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아트레온 토즈’ 에서

김성현 기자의 ‘365일 유럽 클레식 기행’

출판된 지 얼마되지않아 풍월당에서 특강 있다는 정보를

일본 홋카이도 여행 확정 후 알게되어 많이 안타까워

귀한 기회니 놓치면 후회할거라며 가까운 지인 두 분께

꼭 가보라 했고… 잘 다녀왔다는 후문도 들었다

그런데 또 얼마 전 모월 모일 모처에서

다시 특강 있다는 소식을 기자 방에 매일 다닌 덕분에

일찍 알게되어당연히 신청했고 50몇 명 중에

나에게도 반가운 문자가 두 번 왔다

-당첨 되었다 동반자 몇 명이냐

난 혼자. 동반자 없다그랬다 언제나 처럼

자주 거절 당하기 일쑤라 내 전의까지 상실될까 겁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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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처음가는 신촌 아트레온 토즈 강의실은

영화상영관이 있는 12층 높은 건물이었다

안내따라 강의실에 들어가 당첨자 이름 확인 후

사은품이라며 문학동네 포장 봉투에 큰 책 2권과 작은 책

그리고 강의 내용이 간략하게 적힌 A4 용지를 건내주었다.

공짜로 듣는 강의에다 무슨 책까지 주는지

호천과가 궁금하야 참을 수가 있나…

아트 북스가 출간을 멈추게 되어

그간 많이 알려진 책들독자들께 나누기로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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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 앞 쪽엔 정지된 야구 중계 스크린과

낯익은 기자가 컴을 앞에 두고 있었다

김성현 기자는 꼭 말문을 야구로 시작하더니

이번에도 그랬다- 야구를 얼마나 좋아하면

늦게오는 분들 기다리는 막간에

10월 29일 역사적인야구 중대 승점 소식 전하겠노라며

난 야구를 잘 몰라누가 누구에게 3:0으로 이겼나보다~

건성으로 듣고 건내받은 책이 더 궁금하야

펼쳐보고 놀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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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나~

표지에 그리트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으니!

책 제목이 미술, 돈을 밝히다

다른 책은고흐가 표지 미술, 에로스에 미치다

작고 얇은책자는 아트북스 엘리스

호주머니가 편리해서 자주 들고다니는

내 그리트 백을 괜히나란히 세워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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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가 별일이 다 많다

– 이거이 횡재아닌가 말이지

그러나 이런 책 선물 아니어도평소에접한 그의 문재만큼

재기발랄, 유모어 만점강의는 더 흥미진진했다.

한가지 흠이라면오디오 시설이 풍월당 같지 않고

좌석도 앞사람 머리가 시야를 가려 불편했지만

재치있는 애드립에다 솔직 담백함으로 미비함은 카바되었다.

작고 얇은 책 우선 펼쳐보니 낯익은책들이 많았다

아트북스 앨리스는 자사의 안내 책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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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저, 365일 유럽 클래식 기행 쓰는 데

영향을 준 다 사람 이야길 먼저꺼냈다.

이동진 기자 :

기자들에겐 해외 특파원 기회가 주어지는데

이동진 기자는 그 기간 동안 영화 천 편을 보더란다

첨엔 그게 이해가 아니되어

영화보는 일은 궂이 외국나가지 않아도 되는데

그 귀한 시간을 리모콘 오르락 내리락만 하다니

(손으로 모션을 취하며…)

허나 시간이 많이 지난 후 그를 이해하게 되었단다

현직 영화 전문 기자로 있을 땐 늘 개봉작 중심으로

좋아도 싫어도 의무감으로영화를봐야하는데

자유로운시간(여행)주어지자

당신이 꼭 보고싶은 영화들 원없이 보게되는 사연을…

또 한사람 박종호 씨:

그의 저서 ‘유럽 축제 순례기’를 읽고 파리특파원 기간 동안

유럽음악 공연,막연한 점들을 선으로 또면으로 펄쳐

체계적인 유럽공연 지도 한 권을 만들고 싶었단다.

2/3 정도 시간이 흘렀을 때 기자는낭폐감에 사로잡히게 되었다고

그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모르고 공연만 다니는 일은

카메라로 그냥 훑고 지나가는겉핥기에 불과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과직접 발로다닌 생생한 정보들

정해진 짧은 시간에 줄이기도 많이힘들었겠다싶었다.

나 또한 그의 이야기 다 옮길 여력도 없어

6편 중1번으로 뽑은 이유 하나만 적어본다.

