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과 나

Sacre-coeur-paris

부활절을 맞아 몽마르트에 올랐다. 빠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성당, 예수님의 심장을 의미하는 sacré coeur( 성스러운 마음: 가슴으로 표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성당에 온 것이다 .  한국에서 들려오는 소식을 들으면 한국사회에서는 사회의 가장 높은 계층을 돈의 많고 적음으로 분류하기 시작한지 이미 오래된 것같다. 아마도 미국의 영향일 것이다. 프랑스 학자들의 대담에서 한 학자가 자기는 사회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는 사람은’시인’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자 또 다른 학자는 ‘성인’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물론 여기서 ‘성인’은  어른이라는 뜻이 아니고 성스러울 ‘聖人’을 말하는 것이다.  나는 가톨릭에서 말하는 ‘聖人’ 이 우리나라 의 ‘양반’과 같은 계열의 사람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선 시대에 진정한 양반은 가톨릭에서의 ‘성인’과 같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조선이 망했던 것은 진정한 의미의 양반들이 사라졌었기때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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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씨가 화창하니 몽마르트 언덕에 관광객이 넘쳐난다.  그렇게 많은 관광객들에도 불구하고 빠리는 질서를 잘 유지하고 있다. 야무진 빠리 시장들의 관리 능력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빠리를 넓히는 계획으로 빠리시가 분주하다. 높은 건물을 허가하지 않으면서도 세계 최다의 관광객을 수용하는 빠리시를 이렇게 유지하는 것은 빠리지엔들의 지혜덕분일것이다. 나도 여기에 와서 어느 정도 빠리지엔들의 지혜를 몸으로 경험 하고 익힐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이들에게 감사한다.

밖은 관광지의 분위기를 버리지 못하지만 성당 내부로 들어가면 어느덧 엄숙하고 조용한 분위기로 바뀐다. 모두들 아름답게 모셔진 성체 앞에서 고요히 묵상하고 있다. 이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 된다. 깔멜 수녀원의 수녀님들이 맑고 고운 음성으로 하느님을 찬양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들이 고운 음성으로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은 이미 너무나 아름답게 창조되었는데 사람들은 그 아름다운 세상을 보지 못하고  불평과 불만을 쏟아 놓는 것이다. 그 불평과 불만은 결국 그 사람의 아름답지 못한 내면으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일 뿐인 것이다.

부활을 맞이 하여 예수님과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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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내가 자주 다니던 까페이다. 오래 전에 바로 몽마르트 언덕 밑에 살던때 점심 식사를 하기도 하고 신문을 읽으러 가기도 하고 사람구경하기 위해 앉아 있기도 했던 장소인데 외면을 깔끔하게 현대식으로 개조했다. 옛날이 더 운치가 있었는데 아쉽다. 바로 몽마르트 언덕 아래 살면서도 가끔 기도라는 핑계로 성당에 올라가 밤을 새우고 오곤 했었다. 성당 안에는 기도하러 오는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숙소가 있는데 약간의 돈을 내면 하룻 밤을 묵고 아침 식사까지 제공되는 곳이 있다. 그 때   난, 몽마르트 언덕 바로 밑에 내 아파트가 있었는데 돈을 내고 성당에 올라 가 잠을 자고 오곤 했었다. 그래서인지 난, 이 성당의 분위기를 무척 좋아한다. 멀리 이사와서 살고 있는 지금도 자꾸 찾아가게 되는 이유이기도 한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