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알라룸푸르공항 제2터미날 누더기 활주로를 보면서

나는 지난 30년 동안 동남아시아를 여행하면서 말레이지아 항공업계에 놀라움을 느꼈다. 경제규모나 국력을 따지면 우리나라가 말레이지아를 훨씬 앞서고 있지만 항공업계의 평가는 말레이지아가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말레이지아항공을 이용하면서 특별히 두 항공사 모두 불편함이 없어 만족하는 수준으로 느꼈지만 세간의 평가에는 말레이지아항공이 한 수 앞서고 있는 것은 사실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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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레이지아항공 A380기, 쿠알라룸푸르공항에서 촬영. 2014년 8월 촬영.

 

말레이지아항공 …… 작년 두 건의 추락사고에도 불구하고 SkyTrax 별 다섯개 최고등급항공사

개인적으로는 별로 공정성을 신뢰하지 않지만 항공업계 평가기관인 SkyTrax의 평가도 대한항공이 별 네 개의 등급으로 머물고 있지만 말레이지아항공은 매년 5-6개 항공사만 지정되는 별 다섯 개의 최고등급에 꾸준히 오르고 있다. 한편 1989년 아이들과 부모님을 모시고 우리 가족이 말레이지아와 싱가폴을 처음 여행하였을 때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페낭행 국내선 항공권을 발권하는데 우리 일행이 가족임을 확인하고는 가장인 나만 100% 지불하고 가족들은 50% 가까이 할인해주어 깜짝 놀란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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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 최대의 저비용항공사로 성장한 에어아시아 A320, 100번째 도입한 항공기. 2015년 1월 촬영.

 뒤로 쿠알라룸푸르공항 제2터미날 국내선전용 J Concourse 앞 주기장에 재포장한 흔적이 보인다.

 

아시아최대의 저비용항공사 AirAsia,  최고급 시설의 저비용항공사 Malindo Air

저비용항공사의 경우도 외형을 비교하면 말레이지아가 우리나라를 훨씬 앞서고 있다. 말레이지아의 대표적인 저비용항공사인 에어아시아는 우리나라 보다 훨씬 앞서 설립되었고 초기에 중고 B737여객기로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사들이 10년 넘은 중고제트기를 도입하여 운항을 시작할 즈음에는 에어아시아는 중고 B737기를 모두 처분하고 A320 새 기체로 바꾸기 시작하여 현재는 말레이지아의 에어아시아만 해도 보유대수가 A320 81대로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사들의 보유대수를 합한 것 보다 훨씬 많으며 평균기령도 5년 미만에 그치고 있다. 2013년 취항을 시작한 말레이지아의 새로운 저비용항공사 Malindo 항공은 일반항공사 보다 넓은 좌석과 보잉의 최신형 인테리어인 BSI (Boeing Sky Interior)로 꾸민 고급기재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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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레이지아 저비용항공사 Malindo항공. B737-900ERWL, 2015년 1월 촬영.

말린도항공은 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 그룹으로 저비용항공사 중에서 좌석도 넓고 가장 시설이 좋다.

 

세계 Top 5~10 안에 선정되는 Kuala Lumpur 국제공항

항공사 뿐만 아니라 공항시설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쿠알라룸푸르공항(KLIA)은 경쟁공항인 홍콩의 첵랍콕공항(HKG), 샹하이푸동공항(PVG), 인천공항(ICN)에 앞서 1998년에 초현대식의 공항으로 등장하였다. 이를 두고 말레이시아의 일부 여론은 과시욕에 사로 잡혀 너무 외형만 추구한다는 비난도 있었을 정도다. 그리고 작년 5월에는 공항을 넓혀 메인터미날에서 3km 떨어진 곳에 세계최대규모의 저비용항공사 전용터미날인 제2터미날(KLIA2)을 오픈하였다. KLIA2의 규모는 탑승구가 68개로 인천공항의 메인터미날(44개), 방콕수완나붐공항(BKK, 51개) 보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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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알라룸푸르국제공항 제1터미날, Aerotrain. 쿠알라룸푸르공항에서 촬영

쿠알라룸루프공항은 제1, 제2 터미날 모두 메인빌딩에서 탑승구까지 활주로(정확한 표현은 유도로 Taxiway)를 가로질러 이동하는 설계로 활주로를 오가는 항공기를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는 매력적인 공항이다. 제1터미날은 메인터미날에서 대부분의 국제선이 사용하는 A Satellite(C Concourse)까지 Aerotrain으로 연결하고 있다. Aerotrain은 유도로가 지나는 부분만 지하로 지나고 그 외에는 공항 한 복판을 지상으로 운행하여 오가는 비행기를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인기가 있다.

