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 보다 싼 요금으로 다녀온 일본여행

 

지난 주 수요일 일본 시코쿠(西國) 의 다카마쓰(高松)를 경유하여 오카야마(岡山)까지 왔다. 이른 아침 인천 집을 떠나 이용한 교통편은 마을버스, 인천지하철, 공항철도,  인천~다카마쓰 항공편, 다카마쓰 공항버스, 다카마쓰~나오시마(直島) 페리, 나오시마~우노(宇野)까지 페리,  우노~오카야마 철도교통편 이다. 그중 가장 싼 요금을 지불한 것은 에어서울의 인천~다카마쓰 RS741편으로  순수한 요금은 단돈 900원으로 집에서 인천지하철역 까지 타고 간 마을버스 (카드요금 950원) 보다 싸다. 항공사몫인 유류할증료 10,200원을 포함해도 편도 11,100원에 불과하니 서울에서 대전까지 일반고속버스요금(10,300원) 수준 이다. 공항세를 포함해도 왕복 61,100원 이다. 물론 저비용항공사들의 치열한 경쟁에서 나온 이벤트 요금이라 자주 있지는 않지만 일단 이벤트 기간에는 어렵지 않게 예약이 가능한 요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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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어서울 RS741편 A321-200, HL7790기, 인천공항 에서 2019년 6월12일 촬영.

 

AIR SEOUL . . . . . . 하이브릿드항공 ? . . . . . . or not 아닐 걸 !

에어서울의 국제선은 이번이 첫 번 여행 이다. 게이트에 대기한 기체는 HL7790, 10년 전 아시아나항공이 도입하여 사용하다 2017년 년 에어서울로 넘겨 진 기재다. 에어서울은 저비용항공사 중에서 가장 후발업체이지만 널럴한 좌석과 모든 좌석에 모니터가 달려 다른 저비용항공사와 차별화를 이루고 있다. 모니터도 9인치로 아시아나항공의 중거리 국제선기종인 A330의 모니터 보다 해상도가 높은 것이다. 모니터를 통한 기내광고방송에는 ‘LCC인데 이렇게 자리가 넓어도 돼 ?’ 라고 나오는데 다른 저비용항공사의 좌석 보다 3인치 넓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좌석공간이 넓은 것도 그렇지만 좌석마다 모니터가 달린 것도 다른 저비용항공사와 차별화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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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7월 에어서울 초기 때의 에어서울 기체 A321-200, HL8255, 제주공항에서 2016년 7월20일 촬영.

외국의 경우 저비용항공사로 출범하면서 일반항공사와 같은 넓은 좌석과 좌석마다 모니터를 설치한 항공사는 말레이지아의 Malindo 항공과 일본의 StarFlyer 항공이 있다. 모두 내가 자주 이용한 항공사들이다.

Malindo 항공과 StarFlyer 항공은 처음 부터 Hybrid 항공사를 표방하고 있다. Hybrid 항공사가 딱히 공식적인 명칭은 아니지만  저비용항공사(LCC)의 요금체계와 일반항공사(Full Service Carrier)의 서비스를 결합한 차별화된 LCC인 셈이다. 일본의 StarFlyer항공은 부산-키타큐슈 노선에 취항한 적 있었지만 아쉽게도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이번 기회에 사진으로 확인해 보니 에어서울의 모니터와 2012년 탑승했던 일본 StarFlyer 항공의 모니터는 같은 모델 이다.  Malindo 항공은 인도네시아의 최대항공사인 Lion Air가 AirAsia에 대항하기 위해 말레이지아에 세운 자회사로 쿠알라룸푸르에서 방콕을 오갈 때 자주 사용하는 항공사다. StarFlyer는 모니터를 통해 도착공항의 정보를 소개하며 Malindo 항공은 일반항공사에서 운영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AVOD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음악과 영화도 감상할 수 있으며 간단한 스낵과 음료수도 서비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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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하이브리드 항공사 StarFlyer A320 , 2012년 부산-키타큐슈 노선에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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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lindo 항공 B737NG, 기내식과 모니터가 있는 AVOD 시스템이 있는 넓은 좌석. 쿠알라룸푸르-방콕 노선에서 촬영.

