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발 들고 서울 숲 한 바퀴

 

셔틀버스 안, 뒷자리에서 전화벨이 울리고

“… ….네~”

이후 무방비상태의  우는 소리가 크게 들리는겁니다

셔틀버스 안은 순식간에 우는 여인 방향으로 시선 집중

바로 옆자리  우는 여인과 친한 친구인 회원이

“왜…무슨일인데”

질문엔 답도 없이 더 큰소리로 우는겁니다.

우리는 영문도 모르고 한참동안 울음소리만 들을 수 밖에 없었지요

 

002

 

드디어 훌쩍거리며 눈물을 닦은 후  들려준  내용은

지난 주에 죽은  강아지 가축병원에 장례를 부탁하고 맡겼는데

그간 냉동보관 해 둔 강아지, 한 마리만 화장할 수 없어

여러 마리 모아 한꺼번에 같이 화장 했다는 소식이었어요

(사실은 노견인데  탯줄까지 직접 자르고  13년 4개월간 자식처럼 키운 강아지라… 50줄 어른도 노모들껜  어린 자식이듯. 그 강아지 노병 들었을 때부터 자주 눈시울을 붉혀싸서 나는 비슷한 강아지 무늬 퀼트천으로 주머니도 만들어 준 적이 있었지요)

003

이런 이야기를  울집 남자께 했습니다

평소엔 말도 없고 가족 이야기도 얄밉게 안해서 이율 물었더니

“술  한 잔 들어가야 이야기가 술 술 나오지…”

이러는 회원이 개 이야기만 나오면  앞장서서 개판을 벌인다 했더니

남편 왈:

“방법이 딱 하나 있다. 위로주를 한 잔 사라…단 보신탕 집에서…”

물론 농담이지만 좀 웃길려고  이런 내용을   카톡으로 주고받았지요

 

005

어제  수영장 셔틀 버스 안에서

-근데 어쩌나 요…내가 보신탕을 못먹으니, 울집남자는 굉장히 좋아하지만…

“괜찮아 언니 먹은 거나 다름없어요…동네에서 마주치면 아저씨랑 같이 먹지 뭐 …”

-난 다른 거 먹으면 되는데… ….^^

004

수선화는 지금 동면중 ZZZ

이러구   샤워하러 들어가 수영가방을 열어보니 샤워도구만 보이고

수영복, 모자 수경까지 말린다고 걸어두고 …오리발만 챙긴 겁니다.

자주 있는 일이라 설명하기도 챙피하여 암 말않고

같은 타임 다른 회원들 다 들어간 후 오랜만에 느긋하게

샤워도 하고 언제나 줄서야 하는 드라이까지 맘 편히 하고

(파머도 않으니 드라이라기 보다 감기 안들려고 말리는 수준 이지만)

남들 수영할 시간에 서울 숲  한 바퀴  돌기로 했지요

일부러라도 갈 참이었는데 ‘잘됐네’ 이러며…

 

허지만 사진처럼 아직은  갈색과 나목만 보였어요

‘나 혼자’ 지베르니 정원 일본 다리 걸려있는 냇물은

물 한방울 없이 바짝 말아있었고(사진 2)

수선화는 군데군데 노란색 팻말로만 피었고 (사진 3,4)

 

014

그나마 봄소식은 섬바디 두어포기 뿐…

섬바디…궁금해 하실까봐- 친절도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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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하지만 그래도 시작한 김에 한 바퀴 했지요

좀 있으면 봄맞이로 바쁠 벤치 나 혼자 실컷 즐기며…

요담엔 작은 도서실에  책 몇권이라고 찔러두기로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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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배가 보이는 포토존…안담을 수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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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 좋은 여인들과 같이 앉았던 테이블  위엔

마른 낙엽 한 장도 안보이고

017

201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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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은행나뭇길 왼편 그네 위 두 여인…  멀리서 도둑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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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3

나무 숲길 사이로 같이 걷던 두 여인들 모습 그려봅니다

지난 가을 이야기…

201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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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왜가리는 벌초한 갈대 때문에 어디서 놀고있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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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길로 되돌아 나와 커피 일 잔했고요

-바람 불어 실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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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아 포레 건물안으로 들어왔지만

셔틀 버스 떠날 시간이 다 되어

아뜰리에 아키 내부는 들어갈 시간이 없었지요

017

급히 버스에 올랐더니 강아지 주인과 다른 회원 둘이

“언니 왜 수영장 안들어왔어?”

