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타면 생각나는 그림.

6시에 집을 나서면 전철 타기 전 모니터엔

비상사태시범 보이는장면이 뜨고 있을 때가 많다

그러면 괜히 무섬증이 왈칵 든다

그 시간 띠엄띠엄 좌석이 빈 전철안 사람들 대부분은

모자란 잠을 청하거나 가끔은 뭘 먹는 사람들도 보게 된다

호일에 싼 김밥 까먹는 여자를 본 적도 있고

어느 날은 바로 맞은 편에 손가락 굵기 김밥을

손가락으로짚어 먹는모습 자주 눈이 가서

안보는 척 모자 푸욱 누르고 살피기도 했지만

정작 그 처자는 주위 사람들 시선에 신경쓰는 것 같진 않았다.

이상하게 뭘 먹는 사람 대부분은 여자들이었다

100.jpg

나도 그 이후엔 몇 번 더 그 비슷한 장면 목격해도

신경 끄고 잠이나 청하려면 생각나는 그림 한 장. . .

얼마 전에 다녀온 ‘국박’ 미국 미술 300년전

작가도 제목도 모르고, 좌석 방향까지 달라도

서민들 표정은 닮은 듯 해서…

오래 전 미국 지하철 풍경이라는 것만 기억나지만

019.jpg

십중 팔 구 아기보러 오가는 날

지하철에선 모자 눌러쓰고 자버린다

손전화에다 내리는 정거장 3분 전 알람 기능은 해 두고

러시 아워 아니어서 앉을 자리는 꼭 있어서

잠이라도 잘 수 있으니 고마워하기도 한다.

아들네 집에 가려면 복잡한 환승역에서 내려

지선을 타고 딱 한 구역 지나 내려야 한다

제법 기다려야 할 때는 겨우 한 구역 때문에…

좀 억울해 하기도 하면서. . .

그 지선 모니터에는 요즘뮤지컬 광고들을 많이 하더라

살짜기 옵서예, 아이다, 레베카 등등

격앙된 톤으로 레베카 출연진 유준상~~ 염혜영~~~

(무무 님이 언제 뮤지컬 스타가(?) 되었나?

나 혼자 실실 웃기도 하며

음. . .운동 선수 부인이 대부분 미인이지 그래~~

일부러 찾아보니 임혜영이었다.

동명 이인이면 스토리 하나생기는건데. . .)

011.jpg

아들 아파트 도착하면 두 남자는잠에 빠져 있을 때가 많고

며느리는 모유 수유후 출근 준비로

나도 냉장고 열어서 이것 저것,

간단한 요깃거리 만드느라 두 여자들은 바쁘다

식탁에 늘어놓으면 급히 먹거나

아니면 비닐 봉지에 싸들고 나간다.

더 바쁠 때는 차 한 잔 마실 시간도 없어

종이 컵에 담아 ‘어머니 다녀오겠습…

니다아~~’는 문 밖으로 나갈 때도 더러 있고

010.jpg

아들까지 좀 있다 나가고 나면

나는 새로 산 극세사 수면바지 갈아 입고 하루종일

아기랑 위서현 장일범 조팽 유정유 카이 신성원

정만섭 정세진(요즘은 최정은?) 정은아랑 친구하며 논다

해 있는 동안은 어쨋거나 행복하기도 힘들기도

정신없기도 하며지나가버린다.

017.jpg

해 질 녘…

아기가 잠이라도 든 후

창가에 앉으면 딴 생각이 많이난다.

. . .이 시간에 나는 왜 이고데 있나

. . . . . . .

어머니, 저기, 늙어, 오신다

바람결 끝 풀어져, 끊어버린 방패연에 어느새 이끼

情人 떠난 모진 길, 저기 탯줄처럼 풀어져

길을 내 속으로, 당기고 당겨, 묻는데

빛 없는 빛, 산수유꽃

저기, 어머니, 봄 안쪽에다 불을 켜신다 – 산수유 이문재

018.jpg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없었을 엄마는 왜 또 생각이 났을까

아들네 아파트 창 양쪽은 모두 천변이다

봄이면 꽃들이 많이 핀다 했다

엄마 주제가는 둘이었다

고향생각과 애니 로리. . .

맥칸의 애니 로리는 안찾아진다. . .

Reginald Marsh – Third Avenue El, 1931

===================================

(France, Paris, 1898-1954)

Painting, Egg tempera, watercolor, and ink on paper

backed by canvas and masonite (61.00 x 91.60 cm)

>

왜 L을 이용하지 않나요? (Why Not use the ‘L’?, 1930)

큰 그림<–좌석 뒤 노란색 광고 아래 카피(그림 제목) 확인하시고오~~

L(or El)은 (고속 전동차)

http://www.eeweems.com/reginald_marsh/

16 Comments

  1. 김진아

    26/02/2013 at 16:18

    정신없이 아이들 자고 일어나서 움직이다 보면..
    시간은 속절없이 저 혼자 가버려서요. ㅎㅎ

    아침부터…바쁘시죠?

    고단함은..아주 난중에 찾아들고요.

    몸살 나지 않도록 조심조심하셔요.

    바람이…감기 몰고올 바람이여요.   

  2. 참나무.

