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카페를 나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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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 작가가  중국인 여자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소설을 썼다. 남자 작가로서 여자 주인공의 입장이 되어서 나래이터가 되는 것도 힘들텐데 중국인 여자가 나래이터가 되는 소설을 써서 내놓았다. 2년에  걸친 작업이었다고 했다. 모든 소설은  자서전적인 요소가 있는것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이런 소설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인간의 상상력에는 한계가 없을 수도 있는 것이다. ‘ 프랑스 남자인 당신이 어떻게 중국 여자의 감성으로 소설을 쓸 수 있었느냐고?  그러한 작업이 가능한 것이냐고?  질문을 던졌더니 책을 읽어보고 나서 중국 여성의 감성을 잘 그렸는지 못그렸는지 평가해 달라고 매우 여유있게 대답한다.  그렇게 재능있는 작가들도 어쩌면 존재하는 것이다. 어쩌면 난, 늘 완벽하고 싶어서 미리 포기하는 것이 많은 사람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문학카페를 나왔다. 이틀전까지만 해도 날씨가 몹시 흐리고 추웠는데 어느새 여름의 무더운 기운이 느껴진다. 밤 10시가 넘은 시간, 버스를 타면 대여섯 정거장 가는 거리를 걸어서 가기로 결정을 한다.  불과 일주일 전에만 해도  한 경찰관 부부가 살해 당해서 어둡기만 했던 빠리의 분위기가 어느덧 제 모습을 찾는것같기도 하다. 프랑스의 올란드 대통령은 한 테러범에 의해 무참하게 살해된 경찰관 부부를 위해 며칠전 웅대한 기념식까지 진행했다. 단숨에 부모를 잃은 아이들 셋은 정부에서 후하게 책임을 져 준다고 했다. 어떻게 프랑스 땅까지 감히 테러범들이 침입을 하느냐고 분개하는 시민들이 많았었다. 프랑스는 아직도 전쟁중인 것이라고 분개하는 시민이 많았었다. 끝이 나지 않을 것같은 위기 의식 속에서 경제는 침체하는 듯도 싶었었다. 그런데 지금 시각 밤 10시가 넘은 이 시간에 레스토랑들이 손님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 어쩌면 여름이 비로서 시작되는 것같은 더위와 함께 빠리는 예전의 활기를 다시 찾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레스토랑들은 밤이 늦도록 사람들로 붐비고  빠리의 한여름밤 기운은 상쾌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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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인들, 그들은 도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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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tv 방송에서 이 영화를 만든 이반 아탈을 인터뷰 하는 장면을 본 것이 몇주전이다. 호기심이 발동해서 그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었었다.

특히 그와 삶을 나누고 있는 여자가 내가 좋아하는 가수, 세르즈 깽즈부르그의 딸이라는 사실이 내 호기심을 자극했었다. 가수 세르즈는 프랑스가  찬미하는 천재 작곡가였었고 프랑스의 미녀 여배우들을 노래하게 만든 가수로도 이름이 알려졌었다. 이미 고인이 되어버린 가수지만 그는 프랑스인들의 가슴에 남아 있는 가수이다. 인터뷰에서 알게 된 사실은 이반 아탈이 유태인이라는 것이었다.  한국인들이 높게 평가하는 유태인들이 유럽에서는 별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반 아탈이 얼마나 한이 되었으면 이런 영화를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벼르고 벼르다가 샹젤리제에 있는 George V라는 영화관에서 드디어 이 영화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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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인임을 자부하면서도 도대체 왜 유태인이 배척 당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많이 갖는 주인공이 심리 상담자와 상담을 하는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여러 종류의  유태인 가정들을 오가면서 풍자와 유모가 섞여 진행된다. 유태인이 도대체 무얼 잘못했기에 미움을 받는것이냐고 주인공 유태인은 질문을 던진다.

175535.jpg-r_1280_720-f_jpg-q_x-xxyxx유태인들은 돈이 많다. 유태인들은 서로 서로 잘 도와준다. 그런데 뭐가 잘못이냐? 심지어 정부에서까지 그렇다면 이렇게 힘든 현 경제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모두 유태인이 되자.라는 의제를 놓고 국민투표에 붙여서 프랑스 국민들의 동의를 얻는다. 예수를 죽인 것이 유태인이기때문에 유태인들이 미움을 샀다는 이야기를 놓고도 풍자와 해학이 펼쳐진다.

175535.jpg-r_1280_720-f_jpg-q_x-xxyxx유태인이면서 돈을 벌지 못해서 동거녀에게 구박을 받던 한 남자는 유태인 하지 않겠다고 부모에게 선언을 했다가 부모가 로또에 당선되자 다시 유태인 되겠다고 부모에게 돌아오는 해프닝도 벌어진다.

유럽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이해하기 힘든 영화일 수도 있다. 어쨋든 난, 이 영화를 너무 재미있게 보면서 발작의 작품집 ‘코메디 휴맨’을 떠올렸다. 인간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어찌보면 정말 코메디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 영화를 통해서 전세계에 유태인이 12백만명 정도 흩어져 살고 있고 그 숫자는 전세계 인구의 0.2프로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알았다.

