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노인봉의 가을 서곡

새벽공기가제법서늘해졌다.계절의순환은얄짤없다.
긴소매셔츠를꺼내입었다.
산행하기딱좋은,가을의문턱이다.

곧잘이용하는***산악회의정기산행에참석키위해
모임장소인전철5호선군자역5번출구로나왔다.

불볕더위다,벌초다,추석연휴다하여遠行산객이뜸했는데
가을햇살이궁금해졌나?산객이부쩍늘었다.

낯익은산우들과수인사를건넨뒤좌정했다.
군데군데잇빨빠진듯자리가비어있다.
‘오늘산행코스가조금긴편이라지레겁을먹었나?’

나눠받은등산코스개념도를펼쳤다.
오대산국립공원진고개탐방센터를들머리로’노인봉’에올랐다가
천혜의계곡을따라소금강분소까지총14km를걷는코스다.

구비구비돌아오른버스는고갯마루에멈춰산객들을토해냈다.
주문진과下진부를경계하는해발960m,’진고개’다.
햇살이쨍쨍한데도긴소매셔츠가부담스럽지않을만큼
가을은완연하다.

비가오면땅이질어’진고개(泥峴)’라는설과고갯길이길어
긴(長)고개라고하다가방언의구개음화(ㄱ→ㅈ)로
진고개가되었다는설이상존한다.

고갯마루옆으로넙데데한돌이박힌편안한길을따라걷다보면
들꽃(고려엉겅퀴)이지천인비탈진묵은밭을지나게된다.
코발트블루하늘과보랏빛들꽃의하모니가가을서곡이되어
격하게가슴팍을울리는걸보니또가을인게다.

휘적휘적밭둑길을걸어숲길로들었다.
꿈길같은오솔길이계속이어져괜시리송구한마음이들즈음,
비로소팍팍한계단길이보란듯시작된다.
쉼없이25분남짓꾸역꾸역올라서자,길은또다시꿈길이다.

전나무,팥배나무,고로쇠나무,피나무,시닥나무,쪽동백나무,
서어나무,느릅나무,신갈나무…그리고투구꽃까지,
등산이라기보다한가로이수목원을거니는기분이다.

그렇게3.6km를호사스럽게걸어이른곳은노인봉삼거리,
날머리소금강분소까지는아직9.3km나남았다.
여기서왼쪽으로방향을틀어300m를오르면노인봉이다.
삼거리에서노인봉오름길은지금까지와는달리좁고비탈지다.
고로,교행에있어양보와배려가필요한구간이다.

해발1,338m의오대산노인봉에섰다.화강암봉우리다.
오대산의능선은소잔등처럼완만하나봉우리는높고골은깊다.
노인봉에노인은없고건각들만가득하다.
노인봉에서의조망은역시나명불허전이다.
북쪽으로오대산의주봉인비로봉(1,563m)이위용을더하고
남쪽으로는노인봉과마주한황병산(1,407m)이듬직하게다가선다.
사방으로내닫는첩첩고봉준령은장쾌하고역동적이다.

노인봉을내려와삼거리에서소금강방향으로100m를진행하여
노인봉대피소앞그늘숲에배낭을내렸다.
깔판을펴대여섯명씩둘러앉아각자챙겨온먹을거리를펼쳤다.

알싸한북어해장국과돼지목살김치찌개까지납신다!
보온통성능이좋아진탓에방금끓여낸듯하다.
뿐이아니다.감자볶음,돈까스,배추전,동그랑땡…
더하여,머루,복분자로담근약술까지.
시각과후각과미각의충돌이다.
이러느라산중오찬에만1시간이소요되었으니…

이곳대피소에서소금강분소까지9.2km,만만찮은거리다.
내뜻과반하게?오늘도내장을빵빵하게채웠다.
뭐,애초다이어트를위해산을찾는다면생각할수없는대목이다.
어설프지만나름대로의산행법칙?은,오로지’樂山樂水’에있다.

대피소를지나산비탈로난완만한숲길을걷다보면
서북방향이탁트이는바위능선을맞닥뜨리게된다.
편안하던길은비로소조금씩본색을드러낸다.
‘낙영폭포위’라표시된이정표를지나고무매트가깔린
목계단을어느만치내려서니희미하던물소리가점점또렷해져온다.
소금강계곡의시작점인낙영폭포가가까워진게다.
‘작은금강’이라는뜻의’小금강’이란이름은조선시대학자인
율곡이이의저서’청학산기’에서유래한것으로주변산세의규모와
경관이금강산을닮았다하여붙여졌다.

숲길들어이제서야계류와만났다.
암반을타고흐르는물이벼랑을만나하얗게포말을일으키며
곤두박질친다.낙영폭포다.

낙영폭포를시작으로광폭포,삼폭포,상팔담,이련폭포,오작담등
크고작은폭포와소가계곡을따라무릉계까지쭈욱이어진다.

만추일때존재감이확실한오대산이지만,
계곡을걸으며나무한그루,돌하나그리고귓전에와닿는물소리,
산새소리가좋은지금,가을서곡의느낌도그만이다.

소금강의절경에취해잠시넋을놓았던걸까?
발을삐끗했다.일행중한명이잽싸게응급키트에서
젤타입파스를꺼내넉넉히발라발목을마사지했고이어또다른신의손?이
붕대를잡더니노련한솜씨로발목을압박해가며감았다.
혹시나했더니역시나!병원간호경력이짱짱한분이었다.

그렇게신의손?을빌어제대로응급처치를한덕분에
더는민폐끼치지않고귀면암,구룡폭포,식당암,금강사,
무릉계를지나소금강분소까지무사히걸을수있었다.

총이동거리는14km
총소요시간은7시간04분
단순이동시간은4시간45분


1 Comment

  1. 데레사

    2014년 9월 25일 at 12:45 오후

    노인봉에노인은없고건각만가득하다는말에
    웃어봅니다.

    응급처치를잘하시는분들과함께하셔서다행입니다.
    늘안산하시길바랍니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