제2터미날은 메인터미날에서 유도로 건너편에 있는 Satellite(P, Q Concourse)까지 유도로 위로 육교(SkyBridge)를 만들어 발 아래로 지나가는 항공기들을 볼 수게 만들었다.   활주로(유도로) 위에 육교를 만들었다는 발상이 재미 있고 미국의 Denver 공항에도 Sky Bridge가 있다고 들었다. 승객들은 Sky Bridge를 지날 때 아래로 지나가는 비행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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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알라룸푸르 제2터미날 Sky Bridge의 모습. 2004년 5월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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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y Bridge 아래로 지나가는 항공기의 모습. 2004년 8월 촬영.

그러나 잘나가는 것처럼 보였던 말레이시아의 항공업계에 작년부터 어두운 그림자기 드리우기 시작하였다. 물론 그 이전에도 세간의 평가와는 별도로 내부적으로 말레이시아항공의 재정이 위기에 빠진 적도 있었지만 말레이시아 항공에 대한 소비자의 평가는 변함이 없었다.

말레이지아 항공업계 …. 첫 번째 위기 MH370편 실종사건

첫 번째 위기는 작년 3월에 발생한 MH370편 B777기 실종사건이다. 사실 항공기 사고는 2,3류 항공사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2009년 에어프랑스의 A330도 추락사고가 있었고 영국항공의 B777도 런던 히드루 착륙과정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다. 그러나 MH370편의 실종사고는 말레이지아 당국의 우왕좌왕하는 사고처리 과정을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한테 큰 실망을 주었다. 물론 MH370 실종사건이 항공기사고에서는 드물게 사고 원인은 물론 과정과 결과 모두 사고기와 탑승객의 행방을 찾을 수 없는 미스테리에 빠졌지만 실종된 사고기를 찾기 위해 코코넛을 든 주술사가 등장하는 등 나름대로 그 나라의 문화라고 봐줄 수만은 없었던 해프닝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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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3월과 7월에 두 차례 사고를 당한 B777-200ER과 같은 기종.

 

제2탄 … 말레이지아항공 MH017편 피격사건

MH370기가 실종된지 불과 반 년도 지나지 않아 작년 7월 우크라이나 영공에서 발생한 MH017 피격사고는 또 한 번 전세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이렇게 한 해에 대형여객기가 연달아 사고를 낸 것은 유례가 드문 일로 두 번째 MH017기는 우크라이나 반군에 의한 무력시위에 희생된 사고였지만 말레이시아항공이 연료절감을 위해 무리하게 국제분쟁지역을 비행했다는 일부 비난을 받으며 치명타가 되고 말았다.

연달아 발생한 두 건의 대형사고로 말레이시아항공의 승무원들은 비행공포증에 빠져 이직을 하는 직원들이 늘었고 승객들의 기피현상도 심해져 한 승객은 거의 전세기 수준으로 여행했던 기내모습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하였을 정도였다.

 

말레이지아도 덤테기 쓴 인도네시아 에어아시아 추락사고

작년 말에 발생한 인도네시아 에어아시아 QZ8501편 추락사고는 사고기의 국적이 인도네시아였지만 모기업 에어아시아가 말레이지아였기 때문에 말레이지아 항공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무척 컸다고 한다. 특히 사고처리과정에서 인도네시아에어아시아의 CEO 보다는 에어아시아그룹의 CEO인 토니 페르난데스가 주도하여 사고기의 국적과 상관없이 많은 언론들도 에어아시아 그룹을 배출한 말레이시아의 일로 여기는 경향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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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네시아에어아시아 A320기, 방콕돈무앙공항에서 이륙하는 모습, 2014년 9월 촬영.