장자 번역도한 안동림씨께 질문 하나를 던졌단다

-‘마음속의 음악 단 한 곡’을 뽑아달라고…

안동림선생은 머뭇거리지 않으시고

학창시절 하교하며 흥얼거리던 레하르의 2중창을 꼽으셨단다

그 이유는 다신 돌아갈 수 없는 아름다은 그시절과

고향 생각이 함께 나는 곡이어서 그렇다고

기자에겐 할아버지뻘 되시는 안동림 선생은

이북서 피난내려오셨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나 또한 충분히 공감하는 부분이다

누구에겐들 개인적인 사연이 붙게 되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않고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겠는지

이럴 때 꼭 작가 김영하씨가 생각난다

‘씨네마 천국’ ost 무슨 사연이 있길래

화장실에서 들어도찌잉해진다니

6편 이야기들 하는 중간 중간

공연장 헤프닝들 얘기로 폭소 여러 번 터졌다

참 재밌고 유익한 강의들 다 옮길여력은 없고…

글쎄…연주 장면들 찾아지면 Y-tube나?

그나저나 겁도없이 큰 결례나 아닐까 걱정이다

대신 내가젤 무서워 하는 직타로 좀 감해본다

1.프란츠 레하르 ‘그대는 나의 모든 것’

-지휘 크리스티안 틸레만, 드레스텐 슈타츠카펠레, 테너 표트르 베찰라

2.생상스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 가운데 ‘그대 음성에 내마음 열리고

-지휘 구스타보 두다멜, 배르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메조소프라노 엘리나 가란차

3.피가로의 결혼 가운데 백작보인의 아리아 ‘아름다운 날은 가고’

– 지휘 니롤라우스 아르농쿠르, 빈 필하모닉오케스트라, 소프라노 도로테아 뢰슈만

4, 쿠르트 바일의 ‘서 푼짜리 오페라’ 가운데 ‘바바라의 노래’와 ‘칼잡이 매키의 노래’ 노래 우테 렘퍼

지난 번 L.G 아트센타 단 한차례 공연 본 적있어 낯설지않아 더 좋았다.

5. 말러 교향곡 2번 ‘부활’가운데 4악장

-지휘 마리스 얀손스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메조소프라노 베르나르다 핑크

6.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가운데 1막 아리아 ‘언제나 자유롭게’

-지휘 루이 랑그레,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소프라노 나탈리 드세이.

둬 번 올려 생략하려다 참고로 그냥…

P.S

고흐가 표지인 ‘미술, 에로스에 미치다’는

전철 안에서 무심코 펼치다 깜짝 놀라 얼른 닫았다

어찌나 야한지, 쿠르베 그림보다 더 야한 작품이 하필

아무래도 책꽂이에 거꾸로 꽂아두고

몰래 몰래 봐야할 듯. . .

P.S

수영다녀와서보니 저자 후기가 올라와있네요

어제 강의실 분위기로 봐서 강의 요청이 쇄도할 것같은 예감입디다

바쁜 분들 위하여 ‘클레식에서 길잃다’

김성현 기자의 기사 그대로 보관합니다

어제 알찬 강의와 정리된 후기까지 올려주신

김성현 기자님께한 번 더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

사은품과 무한 리필 음료수까지 준비한

아트북스 담당자들도 어찌나 친절한지

기회되면 다시 가고싶은 이벤트였어요

* * *

어제 강연, 개인적으로는 즐거웠습니다.

여고 1학년생은 ‘야자’를 땡땡이 치고서 신촌까지 전철 타고 와서 노트에 열심히 적었고,

할머니 한 분은 손녀 딸 주실 거라며 사인을 청하셨지요.

전반에는 너무 말이 길어지는 바람에 1시간을 꼭 채웠고,

후반에는 반대로 말을 간략하게 줄이고 넘어가는 바람에 말미에 준비했던 말씀을 못 드리기는 했지만

간만에 제게도 신선한 ‘외출’이 됐습니다.

어제 들려드린 곡은 지난달 풍월당 강연회와 한 곡 빼면 동일합니다.

어제 영상으로 들려드린 곡을 아침 블로그에 싣는 걸로 ‘뒤풀이’는 갈음하기로 하지요.

앞으로도 ‘외출’ 기회가 생기면 종종 뵐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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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란츠 레하르 그내는 나의 모든 것

-지휘 크리스티안 틸레만,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테너 표트르 베찰라

드레스덴은 전통의 도시라는 점, 하지만 그 전통은 제2차 세계 대전으로 무참하게 파괴된 이후

‘복원된 전통’이라는 점, 지휘자 틸레만은 드레스덴의 보수성과 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지휘자라는 점,

안동림 선생께 언젠가 마음 속의 노래를 꼽아달라고 했을 때 주저 않고

레하르의 이중창을 꼽았다는 점들을 말씀 드리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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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생상스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가운데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

