금 멕시코의 유카탄반도에는 그 충돌로 생긴 길이 193키로, 깊이 32키로의
거대한 크레이터(웅덩이)가 남아있으며,
엄청난양의 암석과 소행성파편이 공중으로 튀어올랐다.
이 불덩이들은 백악기말의 경관을 불태웠으며 지구식생의 절반이 불탔다.
공중으로 솟아오른 거대한 먼지와 짙은연기가 오래동안 햇볕을 차단함으로서
식물계에 치명적 타격을 가했고 기온은 50도나 내려갔다.
먼저 크고작은 식물이 죽기시작했고 이어 초식동물, 육식동물들이 죽었다.
백악기의 멸종사건으로 공룡들은 전멸했으며 익룡중 극히 일부가 새가되어
남아있다.

그때,
포유동물의 상당수도 죽었지만 아주작은 포유류들은 이 재앙을 극복하고 오히려
더 번성하고 진화했다.
그들을 위협하던 천적들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바로 이 포유류중에서 초기 인류의 조상인 호미니드-hominids-대형유인원이
등장한다.
호미니드중 한종(種)은 상대적으로 더 우수했으며
여기에서 침팬지, 인류, 고릴라, 오랑우탄이 파생했다.
침팬지와 인간의 DNA는 97%까지 동일하다.
나머지 3%가 성대구조, 발성, 언어와 사고능력으로 이어지면서 결정적인 차이가
됐다.
호미니드의 후손으로 우리의 조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는
약 700만년전 나무에서 내려와 두발로 섰고, 걷기시작했다.
이어 학명이 호모사피엔스인 우리조상들은 약20만년전 아프리카를 떠나 각지로
퍼져나갔다.
그중 가장뛰어난 인간종인 크로마뇽인들이 약4만년전 프랑스 남부지방에 거주
했으며 같은옷을 입으면 지금의 우리와 거의 비슷한 모습이된다.
그이후 지구 생물중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만이 이 지구를 정복
했으며 오늘의 문명, 문화를 이룩했다.

내가 이 길고도 거창한 이야기를 압축해서 단숨에 써 내려 갈수 있는 것은
오래동안 ‘문화사’를 공부했기 때문이다.
대학 2학년때,
선택과목으로 ‘사회학’을 택했고 담당이신 양회수 교수께서는 베토벤의 음악과
함께 문화사라는 학문의 매력에 대해 자상한 설명을 했다.
그 이후 지금까지 50년 이상을 문화사와 가까이 지내면서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역사는 기록이지만 문화사는 그 기록속 인간에 대한, 인간의 활동, 발전에 대한
이야기다.
당연히 인류학, 고고학, 천체물리학을 같이 공부하게 되며 철학, 종교, 예술분야에
대해서도 함께 공부하게 된다.
사실 문화사를 꾸준히, 제대로 공부하면 다방면의 지식에 접근할수 있으며 균형을
갖춘 지식인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문화사 공부를 통해서 인간적으로 발전하고 성숙해질 수 있다.
사람이 거의 한평생을 한분야에 대해 꾸준히 공부할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
아닐수 없다.
한편 문화사와 연관된 여러분야의 학문도 함께 공부하기 때문에 저절로 박학다식해
진다.
더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은 삶의질이 달라지고 안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거의 정확한 분별력을 가질수 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도리없이 삶의 방법과 내용에서 짧은밑천이 드러나게 된다.
노후생활의 가장 큰 적이 그래서 무료다.
할 일이 없어 심심하다는 것, 그건 노인들을 지치게 하고 빨리 늙게하고, 병들게
한다.
이때 한 인간을 현실적으로 구원해 주는게 ‘평생학문’ 이다.
공부하면 젊게살수 있고,
머리가 녹슬지 않으며 치매를 예방할수 있다.
평생공부는 무료함을 극복할수 있게해 주며 자기발전을 계속할수 있다.
같은 학문을 오래하면 지식이 깊어지고 연관된 다른분야를 쉽게 찾을수 있고
또다른 영역에 대한 눈을 뜨게해 준다.
계속 책을 구입하게 되고 공부를 계속하다보면 안으로 쌓이는 ‘삶의 내용’에서
자신감도 생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학문은 그 자체가 즐겁다.
따라서 결국은 책을 손에서 놓지못한다.
노인들 상당수가 무료하게 살고 있다.
여름에는 공원벤치에서, 겨울에는 지하철역에 모여앉아 세월을 보내고 있다.
정말 아무 의미도 없는 삶이다.

이 세상에 늙지않는 사람은 없다.
정년퇴직, 하면 우선 돈부터 생각한다.
당녕한 얘기다.
그러나 밥만먹고 사는게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젊었을때보다 더 할 일이 중요해 진다.
그래서 ‘자기의 일’ 은 젊었을때부터 준비해야 한다.
그게 무엇이든 남에게 폐가되고 해가되는 것이 아니라면 선택할수 있다.
나는 개인적인 경험으로 ‘평생학문’ 이 가장 바람직 하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여러면에서 구체적인 도움을 준다.
공부해야할 ‘학문’ 이 있다는 것은 할 일이 있다는 뜻이고 그 공부를 재미있고
의미있게 하기 위해서는 책을 계속 읽어야 한다.
노인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자기일’ 이 달리 있겠는가.
사실 종이신문 한두가지만 제대로 읽어도 비슷한 효과를 얻을수 있다.
지금의 신문들은 정말 엄청난 정보를 싣고있으며 그 대부분이 일차적으로
걸러진 것들이다.

