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다음대통령조건

대한민국나이가올해예순다섯이다.집안형편때문에출생신고가늦어져서그렇지실제론예순여덟이다.살림이얼마나옹색했으면태어난해(1945년)에얼마벌어얼마썼는지기록조차남아있지않겠는가.그로부터8년이흐른1953년우리국민한사람한해수입이고작67달러였다.2007년한국도시근로자가정의월평균외식비(外食費)지출이400달러를웃돌았다.보릿고개마루의고단했던그시절이짐작이간다.

뒤주바닥이보이는데울타리인들성했겠는가.덩치큰옆동네더벅머리들이무너진담장을넘어와주인행세를하던게1945~1948년무렵이었다.그때흩어져왕래가끊기다시피한북쪽집안은그후무능한주제에걸핏하면폭력을휘두르는가장(家長)이대물림하면서더폭삭주저앉았다.그들의흉포성(凶暴性)은위아래마당에경계선이그어진지5년되던해(1950년)의어느새벽아랫집도제가차지하겠다며집안전체를쑥대밭으로만들때벌써드러났다.딸들이씨받이로국경너머중국에팔려가도,아들들이시베리아벌목(伐木)벌이터에서홑옷바람으로겨울을나도부끄러운줄을모른다.대명천지(大明天地)황해도땅에서수천명이굶어죽고있다는믿기지않은소식이날아들고있다.이것이간추린’한반도해방이후사(解放以後史)’다.

대한민국은오는12월19일새대통령을뽑는다.벌써한다스가까운정치인·비정치인,전직지사·현직지사,전직교수·현직교수가사전속온갖좋은단어는몽땅끌어내’내가적격자(適格者)’라고나서고있다.누가쌀이고겨인지당최분간하기힘들다.이체저체로쳐보는수밖에없다.그때마다대통령지망생의가점(加點)요인과감점(減點)요인을기록해둬야한다.그래야12월19일투표날기표소안에서머뭇거리지않는다.

첫째는’남북의해방이후사’에대한올바른이해여부를가리는체다.속된말로역사가밥먹여주지않는다.요즘세태에선표(票)가되기도어렵다.그러나대통령이되겠다는사람의역사관을묻지않고표를던지는건눈을감고나라의고삐를그냥쥐여주는거나한가지다.전투적이념전(理念戰)을벌이라는주문이아니다.대한민국의정통성과역사의사생아(私生兒)인북한세습왕조를대한입장만은확고해야한다.겉으론내색(內色)하지않더라도북한동포를동물우리보다못한처지에서구출한날을앞당기겠다는민족해방의열망은가슴바닥에깔고있어야한다.

둘째는대한민국의국가목표를새로이제시하는능력을가리는체다.우리는지금껏국민소득몇만달러,수출몇천억달러라는구호를국가목표로알아왔다.입에풀칠하기어려운시절엔그게당연하기도했다.그러나그런’닳아지는’목표만으론더이상국민의전진의욕을북돋을수없다.경제외곬의목표는그것이달성되는순간추진력을잃고만다.우리도이제나라의위상(位相)에걸맞고국민이자긍심(自矜心)을품고세계를상대할’닳지않는’정신적목표를장만해야한다.

셋째는가슴과머리에’가난한평등시대’로부터’부유한양극화시대’로접어들며앓기시작한갈등과분열의병을치유할복지비전을담고있는지를가리는체다.스웨덴·덴마크·핀란드를베끼는건커닝의재주이지비전제시능력이아니다.그런나라들의500만명,900만명국민등을다습게하는복지정책과5000만국민에다언젠가2400만북한동포를새식구로보듬어야하는대한민국복지가같을순없다.

넷째는삐걱거리는소리가커져가는동북아안보지형(地形)을뚫어보고그급변(急變)에대비할능력을가리는체다.전세계국방비총액이1조6000억달러안팎이다.그가운데60%가까이가한반도주변국의국방비다.중국·북한에이어일본마저핵단추를만지작거리고있다.미국·중국·러시아·일본과한반도남북사이의’안보방정식’은수퍼컴퓨터로도정답을내놓기어렵다.발을헛디디는순간수천길낭떠러지아래로추락한다.대한민국대통령에게안보의혜안(慧眼)만큼절실한자질(資質)이따로없다.

이네과목가운데하나라도과락(科落)을받으면탈락이다.나라와국민생사(生死)가여기달려있기때문이다.물론훌륭한대통령에겐정치와행정이어떻게다른지,또공(公)과사(私)가운데무엇을우선해야하는지정도는기본이다.

대통령이란기대를걸머지고단상에올라왔다가비웃음을받으며퇴장하는직업이다.과거를한탄하고현재를불평하고미래에대해선턱없는환상을갖는게인간본성인이상이운명을비켜가긴어렵다.그래도어느나라역사에나위대한대통령이몇은있는법이고,우리라고해서그런부푼꿈을안고12월19일을맞지말라는법이없다

<2012년6월23일자조선일보주필강석천칼럼의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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