지휘 구스타보 두다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메조소프라노 엘리나 가란차

1960년대 건립된 베를린 필하모니 홀은 당초 ‘카라얀의 텐트’라는 비아냥을 들었지만,

지금은 현대식 콘서트홀의 새로운 표준이 되었다는 점, 그 건립안을 적극 지지한 사람이 ‘원조 보수’로

보이는 카라얀이었다는 점, 따라서 역사는 단선적으로 쉽게 재단할 수 없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

등을 말씀 드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지금 베를린 필의 목관 라인은 역대 최강으로 꼽힌다는 점,

베를린 필을 지휘하는 두다멜은 포르셰를 모는 운전자 같은 기분일 거라는 점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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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가운데 백작 부인의 아리아 아름다운 날은 가고

지휘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소프라노 도로테아 뢰슈만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를 배출한 도시이지만, 모차르트로 먹고 사는 도시이기도 하다는 점,

그래서 이 도시에 갈 때마다 묘한 애증의 느낌을 받는다는 점, 이 아리아는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어떻게 사랑은 변하니’라는 대사와 같은 정서라는 점들을 말씀 드리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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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쿠르트 바일의서 푼짜리 오페라가운데바바라의 노래칼잡이 매키의 노래

노래 우테 렘퍼

독일의 클래식 작곡가가 훗날 미국 뮤지컬의 선구자가 되었다는 점,

따라서 현대에 이르러 클래식과 대중 음악의 경계는 갈수록 모호하다는 점,

그 경계와 한계를 통해서 소위 ‘서양 고전 음악’에 대해서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는 점,

세상에 좋은 노래는 많다는 점들을 말씀 드리고 싶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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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가운데 1막 아리아 언제나 자유롭게

지휘 루이 랑그레,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소프라노 나탈리 드세이

프랑스의 칸 영화제, 아비뇽 축제,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은 공교롭게 남불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

그건 프랑스의 중앙집권적 풍토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했다는 점,

대주교의 정원을 개조한 반야외 무대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프랑스 유수의 축제로 성장했다는 점,

따라서 하드웨어보다는 언제나 소프트웨어에 고민을 집중해야 한다는 점,

드세이는 프랑스의 ‘국민 가수’, 프랑스의 ‘조수미’라는 점 등을 말씀 드리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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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말러 교향곡 2부활가운데 4악장

지휘 마리스 얀손스,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메조소프라노 베르나르다 핑크

결국 음악은 우리 자신의 영혼에 대한 예술이라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이렇게 대충 들려드리고 간단하게 말씀을 전하니 1시간 30여 분이 후딱 흘렀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기회 되면 좋은 음악 들고서 만나뵈려고요~. 아트북스 담당자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어제 들려드린 곡들 / 2012/10/30 10:13 김성현 기자 원문 <–

6 Comments

  1. summer moon

    29/10/2012 at 23:33

    그리트 백에 ‘우는 그리트’를 담아들고 돌아오셨다는거죠?!^^
    참나무님처럼 열성적인 팬,
    진정 관심있어 읽고 귀기울이는 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강의하는 분 기분이 업 되었을거 같아요.

    말씀하신 두 책—궁금해 집니다.^^   

  2. 참나무.

    29/10/2012 at 23:42

    맞아요 그랬답니다…^^
    책 내용 중엔 다녀온 전시회 이야기도 있어서
    더 흥미롭데요 – 쫄쫄거리고 잘 돌아다녔으니…^^

    책들 잘 보고 모아뒀다가 서울오면 선물하리다

       

  3. 김진아

    29/10/2012 at 23:44

    정말 부지런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조블의 몇 분 블로거 분들 이야기를 접하면 늘 느끼는 점이 똑같습니다.

    그리트를 보면…누군가가 떠올려지고, 그립기도 하구요.

    ^^   

  4. 참나무.

    30/10/2012 at 00:02

    두 눈동자 눈물 그렁그렁한 그리트 감동이었지요
    그리트 페러디를 많이도 찾아봤지만 우는 장면은 첨이어서

    진아씨는 설악초…^^
    내일 날씨 많이 춥다고 방금 일기예보 하네요
    감기 조심 꼭!    

  5. 참나무.

    30/10/2012 at 04:05

    와우~~마침 저자가 ‘어제 들려드린 노래’
    간략한 후기가 올라와서 본문에 링크했습니다…^^

    정말 좋은 시간이었거든요   

  6. 도토리

    31/10/2012 at 03:23

    애구 참… 댓글도 잘 안올라가서…날렸음..-_-;;

    우테 렘퍼, 나탈리 드세이의아리아 반갑습니다…
    그날의 감동을 다시 느끼게 해 주셔서 감사함당..
    글구..
    복권!!!에 당첨되신거… 축하 & 부럽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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