 

에어서울의 좌석 모니터 . . . . . . 주문형(AVOD)가 아닌 일방적 기내홍보용   

그러나 에어서울의 경우는 좀 다른 것 같다. 에어서울이 처음 시작할 때인 2016년 7월에 에어서울 국내선 제주-김포 노선을 이용한 적이 있었다. 당시 에어서울의 인상은 조금 서두른듯 아시아나항공에서 넘겨 받은 A321기의 도장도 그래로였고 동체가운데의 빈 공간에 AIR SEOUL 이란 핑크색 스티커를 붙혔지만 그나마 강렬한 원색의 아시아나색채에 묻혀 잘 나타나지도 않았다. 객실도 아시아나항공에서 사용하던 그대로였다. AVOD 시스템이 깔린 좌석들 이다. 기내에 비치된 비상안내도는 새로 인쇄했지만 위생봉투는 아시아나항공 것 그대로다. 변한건 승무원들의 유니폼 하나 뿐이었다. 그때는 미처 좌석을 LCC 형으로 개조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3년이 지난 지금도 아시아나항공에서 사용하던 좌석 그대로인 것을 보면 시간이 없어 좌석을 개조한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http://blogs.chosun.com/drkimdj/2016/07/21/에어서울-왜-그리-서둘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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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에어서울이 하이브릿드 항공사로 나가는 것 같지는 않다. 우선 아시아나항공 당시 사용하던 AVOD 시설이 지금은 일방적인 기내방송용으로 사용되고 있을 뿐 이다. 동영상은 외국의 코미디프로 하나를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으며 리모콘은 음악이나 동영상을 선택할 것이 없으니 볼륨 외에는 작동하지 않는다.  에어서울 모니터에서 유효한 정보는 운항상황을 실시간 보여주는 Air Show 정도다.  그래도 다행히 에어서울의 AVOD 시스템에서 USB 및 전원충전 기능은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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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어서울이 보유한 7대의 A321기 중에서 2년 전에 새로 도입한 기재(220석)를 제외하고는 모두 195석으로 좌석이 넓다.

 

에어서울 . . . . . . 새로 도입하는 기재는 LCC 형 비좁은 좌석 

일본 StarFlyer나 말레이지아 Malindo 항공은 처음 기체를 도입할 때 AVOD 시스템이 있는 좌석을 선택했고 좌석 간격도 일반항공사와 같은 수준으로 주문한 것이다. 그러나 에어서울은 아시아나항공이 사용하던 기재를 물려 받는 과정에서 기존의 좌석을 좁히지 않았던 것 같다. 모니터가 달린 좌석도 일부러 교체할 필요도 없었을 것 같다. 그러나 AVOD 시스템을 운영하려면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AVOD 하드웨어는 갖추었지만 주문형(on demand) 소프트웨어는 사라져 승무원이 틀어주는 동영상과 에어쇼만 볼 수 있게 되었다.  한편 에어서울은 2년 전 부터 아시아나항공에서 물려 받은 것 외에 새로운 A321기를 도입하기 시작했는데 이들 기재는 좌석이 10% 늘어난 220석으로 좌석 간격이 전형적인 LCC 수준 이다.  에어부산도 새로 도입하는 기재는 A320은 162석에서 180석으로, A321기는 195석에서 220석으로 역시 LCC 수준의 좁은 좌석을 갖추고 있다. 어쨋든 에어서울의 좌석이 넓었다가 좁아져도 다른 LCC 만큼은 되니 뭐라 할 수는 없지만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정감이 가는 기내안전수칙 동영상 

에어서울의 안전수칙은 기내 모니터를 통해 동영상으로 안내 된다.  사실 모니터가 없는 비행기를 타면 눈여겨 관심보이는 승객도 없는데 승무원들이 원칙에 따라 비상시 안전수칙을 설명하는 몸짓을 보면 안스럽기 짝이 없었는데 이런 쑥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서 승무원이나 승객 모두 좋은 것 같다. 그런데 에어서울의 안전수칙 동영상이 재미 있다. 보통 이런 방송은 여자 목소리로 안내하는데 톤이 낮은 부드러운 남성 목소리다. 말하는 어조도 판에 박은 원고를 읽는 것이 아니라 황구(yellow dog)라는 가상 승객을 만들어 동생한테 설명하는 듯한 말투가 듣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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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내안전수칙안내 동영상으로는 최고, 재미있어서 보았을 정도로 . . . (에어서울에서 상영하는 안전수칙 동영상)