    26/02/2013 at 20:27

    바람이 얼마나 부나…베란다 나가보나
    어제 못 본 달이 성수대교 쪽으로 한~참 내려가 화안하게 절 보네요

    진아씨 일과에 비하면 저야 조족지혈…^^

    커피가 아직 반 잔이나 남았네요.
    조심 조심 할게요…
    지나가시는 분 들 오늘 하루도 최고로 좋은 날~~~^^
       

  3. 벤조

    26/02/2013 at 21:37

    아~~~노래 좋다!
    여기도 흐리고 바람 불어요.
    창 밖은…아…내가 이렇게 경치 좋은 집에 살다니!
    볼륨 크게하고
    물을 끓이며, 러뷰우~
       

  4. 무무

    27/02/2013 at 01:42

    오늘 아침 안개가 자욱했더랬습니다
    진양호가 가까워서이기도 하지만 오늘 날씨가 완전
    봄날씨라네요

    저랑 이름이 같은 사람이 또 있나봐여
    소아과 의사선생님이 계시던데 뮤지컬 배우까지?ㅎㅎ
    흔한성이 아닌데 말이죠 ㅎㅎ   

  5. summer moon

    27/02/2013 at 06:45

    댓글 쓰는 대신에 제 블로그에다 참나무님께 짧은 편지 썼습니다.

    제가 있는 곳은 밤이 깊어가는 때…

    조금 바쁘게 보낸 하루의 끝에 잠깐 인사를 드리면서….   

  6. 士雄

    27/02/2013 at 08:01

    ㅎㅎ 웃다가 갑니다.   

  7. 산성

    27/02/2013 at 10:09

    바람결 끝 풀어져
    어머니,저기,늙어,오신다

    늙은 어머니가 오시는게 아니고
    어머니,저기,늙어,오신다…

    나물 다듬다가도,국냄비에 가스불 켜다가도
    밤에 자려 불을 끄다가도
    오늘처럼 바람결이 보드라워지면
    수시로 어머니랑 동행하게 되지요?

    오늘 좀 그랬어요
    봄내음이 지척이라…
    이제 우리도 천천히 그 어머니 품새로…

    많이 고단하시겠습니다.그래도 기쁨?!

       

  8. 푸나무

    27/02/2013 at 13:03

    저시….
    산수유가….꽃에 가려 그러지
    유별나게 거칠고 늙어보이기도 하고 그래요.
    이천 산수유는 특히….
    목피가…..
    늙은 어머니…
    늙어오시는 어머니
    그런데도 어머니라
    봄 안쪽에 불을 켜시고
    아이들 같은 산수유 꽃이 피면
    꽃만 보이고
    어머니는
    나무는 사라져버리지요.
    어쩌면 저렇게 잘 읊을꼬…..

       

  9. summer moon

    27/02/2013 at 17:15

    어제는 제가 좀 바쁜날을 보내서 인사도 제대로 못드리고…

    위에 올리신 그림에 대해 말씀드리고 간다는 것을 깜빡했네요.

    화가는 프랑스에서 태어난 미국인 ‘레지널드 마쉬’Reginald Marsh(1898-1954)
    작품 제목은 ‘Third Avenue El’ 일거에요.
    (1930년대에 그려진 걸로 알고 있는데 정확한 연도는 기억나지 않네요.)

    에드워드 호퍼 Edward Hopper(1882-1967)의 그림들과 비교하면서 봤던 기억이나요.
       

  10. 참나무.

    28/02/2013 at 03:34

    다녀가신 분들 답글은 나중에 드릴게요- 죄송천만입니다
    특히 제맘 깊은곳까지 짚어주신 분들껜 애정을 보내며…^^

    http://ephemeralnewyork.files.wordpress.com/2010/03/whynotusetheelmarsh.jpg

    잠깐 짬이나서 큰 그림으로 다시 찾아봤어요
    지하철 좌석 위의 광고 카피가 보여야겠어서…^^    

  11. 김진아

    28/02/2013 at 07:29

    돌아보면서…참나무님이 여기만치 즈음에서 보셨을까?
    생각했죠…

    특히 지하철 그림…그 곳 옆에 작게 설명되어 있는 곳엔 ( 3번가 고가 철도)라고
    한글로 설명되어 있었어요. 눈이 아프고, 볼펜으로 옮겨 적으려니 뒤에 보는 사람들에게
    미안해서요. 사진기가 제 눈 대신해서 많이도 담아왔는데 ㅎㅎ

    흔들려고, 촛점이 빗나가고..그래도 참 즐거웠고 행복했어요. ^^   

  12. 참나무.

    28/02/2013 at 08:54

    용산 다녀오셨군요 제가 괜히 부담 드린 건 아닌지요…
    후기 올릴 짬이 날까요…한가할 때 천천히 천천히…^^   

  13. 참나무.

    28/02/2013 at 08:58

    바람결…이 나와 산성님이 건드려 주실 줄 알았지요
    몇해 전 선산 다녀오면서 이문재 시인의 저 시를 올렸더랬지요

    이성복 시인도 그렇고…청담에 아직 못 보신 시인들 참 많지요…쯧…;;
    아침에 잠깐 읽다… 답글 창 없어서 유감 천만- 마이란 닮아가십니다그려..ㅎㅎ
       

  14. 참나무.

    28/02/2013 at 09:01

    엄마처럼 늙어가는 제 모습 기타 등등 착찹한 심경이었지요…
    채송화 어머님과 장 담그셨다구요…글이 어찌나 집지든지!   

  15. 참나무.

    28/02/2013 at 09:03

    영화 ‘라벤다 연인’의 -콘웰인지 콘월인지(발음이 항상 헷갈려서) 둬 번 올렸지요
    코르넷도 좋고 연주자도 워낙 출중해서요…^^   

  16. 참나무.

    28/02/2013 at 09:26

    무무님…염혜영… 제가 이름 올리면
    읽는 사람들이 기도 한 번이라도 하시지 않을까…그래서요…^^
    뮤지컬 스타 이름은 임혜영이라지만 뭐 어떻습니까…^^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