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오페라하우스

지난 주 하노이 여행 중 마침 베트남국립교향악단의 연주회에 다녀왔다. 베트남의 음악 수준도 궁금했고 장소가 하노이 오페라하우스라 더욱 내부를 보고 싶었던 곳이기도 했다. 마침 예약도 없이 공연장을 찾았을 때 다행히도 좌석이 두 장(VND.500,000 약 25,000원) 남아 있어 헛탕치지는 않게 되었다.

00-ticket-500000VND

* 베트남국립교향악단 특별연주회 티켓.

하노이 오페라하우스는 지난 번 김정은과 트럼프의 회담장소로 거론되었던 곳 중의 하나로 유서 깊은 장소이자 기품이 있어 보이는 곳이다. 베트남의 양대 도시인 구 월남의 수도 호치민(옛이름 사이공)과 구 월맹의 수도였던 하노이에 모두 프랑스 식민시대에 지은 오페라하우스가 있다. 하노이 오페라하우스는 1900년에 오픈한 호치민 오페라하우스 보다 11년 늦게 개장되었지만 규모는 하노이 오페라하우스가 약간 큰 것 같다.

01-hanoi-opera-house-hilton

* 1911년 오픈한 하노이 오페라하우스의 야경. (2019년11월18일 촬영)

SGN-opera-house-IMG_8957

* 1900년 오픈한 호치민시의 오페라하우스

하노이 오페라하우스는 프랑스 파리 오페라하우스로 알려진 건축가 Charles Garnier가 설계한 Palais Garnier와 비슷한데 하노이 오페라하우스도 Garnier가 죽은 다음에 지어졌지만 그의 디자인을 따라 세워진 것이라고 한다.

02-opera-house-hanoi-paris

* 하노이 오페라하우스(2019.11.18 촬영)와 모델이 된 파리 오페라하우스 Garnier Opera (1995.7 촬영)

 

전면 입구에 들어서면 대리석 바닥에 Y자형의 빤간 카페트가 깔린 대형 계단이 분위기를 압도한다. 천정과 벽면에는 크리스탈 샹들리에가 눈부시다. 관중들은 턱시도를 입은 외국인들이 많이 보이는데 하노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로 보이며 현지인들도 정장을 갖춘 상류사회의 모습을 느낀다.  객석은 24m x 24m로 생각 보다 작아 598명을 수용한다. 어디에 앉아도 무대와 거리를 따지자면 우리나라 공연장의 Royal석에 해당하는 거리 이내다.  내부 장식도 영화나 뮤직비디오에서 보던 유럽의 유서 깊은 공연장의 분위기다. 천장 벽화도, 코린드식 기둥도 프랑스 양식 이다. 말 발굽처럼 둘러 싼 2,3층 객석은 BOX석 이다.  무대는 더 좁아 피아노협주곡을 연주하게 되면 중앙에 놓인 피아노에 자휘자의 모습이 가릴 정도다. 과연 이 무대에서 발레공연이 가능할 지 의심스럽다.

 

03-hanoi-opera-house-lobby

* 하노이 오페라하우스 실내 로비와 복도 모습 (2019년11월18일 촬영) 

어느 구석을 둘러 보아도 100년 넘은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기록에 의하면 하노이 오페라하우스는 공산치하에서는  정치적인 집회장소로 사용되다 1997년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국가들의 국제기구 (OIF) 국가 정상회담을 하노이에서 개최하면서 새로 보수했다고 한다.

04-hanoi-opera-house-inside

* 하노이 오페라하우스 객석과 무대의 모습 (2019년11월18일)

이날 연주곡은 Brahms Piano Concerto No.1 & 2 으로 베트남 국립관현악단과 일본인 지휘 아래 두 명의 베트남 피아니스트들이 연주하는데 피아니스트들의 이름을 보니 형제로 보인다. 베트남 사람은 우리나라 사람과 같이 손재주가 좋은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전반적인 음악 수준은 국력에 비해 좋은 평가를 받는다. 1980년 쇼팽국제콩쿨에서 피아노 부분 아시아 최초의 우승자(당 타이 손)도 베트남 출신 이다.  이날 연주에 대해 논평할 만한 식견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흡족한 연주였다. 관객들도 연주에 대한 이해도도 높은 것 같다.  우리 나라는 연주 전에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지 말아 달라는 안내 방송을 내 보내도 중간에 박수를 치는 관객이 있는데 두 곡 모두 여섯 악장을 연주하는데 중간 박수는 나오지 않고 마지막 악장 끝에도 박수를 서두르지 않아 여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날 연주회가 베트남 국내단체와 피아니스트의 공연이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연주가 시작된 후에도 늦게 온 관객을 입장시켜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드 거나, 연주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관객들도 적지 않았지만 이를 말리지는 않는 점은 아쉬웠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