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바보 아니야?

내초라한식탁

토요일아침,이자벨이전화를했다.

이자벨은붉은머리에푸른눈동자를가진미녀이다.

일요일점심에나를보러오고싶다고했다.

사춘이랑같이올텐데전식,후식,치즈그리고와인을자기가준비해오겠다고했다.

내가준비할것은김밥이면된다고했다.

모두프랑스인들이니까프랑스요리를하겠다고했더니

구지김밥이면된다고했다.

아마도내프랑스요리실력을믿지못하는것일거다.

한국식품점갈시간이없었는데생각해보니까며칠전에한국에서

누군가가져다준김이있었다.단무지도없었지만단무지대신새큼달콤한

오이를몇개더넣으면되겠지하고말았는데오늘아침에

김밥을쌀려고보니까김밥용김이아니라조선김이다.

에라모르겠다.되는대로김밥을쌌다.

막상이자벨이도착했는데보니까둘이온것이아니라남자도하나따라왔다.

접시를급하게하나더놓았다.정말이자벨은새우를넣은살라드와바나나,포도,석류를섞어

만든과일칵테일,와인,치즈,과자를등산가방에잔뜩넣어가지고와서

내초라한식탁을풍성하게채워주었다.

그리하여세계를주도하는부자들얘기서부터

세상돌아가는이야기를하다가난,특이한이야기인양

절에서도닦은큰스님이야기를해주었다.

무엇이었느냐하면한국에는벽만바라보고몇십년동안앉아있던

스님이있다고했더니,이자벨을따라온아닉이란여자가툭말을던졌다.

‘그남자,바보아니야?벽만바라보고몇십년을보내다니…’

순간,아이렇게도생각할수있구나싶었다.

난,한국에서그런이야기를수없이들어도그스님들이바보일거라는생각을

해본적이없었다.그러면내가바본가?

산보중만난이쁜백조들,창유리에비친자기들모습에반해있었다.

사실,점심을오후3시까지하고어딘가갈작정이었다.

그런데내집까지오신손님들이산보를같이하고싶어했다.

갈곳이있다고하니까너무나서운하고애달픈눈들로나를바라보기에

그냥같이산보를하기로했다.

아닉은특히한국에관심을갖고있어서

약한시간가량의산보를하며줄창한국의역사와문화에대하여

이야기했다.피곤하지만이렇게관심을갖고한국에대한이야기를들어주는

사람이면난,시간가는줄모르고떠들수있다.

인간 극장을 시청하면서

인터넷으로한국방송을시청하게되면서난,어느새인간극장의애청자가되고말았다.

말그대로인.간.극.장.이다.

사람사는방법들이이렇게다양하다는사실이재미있다.

이번주에는참으로부러운가족이등장했다.

음악을하는가족이다.

아버지도노래를잘하고아들도노래를잘한다.

가족구성원이모두악기를하나씩다루는가족이라너무부럽다.

‘찔레꽃당신’이라는노래도참마음에든다.

이번주토요일에는프랑스방송에서한국의스포츠중계를직접한다고했는데

이제,프랑스에서한국이유행될조짐이보인다.

대한민국만세다!

St Tropez

우연히텔레비젼에서StTropez에대한다큐를시청했다.

세계의갑부들이바캉스를오는지역,화려한요트들이즐비하게정박해있는곳,

거리에서미녀들을감상하는재미가쏠쏠한곳.

어떤갑부는한달에800.000유로를지불하고바캉스를지내러온다고했다.

8십만유로면우리돈으로1억2000만원이넘는다.

물론서비스는최고,요리사들이고객의입맛에맛는요리를만들기위해

한달내내고심한다는이야기이다.

물론일주일에3000유로짜리집도있다.집세만그렇다는말이다.

여름3달벌어서일년내먹고사는직업이판을치는곳이다.

화려한요트들,으리으리한자동차들이현란하게빛나는곳이다.

이번에JacquesChirac부부도그곳에서일주일을보내고다른곳으로이동했다고한다.

백만불짜리다리의브리짓드바르도가둥지를틀고있는장소이기도하다.

별로내키지않는장소이지만쟈닌이그근처에작은아파트를가지고있으니

내년겨울에한번가볼까생각한다.지난2월에오라고오라고했는데

가지않았었다.쟈닌은햇빛을좋아해서겨울이면그곳에가서지낸다.

MmeChirac이내편지에답장을보내주셨다.

StTropez에가면누구보다도브리짓드바르도를만나보고싶다.

‘저도엄청동물을좋아하거든요.’

이렇게말하면그녀가좋아할것이다.

어린이 놀이터에서

어린이놀이터에갔다.

오랫동안가지못했었던건지가지않았던건진모르겠지만

많은변화가있었다.

보지못했던새로운놀이기구들이있었다.

아이들이우루루줄을서있는놀이기구에눈이멈추었다.

아이들마다놀이를타는모습이제각각이었다.