 

그린이 살아 있는 일본 상공 . . . . . . 황사 영향이 덜한 듯

일본을 여행할 때 마다 부러웠던 것은 녹색 빛이 살아 있다는 것이다.  황사나 공기오염이 우리나라 보다 덜 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여행에서 기대했던 것은 세토내해의 모습을 하늘에서 보는 것이다. RS741편의 항로는 세토대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시야에서 보이지 않는다. 귀국편 RS742편의 항로가 세토내해 가까이를 지나므로 그때나 기대해 봐야할 것 같다.

비행기가 혼슈를 가로질러 세토나이카이(瀬戸内海) 상공을 지나 시코쿠로 들어간다. 세토내해는 몇 년 전 부산-오사카 구간을 페리로 여행하면서 크루즈여행을 한 적이 있지만 하늘에서 본 모습과 바다에서 보는 모습은 느낌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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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토내해를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모습, 2019년 6월12일 에어서울 RS741편에서 촬영.

 

크루즈를 즐기기에 좋은 세토나이카이(瀬戸内海)

세토내해를 가로질러 혼슈와 시코쿠를 연결하는 다리는 모두 세 곳에 있지만 그중 철도가 지나는 다리는 혼슈의 오카야마와 시코쿠의 가가와를 잇는 세토오하시(瀬戸大橋) 뿐 이다. 세토오하시는 세토나이카이에 있는 다섯 개의 작은 섬을 연결하는 복층구조의 대형교량으로 윗층은 자동차도로, 아랫층은 철길이 지난다. 총길이는 13.1km 이며 바다를 건너는 교량부분만 해도 약 9.4km로 서울역에서 영등포역까지 거리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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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토나이카이 크루즈, 다카마쓰~나오시마 항로에서, 2019년 6월12일 오후 촬영.

 

세토오하시라인과 별도로 세토나이카이에는 여전히 섬과 섬들을 연결하는 크루즈가 거주민한테나 관광객한테 인기가 높다. 시코쿠의 관문 도시인 다카마쓰(高松)항에서는 박물관섬으로 유명해진 나가시마(直島), 쇼도시마(小豆島) 등을 운항하는 카페리가 자주 있으며 이들 섬에서는 혼슈쪽 오카야마현의 우노(宇野)항까지도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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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토내해에 있는 나오시마섬의 미야노우(宮浦)항구 마을의 모습. 2019년 6월12일 촬영.

이번 항공편은 인천-다카마쓰 왕복구간을 예약했기에 귀국하는 날은 오카야마에서 이른 아침 기차편으로 다카마쓰로 세토오하시를 건널 기회가 있었다. 세토오하시 대부분은 철교의 난간 때문에 시야는 좋지 않았지만 중간의 작은 섬을 지날 때 난간이 없어 세토내해의 전망을 즐길 수 있다. 세토오하시를 지나는 마린라이너(Marine Liner)호는 우리나라로 얘기하면 직행 (rapid) 전철 이지만 지정좌석차가 달리는 경우도 있다. 지정좌석차량의 경우 일반석은 아래층, 그린석으로 불리는 특실은 위층에 있는 더블데커인데 일반 지정석은 자유석 객실 보다 낮아 좌석은 좋지만 전망은 안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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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카야마-다카미쓰 노선의 JR 전철로 세토오하시를 건널 때의 풍경.

 

다카마쓰 공항 . . . 일본에서 18번째 규모의 작은 공항

다카마쓰공항은 승객수나 운항편수가 후쿠오카공항의 1/10 정도인 작은 지방공항 이다. 국제선은 서울항공의 인천노선과 중화항공의 타이베이노선, 그리고 중국춘추항공의 샹하이푸동 노선 등으로 단촐하다. 다카마쓰공항은 애초에 국제선에 대비한 설계는 아닌듯 국제선 카운터에서는 승객의 수하물을 한 곳에서 X-ray 체크후 직원이 손수 옮기는 모습이다. 출국편의 좌석은 세토대교의 모습을 보기 위해 A열 창가 좌석을 원했지만 이미 만석이라고 한다. 다행히 맨 앞 세 줄은 MINT ZONE으로 추가 요금으로 배정하는 좌석이라고 하여 기꺼이 1500엔을 지불하고 3A를 배정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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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카미쓰공항 사누키 라운지, Diners 카드로 무료사용이 가능하다.