우리들이 흔히 하는말 중에
‘그 나이에 무슨……’ 이라는게 있고,
‘내 나이에 어떻게….’ 가 있다.
내가 70에 첼로를 시작했을 때 주위에서 가장많이 들은말도 그것이었다.
생각부터가 늙어버렸으니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이다.
그건 미리 포기하는 패배주의다.
무언가를, 굳게결심하고 시작할 때 ‘늦은나이’ 는 없다.
나는 80인 지금도 첼로와 목관클라리넷을 가지고 있고 연습, 연주한다.
음악과 악기를 좋아하고 잘 하기 때문이다.
어찌 악기뿐 이겠는가.
자세히 살펴보면 바로 시작할 수 있는 분야는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문제의식’을 가지는게 먼저다.
내 삶을 윤택하게 하기위해 무엇을 할것인가를 깊이 생각하면 해답은 뜻밖에
가까이에서 찾을수 있다.
일단 선택이 끝나고 결심이 섰다면 과감히 시작할 일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는가.

평생학문을 한다면 책 읽는 것은 필수다.
그래서 책도 읽는 요령이 필요하다.
공부는 종이책으로 해야한다.
언더라인과 메모를 해야하고, 필요할때는 언제라도 다시 꺼내 읽어야 한다.
어떤책은 서문만 읽어도 충분한 경우가 있다.
그만큼 서문이 좋기 때문이다.
몇 번이고 읽어도 좋다.
어떤책은 목차를 자세히 읽어보고 자기가 읽을부분을 선택할 수 있다.
전부 읽지않아도 좋은경우도 있다.
그러나 어떤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게된다.
그만큼 내용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어떤책은 쓰레기통으로 직행이다.
골빈당이 썼기 때문이다. (돈받고 쓴 서평에 속지말아야 한다.)
특히 번역서인 경우 잘된번역은 쉽게 읽을수 있지만 잘못된건 읽지못한다.
그래서 번역을 제2의창작 이라고 한다.
어떤책은 언젠가 읽기위해 미리 사 두는것도 있다.
절판에 대비하는 것이다.
한번 읽었던책을 다시읽는 경우 자기가 해 놓은 언더라인 부분만 읽는 방법도
있다.
책많이 읽은 사람은 아무도 당하지 못한다.

지금은 선생만 있고 스승이 없는시대다.
그러나 내가 대학에 다닐때만 해도 스승이 계셨다.
나는 양회수교수님을 통해 베토벤음악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가지게 되었으며
특히 그의 교향곡 아홉곡은 지금도 즐겨듣는 고전음악이 됐다.
문화사공부에 대한 그분의 지도는 지금생각해도 내 인생의 한축을 이루는
가르침 이었다.
모든 자녀들 에게는 그 부모가 스승이 돼야한다.
지름처럼 선생만 있는 시대는 더 그러하다.
자녀에게 값과 가치의 차이를 가르쳐야하고,
보이는것과 보이지않는것의 질적차이에 대해서도 설명해 줘야한다.
입시공부나 스마트폰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해줘야 한다.
지금의 공교육은 이미 붕괴되어 이런 가치들에 대해 가르치지 못한다.
사람은 배우지 않으면 모른다.
인간이 동물적인 본능을 극복하고 도덕과 윤리를 가진것도 모두가 가르침의
결과다.
사실 나라의 내일도 교육에 달렸다.
공교육이 붕괴됐다는 것은 우리에게 희망이 없는것과 같은 의미다.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사람은 교육이 없으면 본능대로 산다.
그래서 흉악범을 말할 때,
‘짐승같은 놈’ 또는
‘짐승만도 못한놈’ 이라고 욕한다.
인간이 동물적인 본능을 극복하고 문화와 문명을 이룬 것은 철저히 교육의 덕이다.
그러나 학교의 제도교육으로 끝난사람과 스스로 평생학문으로 공부하는 사람은
삶의 질에서 그 이상의 근본적인 차이가 난다.
평생학문이 없는사람은 지금의 자기수준에서 멈춰선채 몸도 마음도 늙어갈 뿐이다.
그러나 자기의 평생학문이 있는사람은 죽는날까지 발전하고 성장한다.
인간은 동물적인 육체를 가졌지만 그것을 극복할수 있는 정신적 존재이기도 하다.
그 정신이 오늘의 문명, 문화를 만들었다.
한 개인에게 있어 평생학문의 길은 자기가 정신적 존재임을 가장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사는 길이다.
기대수명 100세 시대를 살려면 더욱 그렇다.

인생에는 조심해야할 세가지가 있다.
너무 일찍 출세하는 것,
중간상처,
그리고 노년빈곤이다.-yoro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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