시의 축제

IMG_0447빠리의 심장, 6구에서는 해마다 시의 축제가 열리곤 한다. 센느강이 범람할 위기를 겪은 후라서 그런지 날씨는 다른 해처럼 화창하지 못했다. 그래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비옷을 걸쳐입고서라도 시의 축제를 찾는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로 찬사를 받는 불어로 씌여진 시의 축제이니 오죽하랴!

 

IMG_0462오늘은 어떤 아름다운 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인가? 가슴을 설레며 들어선 축제장에서 스페인어 시인이 시 낭송을 하고 있었다. 50여개는 됨직해 보이는 좌석이 꽉 들어차 있다. 스페인어가 주는 느낌은 불어의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오른 쪽에 만면에 미소를 띄고 있는 여자는 문학카페에서 자주 마주치는 여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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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0465시잡지인데  international이란 형용사를 붙인 스탠드에 들렸다. 젊은 프랑스인이 신이 나서 자신이 운영하는 잡지에 대하여 설명을 한다. 같이 사는 동거녀가 시를 쓰는데 상을 탄 경험이 있는 시인이라고 했고 올가을에 서울에 초대되었다고 했다. 그녀를 나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는지 그녀가 시 낭송을 하고 있는 카페로 가자고 한다.

IMG_0466그곳에서는 영어로 쓴 시와 불어로 쓴 시를 교대로 낭송하고 있었다. 모두들 내노라하는 국제적인 대학들에서 박사과정까지 공부한 사람들이었고 너무나 겸손한 사람들이었다. 역시 시인의 세계는 그 어느 곳보다도 아름다운 세계인 듯 싶다.

 

빠리는 물에 잠길 것인가?

5853943_44a3508빠리의 동남쪽에 위치한 크레떼이 지역에 일이 있어서 전철을 타고 갔다. 뉴스에서 센느강이 넘쳐서 루브르 박물관이 문을 닫는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생각을 못하고 돌아오는 길을 강을 따라 오르떼를리치 역까지 걸어가서 전철을 탈 요량으로 걸었다. 강을 따라 걷는 산책길은 늘 상쾌했기때문에 상쾌한 산보를 할 생각으로 택했던 것이다. 그런데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강가에 유유히 서있던 페니쉬들이 모두들 우뚝 올라와 있었고 강물이 강변로 산책길들을 모두 차지하고 있었다.  한참을 걷다가 지쳐서 버스를 타려고 했더니 버스 운행이 모든 다른 길을 통해서 한다고 써있었다.  문득 몇년전에 텔레비젼에서 보았던 시뮬레이션극이 생각이 났다. 1911년에 빠리에 대단한 홍수가 나서 빠리시가 물에 잠긴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다시 홍수가 날때를 대비하여 시물레이션극을 만들었었던 것이다.  며칠째 내리는 비가 이대로 계속되면 빠리는 물에 잠기고 말것이다.

4932802_6_9a51_au-petit-matin-sur-l-ile-saint-louis-pres_8497ecdbdbdf6c93dae2e5000fa29f55한국처럼 한달내내 장마비가 내린것도 아닌데 이정도의 비에 강물이 저렇게 올라오다니 … 문득 공포심에 휩싸인다. 빠리가 물에 잠기면 어디로 피신을 해야하지…  지나가는 빠리시민들이 모두 공포에 휩싸인 것같이도 보인다. 집에 와서 텔레비젼을 시청하니 루브루 박물관이 문을 닫고 지하에 있는 조각품, 전시품들을 모두 상자에 넣어서 옮기고 있는 중이다. 문화부 장관이 루브루 박물관까지 친히 오셔서 박물관 직원들의 수고를 치하하고 있다. 준비성이 강한 프랑스 국민들이라서 역시… 라는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다행이 오늘은 날씨는 흐렸지만 비가뿌리지는 않았다. 이정도에서 비가 멎어주고 빠리가 안전하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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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ieta (영화)

428988.jpg-r_1280_720-f_jpg-q_x-xxyxxPedro Almodóvar Caballero 감독이 돌아왔다. 이 감독은 1949년생으로 유럽에서 알아주는 스페인의 감독이다.

이번에 그는 julieta라는 작품을 내놓았는데  딸아이를 애타게 찾는 엄마의 아픔을 그린 영화이다. 스페인 정서가 흠뻑 느껴지는 영화라서 어쩌면 한국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엄마와 딸 사이의 관계도 이렇게 복잡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이다. 사랑하는 딸이 어느날 말없이 사라져버렸다. 엄마에게 이렇다 저렇다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사라져 버린 딸은 어느 사이비 종교집단에 들어가서 엄마에게 소식도 주지않는다.

우연히 마주친 딸 아이의 친구를 통하여 그리고 지인들을 통하여 조금씩 알게되는 딸아이의 비밀, 소통하지 않는 가족은 무심한 타인의 말에 의해서 얼마든지 부서져 버릴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랑이 엄마의 자식을 향한 사랑이라고 한다. 자식이라고 무조건 믿었었는데 딸아이는 엄마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아버지의 죽음이 엄마의 실수라고 생각하고 또한 그 당시에 그 자리에 없었던 자신의 잘못이라고 죄의식을 갖고 있던 딸아이는 사이비 종교집단에 들어가 평화를 찾으려고 했지만 ….

운명은 딸아이에게 시련을 통해 엄마의 아픔을 깨닫게 해준다. 올바른 믿음을 통해서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은 끊임없이 잘못된 관계를 만들어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잘못된 관계는 비극을 만들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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