그아이들은몸무게가기껏해야20킬로정도일것이었다.

옹기종기줄을서서차례를기다리는아이들이너무이쁘다.

아이들이잘못될까살피고있는부모들이몇몇있었다.

이곳에서는아이들도어른들도평화롭다.

chocolat

슈퍼에갔다가어린시절의추억에눈이멈추었다.

바로M&M쵸코렡이었다.갑자기어린시절에느꼈던냄새,맛같은것이그리움으로

다가온것이다.내어린시절,쵸코렡은아무나먹을수있는것이아니었다.

그쵸코렡은미군부대에서흘러나오는것이었고값이비싼것이었다.

이상표의쵸코렡회사는ForrestMars라는사람이1935년에설립했는데

2차세계대전에참여한미군들에게선풍적인인기를끌어모았다고한다.

그것은녹지않는쵸코렡을만들고자하는아이디어에서나온것이라고했다.

색색깔의조그만단추같은모양을한이쵸코렡은처음에단단한것을깨무는즐거움을주고

깨무는순간부터아련한느낌의우유냄새비슷하면서도뭔가독특한맛의

아주맛있는쵸코렡이다.

고 등어

언젠가한국식당메뉴판에서’고등어구이’를발견하고먹었던적이있다.

물론반가운김에식당주인에게프랑스에도고등어가있냐고물으니까

maquereau라는생선이고등어와비슷하다고했다.

프랑스에서는maquereau라는생선을주로통조림해서팔고있는데그생선이

참물렁물렁한생선이다.의아해하면서한국식당의고등어구이를먹었을때도

아니나다를까한국의고등어와는영다른맛이어서실망한기억이있다.

그런데며칠전우연히냉동식품가게picard에서냉동된maquereau를샀다.

그리고하룻밤동안밖에내놓았다가아침에깨끗히씻어서소금을약간뿌리고

후라이팬에기름을두르고구우니세상에한국에서먹던고등어구이맛에거의일치하는것이었다.

너무나큰행복을발견했다는기쁨에프랑스에오래사신어느분에게말씀드렸더니

가르쳐달라고조르신다.나보다훨씬프랑스에오래사셨으면서도

이런것을모르셨다니괜히우쭐한기분도들고그분의집을방문할때

두조각구어다드렸더니얼마나잘드시는지…

아래사진은고등어를구어서먹다가생각나서찍은사진

그리움이 돌아왔다.

그리움이돌아왔다.

바람이심해서못왔던것일까?

홍수가나서못왔던것일까?

길이막혀서못왔던것일까?

그리움이돌아왔다.

그리고다시외로움은시작되었다.

억울해!사랑이란이름으로내운명을방해하지마!

그런식으론절대로사랑을얻을수없다는거

그리고그건사랑이아니라는거

알만한인간이었다면이미내사랑을얻었겠지?

이 여인

벤취위에고통스럽게엎드려져있는여인을보았다.

무엇이그녀를저토록고통스럽게하는지살며시다가가물어보고싶은충동을

지그시누르며그녀를지켜보았는데도무지움직이지를않는다.

가서말을걸어도귀찮아할만큼고통스러워하고있는듯싶다.

오래전에어떤백인여인이떠올랐다.

프랑스에는시떼유니벡시떼라는유학생들전용기숙사가있는데

여러나라가그안에자국기숙사를가지고있다.

이승만대통령때프랑스정부가한국관을제의했는데거절했다는설이있었다.

그래서한국관은없는형편인데요즘한국관건설을추진하고있다고들었다.

어쨋든그곳에는학생전용식당이있어서아주싸게밥을먹을수있는데

식권을판매한다.그때나도식권을가지고학생식당에들어가기위해줄을서고있었다.

그런데이쁘장하게생긴백인여인이식권을구걸하고있었다.

천성적으로동정심이많은나는그녀에게식권을한장주었다.

그리고식당안에서쟁반에내가먹을것들을챙겨서자리를찾고있는데

아까내게식권을얻은그백인여인이혼자앉아서밥을먹고있는것이다.

난,문득호기심이발동했다.

그녀에게어떤기구한사연이있기에싸구려학생식당의식권을구걸해야하는지

들어보고싶어졌다.그래서내식사쟁반을받쳐들고그녀에게다가갔는데

그녀가슬며시내게등을돌리는것이다.

내게식권을구걸한것이챙피했던것일까?

그렇게생각하면서그냥피해주었던기억이있다.

저여인도혹시내가작은동정심으로호기심을표현하면

그때그여인처럼등을돌릴수있다는생각이퍼뜩들어서다가가던발길을멈추어버렸다.

어쩌면백인으로서황인종의동정심을받는다는것이참을수없을지도모른다.

아니면너희가어떻게내고뇌를이해하겠어라고생각하는지도모른다.

너무나고통스럽게웅크리고있는그녀의야윈등이작품같다는생각이드는오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