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족’들의 세상 소통

승강장에서담배한개비를피워물고느긋하게지하철을기다린다.승강장의자옆재떨이엔담배꽁초로넘쳐난다.
불씨가남은채버려진꽁초로인해종종원통형휴지통에서는매캐한연기가솟기도한다.
달리는고속버스,열차,비행기내는물론시내버스안에서조차담배연기가피어오른다.다른나라이야기가아니다.불과십수년전우리네모습이었다.그랬다.한때우리도흡연자의천국이라불리울정도로때와장소를가리지않고아무데서나피워물고뿜어대던시절이있었다.
만약지금,지하철에서,버스에서,기내에서담배를피워문다면과연어떠할까?
금연법위반이전에우선따가운눈총을피해낼재간이없을것이다.자칫하면정신병자취급도감수해야한다.그러나그럴걱정은다시하지않아도된다.단언컨데이제공공장소에서만큼은흡연욕구를스스로제어할수있을정도로의식수준이성숙되어졌기때문이다.물론여기까지오기에는오랜세월과노력이뒤따랐다.

이동전화가입자수가3천7백만명을넘어섰다.
초고속인터넷사용인구3천만명과함께양적으로만볼때IT코리아`로서의자부심을가질만하다.그러나이면을들여다보면아쉬움이적지않다.불과몇년전까지만해도지하철이나버스에서책을읽거나부족한잠을보충하는사람이많았다.그런데최근몇년사이,지하철을타면일단휴대폰부터꺼내든다.주위를둘러보면적지않은사람들이휴대폰으로무언가를열심히즐기고있는것을볼수있다.달라진새로운풍속도다.
문자날리기,메신저로대화하기,고스톱등각종모바일게임을즐기기도한다.엄지손가락으로세상과소통하는이른바‘엄지족’들이다.한번잡고몰입하면주위를의식하지않는다.
게임도좋고,문자를보내는것도다좋다.하지만버튼을누를때마다쁑~쁑~거리는소리는,듣는사람의신경을몹시거슬리게한다.남들이야불쾌하든말든안중에도없다.

조사자료에따르면휴대폰게임의배경음악,효과음,벨소리에대해‘시끄럽다,기분나쁘다,조급해진다,짜증난다’등정서적인불쾌감이큰것으로나타났다.불쾌감이오래지속되면생리적기능에도영향을미친다고한다.그러나이를즐기는10대들은아랑곳하지않는다.저마다톡톡튀는독특한벨소리찾기에바쁘다.
초기4화음에서시작,16화음을거쳐64화음까지등장했다.모기퇴치,명상,태교음악등정말기발한컨텐츠서비스까지가능하다.이렇듯다양한음으로무장한채마치휴대폰효과음과벨소리경연이라도하듯복잡한지하철내에서제각기울려대는소리는이미불협화음의경계를넘어소음공해수준에와있다.
여기에한술더떠지하철안이마치제집안방인양온갖수다를늘어놓는사람,개인사무실인양아예큰소리로업무를보는사람,전화상으로목청돋우며싸우는사람,숨넘어갈듯연신까르르웃어대는사람,흐느끼는사람,이런저런사람들…전화벨소리종류만큼이나제각각이다.

‘원치않는소리,듣기싫은소리,주파수가불규칙한소리’등을통틀어소음이라고한다.
‘듣기좋은콧노래도한두번’이라했다.반복되는음자체에불쾌감을느낀다면이또한소음인것이다.불쾌감은음의크기와여러가지음이함께섞여서들릴때그정도가심하다고한다.
우리나라는휴대폰보급률이높고,이동통신인프라도잘갖춰졌다.또한세계휴대폰시장을호령하는나라이기도하다.그러나휴대폰사용예절만큼은한참멀었다는생각이다.타인에대한배려는아예실종된것같다.

과거지하철안을혼탁하게만들던매캐한담배연기가생각난다.

당시애연가들다수는지하철에서,공공장소에의흡연자체가적어도법적규제대상은아니었기에잘못이라는인식을하지않았다.하지만당시에도주위를배려할줄아는마음을가진소수는장소를가려피우기도했다.
어쩌면지금,오래전공공의적이었던지하철안담배연기가또다른모습으로지하철안을교란시키고있는것을아닐까.이대로라면휴대폰도利器라기보다또다른공공의적일뿐이다.
오죽답답했으면이동통신회사와지하철공사가공동으로나서국적불명의‘모티켓’이란합성어까지만들어가며휴대폰예절캠페인에팔을걷어부쳤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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