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omy Sunday

다니는 교회 담임 목사님이 잠깐 일본 출타 중에 건강상 이유로 그만두신 예전 목사님이 예배를 주관하셨다. 주제는 ‘공감과 감동’

먼저 SNS에 떠돌던 예화를 들려주셨다. 어떤 젊은 엄마가 분유를 사러와 16,000이라 하자  가진 돈이 만원뿐이라며 계산대에 분유를 놓고 아이를 안고 뒤돌아 갔다. 가게주인은 분유통을 원 자리에 올려두려다 슬그머니 분유통을 떨어트려 찌그러지게 한 후 뒤돌아가는 젊은 엄마를 불렀다. 찌그러진 분유라 반값에 파는데 혹시 사시겠냐고…젊은 애기 엄마는 만원을 내고…가게주인은  2,000원과 찌그러진 분유통을 건냈다.

뒤이어 추측되는 상황 몇 가지를 더 들려주셨다. 그 젊은 엄마는 혹시 탈북한 분일까, 아니면 미혼모? 등등… 오래 전 들은 예화지만 시간이 지나도 감동으로 남아있어서…

뒤이은 성경 말씀은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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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언제나처럼 근처 S호텔로 커피 일 잔 하러가는데 지팡이 짚고 앞서 걸어가시는 꾸부정한 노인 모습이 왜그리 쓸쓸한지…천천히 걸어가셔서 앞서 갈 수가 없어 나도 천천히 뒤따라 걸었다.

프론트에 다가갔더니 낯익은 직원이 반갑게 인사했다. 두어 주일 딸이 와서 바빠 들리지 않았거든… 나를 보자마자 안타까운 소식을 먼저 전했다.  ‘ 17일부로 이 카페가 없어진’다고…’

“왜요?”

‘저희들은 알 수 없는 일’ 이란 말 이후 혼잣말처럼 한마디 더 했다. 7일만 더 근무하면 되는데… 퇴직금도 못받고 나가게 생겼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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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일 없으면 주일마다 보던 사이라 내 얼굴만 보고도 원하는 커피 내다 주어 참 편했는데…7일 상관으로 퇴직금 못받는 경우가 어딨냐고 내가 말했더니

“…그러게요”

씁쓸한 미소만 짓는다.

커피를 다 마시고 빈잔 갖다주며 ‘어디서 또 만나게 될 지 알 수없지만 …잘 살아라’ 인사 했더니 손을 먼저 내민다. 나도 손을 맞잡는데 눈동자 주위가 젖은 걸 얼른 봤다. 나도 따라 울컥하여 ‘퇴직금 문제, 잘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 쓸데없는 질문이나 하며 돌아나왔다.

서촌이나 삼청동 한 바퀴…그도 아니면 DDP라도 가볼까 했는데 그냥 힘이 빠져버려 집으로 오려다 계획없이 대학로 도이창 커피로 발길이 향해졌다. 원두도 샀고 커피도 마셔서 딱히 할 일도 없으면서… 지난 금요일 커피 하얀꽃으로 만든 꿀을 파는 지 물으려다 깜빡했다 하니 워낙 적은 양이어서 카페에서 쓸 분량 밖에 없다고… 오히려 더 미안해 했다. 내 표정으로 필요한 게 읽혔는지 ‘지금 딱 한 병 남았는데…’ 여운을 주길래 많이 궁금해서 샀으면 좋겠다 했더니 조금 망설이다 주겠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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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하는 동안 세 종류 커피가 담겨있는 통을 보며 가운데 ‘5% 선물과도 같은 커피’ 가 뭐냐고 질문했더니 자세히 알려준다.

피베리 (Peaberry), 라고…커피 원두가 대부분 반 원인데 피베리는 변종으로 원형이라며 원두알을 보여준다.  햇빛을 많이 받아 자란 귀한 원두란다. 양이 작아 ‘오리지널 도이창’ 보다 가격이 약간 비싸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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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막 궁금해져서 100g만 달랬더니 ‘원하시면’ 서비스로 피베리 커피를 한 잔 주겠단다.

원두 봉지에는’Black Pearls  Doi Chaang …

동글동글한 원두가 신기하여 그 자리에서 핸드픽을 해봤다.
도대체 어떻게 관리를 하는지…
깨진 알이 딱 반쪽 나왔다.
껍질 하나 안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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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와서 궁금했던 커피꽃꿀 따끈하게 한 잔해도
며느리 생일 아이스크림케익 현지니 먹다 남은 거
접시에 담기싫어 퍼먹어도 기분은 나아지질 않고…
자꾸 ‘7일 상관으로…’ 직원 얼굴만 떠오른다.
S호텔 갑질, 내가 어찌해 볼 수도 없는 일일테고…
재미없는 연속극보다 이리라도 쏟아놓으면
다소 가벼워질까 했는데…그렇지도 않네…ㅣ
…  
 Gloomy Sun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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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의 이 남자, 피코 사에두

아직 살아계신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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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 컵 사진 담고 있을 때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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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던 노인은 같은 교회,

‘마당 깊은 집’ 저자…

… ….

2 Comments

  1. 데레사

    12/06/2017 at 09:03

    구부정한 뒷모습과 지팡이가 남의일 같지 않아요.
    멀지않아 내게도 닥칠 일 같아서 마음이 더 아픕니다.

    커피집 직원이 퇴직금을 받을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참나무.

      13/06/2017 at 07:09

      그러게요 …
      분유통 찌그려 반값으로 준 가게주인 이야기가
      픽션인지 실화인지, 알 순없지만
      그런 마인드를 S호텔이 조금이라도
      가져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
      요즘 제 컴이 전같지않아 포스팅 하기 쉽지않네요
      키판까지 고장…답글 늦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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