-음…서울 숲 봄이 어디까지 왔나 궁금하야…

‘오리발 들고 온 거 다 아니까…또 수영복 안가지고 왔나보다’ 했다 합니다

 

“날씨도 추운데 언니 콩나물국밥 먹고 다음버스탈까?”

-좋치 …찬성~~

 

그리하야 같은 셔틀버스 타는 3인과 수영장 건너

아주 유명한 콩나물국밥집으로 갔지요

-오늘 계산 내가합니다…보신탕 대신…

“아이 참 언니도…내가 내기로 했는데…

훌 훌 먹다가 재빨리 일어났지요

-나이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고…누가 말했지요

“언니가…ㅎㅎㅎㅎ”

-울집 남자께 보고해야지요…^^

저 이러구 삽니다

 

[리처드 용재 오닐] Schubert Winterreise – 11. Frühlingstraum -봄꿈

12 Comments

  1. 데레사

    26/02/2016 at 13:20

    그 콩나물국밥집, 나도 가봤어요.
    친구랑 같이.
    값도 싸고 좋던데요.

    우리 동네 이웃은 개가 죽자 아파트 마당에다 묻었어요.
    그 집은 1층이라 자기네 베란다앞은 자기네 정원으로 주어졌거든요.
    거기다 묻어놓고 맛있는것만 생기면 먹으라고 가져다 놓곤 해서
    나처럼 안 키우는 사람은 웃지만 키우는 사람들은 개가
    아니고 가족이더라구요.
    그러니 얼마나 안타까워서 버스속에서 까지 울었겠어요?

    나는 공부가방, 성당가방, 수영가방 따로 두는데 어떤때는 공부가면서
    수영가방 들고 가고, 수영가면서 공부가방 들고 가고…. ㅋㅋ

    • 참나무.

      26/02/2016 at 13:34

      아이고~~울동네까지 오셨다니…
      전번 알려드렸으면 제가 차대접이라도 해드렸을텐데
      콩나물국밥 집 주인이 원래 대기업 다니다
      생각을 바꿨을 때 집안에선 반대가 많았다지요
      늘 긴 줄이 있는 유명한집이라 우린 자주 간답니다
      곧바로 맞은 편이 다니는 수영장이라…

      앞으로도 당분간 개판은 계속될 듯합니다.
      오죽하면 반려견이란 말이 나왔을까요
      예전 조블 이웃 말그미님도 생각나고…
      스페인 딸네집에서…
      위블 보고는 있는지 모르겠지만
      수영가방과 공부가방-저라도 그랬을 겁니다^^
      저도 중국어 시작해야하는데 늘 생각뿐
      -손주는 핑계겠지요

  2. enjel02

    26/02/2016 at 14:45

    오랜만입니다
    요즘 강아지는 화장 장까지 호강한다 싶더니
    그런 고충도 있었군요 마냥 남에 일이 아니듯하네요
    우리 아들 집에도 15년된 할머니 노견이 한 마리 있거든요

    서울숲 도찰의 주인공이 내가 아닐까 싶네요
    어제 친구와 서울 숲 갔다가 바로 그
    그네를 타고 앉아 있었는데ㅎㅎㅎ

    • 참나무.

      26/02/2016 at 15:23

      어머나~~이런 우연이 다 있군요^
      같은 동네라 언젠가 한 번은 만날 날 있겠다 싶었는데
      엔젤님인 줄 알았으면 가차이 갔을텐데
      ^^
      제가 담은 은행길 참 자주 다니거든요
      요담에도 사진찍고 있는 어리버리 함무니 보이시면
      어께 한 번 툭 치셔요~~^^*

      근데 어제 서울 숲 풍광들 사진은 안담으셨나요?
      궁금한 데 한 번 올려주셔요~~

      • enjel02

        26/02/2016 at 20:37

        서울숲은 내 놀이터라서 어쩌면 자주 부딧첬을지도 몰라요
        서울숲 표정을 1월에 올린 게 있었는데 못 보셨군요
        오늘도 다녀왔는데 아직은 그냥 그대로 더군요
        참나무님 은행나무 질서와 앙상한 가지 사진이 멋지네요

        • 참나무.