QZ8501편 추락사고 …… 급성장하는 아시아항공업계 모두의 문제일수도

물론 인도네시아에어아시아의 모그룹이 말레이시아에 있지만 QZ8501사고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말레이시아가 아니라 인도네시아다. 그렇지 않아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도네시아는 Flag Carrier인 가루다인도네시아를 비롯하여 모든 항공사들이 EU BAN 리스트에 올려져 있었다. 유럽연합이 인도네시아 항공업계 전체를 안전도에서 믿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특정 항공사가 아닌 한 나라의 모든 항공사들이 EU BAN에 오른 것은 아프리카의 약소국가들 뿐이었으니 인구를 기준으로 세계 4위인 인도네시아로서는 모욕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 후 가루다인도네시아(GA)와 인도네시아에어아시아(QZ)는 EU BAN에서 제외되었는데 인도네시아 제3의 항공사인 인도네시아에어아시아의 QZ8501편 A320기의 추락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QZ8501편 사고원인이 악천후에 미숙한 조종사의 대응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어 이는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지아 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을 포함한 급성장하는 아시아 전체 항공업계의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정식 취항전 부터 보수공사를 하고 있었던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터미날

한편 쿠알라룸푸르공항의 제2터미날 KLIA2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완공일정을 수차례 연기하면서 작년 5월 개장한 KLIA2는 완공 이전에 새로 깐 활주로의 균열로 재공사를 하였을 정도였다. KLIA2는 세계최대의 저비용항공사라는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개장하였지만 폭우로 활주로가 잠기고 균열이 계속 발생하는 등 문제가 속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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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항한 첫 주의 쿠알라룸푸르 제2터미날 앞 유도로의 노면상태. 2014년 5월 촬영 

  – 이미 사용도 하기 전에 보수공사를 한 흔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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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온 후 배수가 안되 물이 고여있는 제2터미날의 유도로의 모습, 2014년 9월 촬영.

우여곡절 끝에 KLIA2는 오픈하였지만 터미널 주변의 주기장과 유도로는 이미 재공사한 표시가 완연히 들어났다. 나도 KLIA2가 개항한 주에 에어아시아로 KLIA를 이용하였지만 이착륙 과정에 유도로를 따라 탑승구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활주로의 포장상태가 아주 좋지 않았던 것을 직접 체험할 수도 있었다.

 

배수불량과 활주로 노면(Tarmac) 균열 … 방콕 수완나붐공항 악몽의 재현

개장하자 처음 닥친 폭우에 유도로의 일부와 주기장 상당 부분이 물에 잠기는 소동도 벌어졌다. KLIA2를 이용하는 항공사들의 조종사들의 불만도 터져 나왔다. 그 후 작년에 몇 차례 인도네시아를 여행하는 길에 KLIA2를 몇 차례 더 찾았지만 여기저기서 보수작업을 하는 장면이 목격되었다.

* 개장한지 1년도 못 되어 곳곳에 보수공사중인 방콕수완나붐공항 유도로. 2007년 6월 촬영.

문득 방콕 수완나붐공항의 일이 생각났다. 수완나붐공항도 개항하자마자 활주로의 균열도 활주로가 폐쇄하여 공항이 혼란에 빠져 수완나붐공항의 개장에 따라 민항기의 운항을 폐지했던 구 돈무앙공항에 일부 항공편을 비상착륙시키는 사태까지 벌어졌고 결국 돈무앙공항을 국내선전용공항으로 사용하도록 정책까지 변경하게 되었다.

 

현지 언론에 의하면 KLIA2의 활주로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완공하기 전에 항공기들이 다니지도 않은 상태에서도 균열이 있었을 정도라고 한다. KLIA2가 개장한 후에 인도네시아를 여행하는 길에 몇 차례 KLIA2을 찾았지만 터미널의 콩코스 사이를 지나는 유도로와 주기장의 모습은 점점 누더기로 변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말레이시아언론에 의하면 KLIA2 재포장공사는 내년에나 끝나게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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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알라룸푸르국제공항 제2터미날, 유도로 공사장면, 2015년 1월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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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알라룸푸르 제2터미날 Pier Q 계류장의 공사장면, 2015년 1월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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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년5월 개항한 이후 불과 3개월 만에 재포장공사를 많이 한 흔적이 보인다.  


인도네시아에어아시아를 포함한 세 차례의 대형항공기사고와 맞물려 공항의 부실공사와 함께 볕들날 만 있을 줄 알았던 말레이시아의 항공업계에 먹구름이 짙게 깔리고 있다.  새삼 개항한지 벌써 14년이 되었지만 큰 잡음 없이 순항하고 있는 인천공항이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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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공항의 활주로의 노면상황, 개항한지 10년 지났지만 깨끗한 편이다. 2014년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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