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너스 하이

“내가저나이에달리기에맛들였으면어쩔뻔했나?불쌍한청년!나보다최소한20년은더달리고살아야하다니.어쩌자고저리젊은나이에달리기를몸에댔단말인가!”

시인황인숙은남영동대로에서멋들어지게조깅하는외국인청년을보고이렇게안타까워한다.그녀자신도헬스클럽다니느라인생을탕진한다는런닝머신매니아다.달리기는중독이라는게다.담배도,술도,마약도아니고‘지루한’달리기에중독이라니?모르는소리,달리기가바로마약이다.좀달려봤다는사람들은안다.달리기에왜중독되는지.

30분이상달리면몸의가벼워지고머리가맑아지면서경쾌한느낌이드는데이를‘러너스하이’(runnershigh)혹은‘러닝하이’(runninghigh)라고한다.이때에는오래달려도전혀지치지않을것같고,계속달리고싶은마음이든다고한다.짧게는4분,길면30분이상지속되기도한다.

이때의의식상태는헤로인이나모르핀혹은마리화나를투약했을때나타나는것과유사하고,때로오르가즘에비교된다.주로달리기를예로들지만수영,사이클,야구,럭비,축구,스키등장시간지속되는운동이라면어떤운동에서든러너스하이를느낄수있다.

그렇다면운동중에러너스하이는왜오는걸까?과학자들이러너스하이에관심을갖기시작한것은캘리포니아대심리학자인아놀드J맨델이1979년정신과학논문‘세컨드윈드(SecondWind)’를발표하면서부터다.그뒤러너스하이를경험할수있는운동시간과강도,방법등에대한연구와행복감의메커니즘을밝히려는노력이이어졌다.

일부학자는운동시에증가하는베타엔돌핀의영향이라고말한다.베타엔돌핀은우리몸에서생성되는신경물질로구조와기능이마약과유사하다.베타엔돌핀은운동시에5배이상증가하는데,그효과는일반진통제의수십배에달한다.과학자들은운동을할때생기는젖산등체내피로물질과관절의통증을감소시키기위한보상작용으로그런현상이일어난다고추측해왔다.그러나러너스하이를입증할직접적인증거가없었고,학자들사이의의견차가커명확한결론을내리지못했다.

최근러너스하이와엔돌핀의관계를증명할수있는연구결과가발표되었다.뮌헨공과대학(TUM)핵의학헤닝뵈커(HenningBoecker)교수팀은운동중생성되는엔돌핀의존재를처음으로증명했다.뵈커교수팀은10명의육상선수를대상으로2시간장거리달리기전후에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으로뇌를조사했다.

교수팀은뇌속에서진통물질수용체와결합하는엔돌핀과억제하는방사성물질18F디프레노르핀(‘18F’FDPN)을사용했다.뵈커교수는뇌속에서엔돌핀생산량이많아지면주입한억제제와뇌속의엔돌핀이직접길항하기때문에18F디프레노르핀과진통물질수용체의결합은줄어든다.”고설명했다.2시간정도달리기전과후의영상을비교하자18F디프레노르핀과진통물질수용체의결합이현저히줄어든것으로나타났다.장거리를달리면체내진통물질의생산량이증가한다는사실이입증된것.

또한이때영향을받은뇌의영역이감정에중요한역할을하는전두엽과변연계에있다는사실도밝혀졌다.달리기를한뒤행복감과만족감이높아지는것역시엔돌핀과관련되어있다는것을의미한다.우리의뇌는신체가고통을잊고오랫동안달리게하기위해서엔돌핀을분비하게되는데,도를지나치면이엔돌핀이주는쾌감을못잊어몸이피곤하더라도달리기를계속하게되는것이다.

한편장거리달리기가우울증을줄이는증거를찾는과학자들도있다.대뇌에서생성되는모노아민가운데특히노르에피네프린이결핍되면우울한기분을유발시키기때문이다.운동을일정시간지속하면노르에피네프린의분비가증가하면서우울증이완화된다는것이다.

통증과우울증을달리기로날려버릴수있다니,평소이증상을겪고있는사람들에게희소식이될것이다.그렇다면이러너스하이를느끼려면어떻게해야할까?조금힘겹다는느낌이들정도로너무느리거나빠르지않게달려야한다.심장박동수는1분에120회이상은되어야한다.보통은30분정도달리면느낄수있다고말한다.그러나초보자가러너스하이를겨냥해처음부터무리하게달리는것은금물이다.달리는거리와시간을조금씩늘려가는것이중요하다.

기쁨을느끼는것도좋지만자칫마약에빠지는것처럼러너스하이에중독되지않도록주의해야한다.러너스하이를느껴본사람은그상태를느끼고싶어자칫운동중독에빠질수있다.하루라도달리지않으면불안해하거나짜증을내게되고무리하게달리다가인대가손상되거나근육이파열되는경우도있다.그리고또한가지명심해야할것이있다.지나치게긴장하고스트레스를받고있을때러너스하이는오지않는다.마라톤선수들도올림픽이나대회등다른선수들과치열한경쟁을벌여야할때는러너스하이를결코느끼지못한다고한다.

러너스하이는여유있는마음으로달리기에몸을맡길때찾아오는매혹의순간이다.

글:이소영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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