          26/02/2016 at 20:57

          그러게요~~
          음악 한 곡 심었어요…
          아직 서울 숲 봄풍경은 좀 기다려야겠지요

          근데 답글 승인 아직 안하셨네요
          아까 십자수 방석보고 예전 생각이 나서…
          해태포가 아니라 ‘횟대보’-벽에 걸린 옷 가리개
          덕분에 정확한 단어 하나 외웠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절대로 모를…ㅎㅎ

  3. 수선호이

    26/02/2016 at 19:34

    섬바디 배우고 가네요..
    친절하신 참나무.님^^..

    • 참나무.

      26/02/2016 at 19:38

      세심도 하셔라…
      사실은 제가 기억이 가물가물하여서요…^^

      오늘은 봄노래 듣고싶었답니다
      아무래도 하나 찾아 심어야겠어요…^^

  4. 홍도토리

    29/02/2016 at 19:23

    오마나~~!
    언제 또 업그레이드 하셨대요?????
    까무짝 놀랐습니다아아~~!!!!!!

    • 참나무.

      29/02/2016 at 19:41

      ㅎㅎ파일함에 숨어있어서 살짝~~^^*
      미인들 앞모습 못올려 유감천만

  5. 벤자민

    29/02/2016 at 22:33

    전 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살아도 모자라는
    이 짧은 세상에 뭔 개 까증 ㅎㅎ

    동네가 참 멋집니다
    두 여인 누구신지는 몰라도
    아주 멋쟁이시네요

    참 수영장에 오리발도 가지고 가시나요?
    전 항상 가지고 간답니다
    끼고 천천히 그냥 ㅎㅎ

    여기도 콩나물이 있긴 하지만
    한국 같은 긴 콩나물이 잘안되는가 보더라고요
    콩이 자꾸 썩는다나 어쩐다나?
    한국분이 공장을 하셨는데 재미가 없어
    월남 사람에게 넘겼어요
    월남사람은 월남 국수 수요가 많으니까요
    근데 얼마나 맛 있길래 줄을 다 서고..
    한국은 저런게 멋이지요
    여긴 미술관이나 줄서지
    음식 앞에는 줄을 서지않는 풍토라서요

    나이 먹어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
    명언 입니다만 지갑은 열 용의가 있지만
    입은 아직 닫기가 싫은데요 ㅋ

    참 덕분에 모이또에서 몰디브 한잔
    잘 써먹었습니다 ㅎㅎ
    실례 무릎쓰고 레스피 까증..

    오늘도 좋은 음악 듣고 갑니다

    • 참나무.

      29/02/2016 at 23:19

      안그래도 오늘 아카데미 무대에 선 최초의 한국배우가 된 이벙헌씨 보면서 진짜로
      ‘모히토에서 몰디브 한 잔, 축배라도 해야겠네” 했지요
      조수미 연주까지 들었으면 또 ‘한국최초…’역사에 길이 남을텐데 많이 아쉬웠고요

      오늘 weblog 인기포스팅으로 오르셔서 아까 재밌게 잘 읽었지요
      역시 ‘한 유모어 하시는 분’ 하면서요…^^
      근데 넘 단가가 많이 멕혀 죄송했어요
      괜한 레시피를 소개해설랑.
      ‘신토불이’ 라고 우리나라에서’싸게, 쉽게’ 해 보라고 정해준 레시피였고 답글에도 호주는 럼주로 시도하시는 게 더 낫겠다~~말씀드린 것같은데..ㅎㅎ
      말씀대로 ‘제대로’ 모히토 맛 보시고
      호주 신토불이로 재도전 해보시기바랍니다
      제가 담배끊을 때 술도 끊어 술맛을 잘 모르고…ㅋㅋ
      또 술 안먹어도 항상 취해있는 사람이라…

      성의있는 답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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