다카마쓰공항에는 Priority Pass로 사용할 수 있는 공항라운지는 없지만  일본의 많은 공항들은 유료(1080엔)로 사용할 수 있는 라운지들이 있다. 이들 라운지는 Diners 카드 소지자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서비스는 커피와 쥬스 등 음료수 뿐이므로 허기를 채울 곳은 못 된다. 그리고 동반자를 대동할 경우 1시간 이상 휴식한다는 목적이 아니면 차라리 주변의 커피숍이나 음식점이 나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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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카마쓰공항의 옥상전망대, 항공편이 많지 않아 찾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다카마쓰공항에서 일찌기 탑승 수속을 하고 난 후 전망대로 올라갔다. 역시 지금까지 둘러 본 일본의 공항들은 예외 없이 전망대가 있었다. 전망대에서 활주로 건너 편에 프로펠러기 한 대가 전시된 것이 보인다. 얼핏 일본의 제2차세계대전 후 처음 만든 YS-11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YS-11은 대한항공의 전신인 대한항공공사 시절에 도입하여 1976년 까지 운항하였는데 대학교 2년 때인 1974년에 김포-속초 노선에서 한 번 탑승한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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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카마쓰 공항에 전시된 일본제 터보프롭 여객기 YS-11,

당시에는 지정좌석제가 아니라 선착순 원하는 좌석에 앉았는데 창가 좌석의 거의 절반 이상이 날개에 가려 다소 실망했던 기억이 떠 오른다. 지금은 누구나 통로쪽 좌석을 원하지만 당시만해도 항공편여행이 쉽지 않은 시대라 창가 좌석이 인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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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카마쓰공항 전망대에서 본 에어서울 RS741편 HL8255기의 착륙하는 모습, 2019년 6월14일.

flightradar24.com을 검색하니 내가 탑승할 RS741편의 거의 나타날 때가 되었다. 이날 RS741편 기재는 HL8255, 내가 3년 전 국내선에서 탑승했던 기재다. HL8255기가 활주로를 빠져 나와 주기장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출국심사를 받으러 나갔다.

 

에어서울 . . . 유료좌석 MINT ZONE 

요즘 저비용항공사들 뿐만 아니라 일반항공사들도 일반석 좌석 중에서도 승객들의 선호도가 높은 비상구 좌석이나 앞쪽  좌석을 판매하는 것이 추세다. 이번에 하늘에서 세토오하시가 보이는 A쪽 창가 좌석을 확보하느라 1500엔의 추가요금을 지불하고 MINT ZONE의 3A 좌석을 지정받았지만 유료좌석을 선택할 때 또 하나의 장점은 승객이 만석이 아니라면 대부분 옆 좌석이 빈다는 것이다.

 

외모가 비슷한 동북아시아 승객들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사들의 승무원도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못지 않게 친절하다. 아마 국가별대항이 있으면 우리나라가 금메달감이다. 한 가지 사족을 달면 승무원들이 승객들의 국적을 눈치 있게 재빨리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 이다.  나의 경험을 보면 일본항공사나 대만, 중국항공사를 이용하면 승무원이 일본어나 중국어로 말을 건네 오는 경험을 한다. 아무래도 자국민 승객이 많기 때문으로 그러려니 생각하고 넘어 간다. 내가 한국인이라고 밝히면 그 다음 부터는 영어로 말을 건넨다.  그런데 옆에 앉은 일본인 승객은 일본여권을 꺼내 놓고 출입국서류를 작성하는데 에어서울 승무원은 그런 모습을 보고도 한국어로 계속 얘기를 한다. 외모가 비슷한 동북아시아항공사들의 승무원은 좀 더 승객에 대한 세시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이날 1500엔을 추가 지불하고 A 창가 좌석을 확보했지만 아쉽게도 이륙시간에 날씨가 흐려져 세토내해 뿐만 아니라 일본 전역에 구름이 짙게 깔렸다. 세토오하시를 가까이서 지켜보려고 한 노력이 수포로 돌아  갔지만 옆 좌석이 비어 있어서 편안하게 올 수 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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