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삐딴 리’ 찾기, 혹은 뒤지기

과거사청산이개혁의화두인양활개를치고다니는무더운한여름날,우리는도처에서‘꺼삐딴리’를만난다.아니,만나는것이아니라찾아다니며캐내고있다.이무슨짓거리인가.

며칠전에는여당대표라는사람의아버지인한‘꺼삐딴리’를찾아냈다.일제시대자원입대해헌병오장을하면서독립활동을한동족을고문했다는등의얘기가신문에대문짝만하게났다.친일청산의전위대를자처하던그여당대표는그로부터불과이틀이지나지않아막강한그자리에서사퇴했다.

인터넷에선또다른‘꺼삐딴리’찾기가기승을부리고있다.모장관의부친이일제시대조선사람들에대한약탈을앞장서서자행한면장을지냈다는얘기가나오고있고,또어떤장관아버지의경우,일본에충성하는‘훈도’경력을문제삼아그의친일행적을비판하는글도급속도로퍼지고있다.

내용은좀다르지만,친일파청산을주도하던여당의한여성의원은그녀의거짓된가계와혈통문제가도마위에오르고있다.독립군장군의손녀임을자처했지만,그게아니었다는것이고,혈통도뭔가석연찮은구석이많다는것이다.

이런류의‘꺼삐딴리’찾기,혹은뒤져내기는사실세상이편하던시절에는그다지큰문제가아니었다.혹여그런사실이드러나더라도,지금처럼정치적인덧쇠가씌어지고손가락질이난무할만한일들은아닌것으로치부되곤했다.그럴만한사정이있었겠지하는아량과동정같은것도없잖아있었다.그런데,이즈음은그렇지않다.완전히사생결단식이다.‘네죽고,나살자’는식이다.왜이렇게되었을까.

노무현정권의현집권측은개혁을그명분으로내세운다.올바른과거사의정리없이정권의정당성이없으며,정당성이없는정권의개혁이과연올바를수있겠는가하는것이다.맞는말이다.그러나한편으로생각해보면,개혁의명분으로내건과거사정리가과연그명분에만초점을맞추고있느냐하는것이다.이에대한국민적여론은대부분이부정적이다.그에대한반사적반발로이어지고있는것이바로‘꺼삐딴리찾기’가아닐까.친일청산이모특정인을겨냥한정권차원의공작이라고보는견해도다분한상황에서,그반격으로이어지고있는현상이라고할수도있다.

친일청산을부르짖고있는현집권층은먼하늘의다른별에서떨어진다른족속이아니지않은가.그들도슬픈우리현대사를공유하고있는,같은조선사람들이다.그런그들이,자기들만항일적이었고,깨끗했다고주장하는근거는자뭇독선적이다.슬픈식민시대를살아온보통의조선사람들에게서털어서‘친일의먼지’안나는사람이있을까.

이제상황은친북.용공행위까지를포함한과거사정리로까지치닫고있다.야당의이런제안은이제대통령의말한마디로야기된과거사정리가이판사판의상황까지로이어지고있는형국이다.친일에친북.용공까지를샅샅이뒤져과거사를깨끗하게까발렸다고치자.그런다음에는어떻게하겠다는것인가.

어느시대이던‘당대의논리’라는것이있다.지금시대에는맞지않는것이지만,그시대에는맞는논리가있다는얘기다.친일이라는행위를비호하자는것은아니다.그러나일제강점기식민의그늘에서,보통사람들이어쩔수없이했던생존의움직임까지를친일로몰아부친다면,과연친일로부터자유로울사람과집안이누가있겠는가.면장을했다는이유로,혹은‘훈도’를했다는이유로지금친일파로매도되고있는,이정권의이른바실세장관들이하는항변도바로이런논리가아닌가.지금의논리로모든것을들이대평가를내리고가치를판단하겠다는것은,한편으로보면위험하기짝이없는노릇이다.

전광용의소설‘꺼삐딴리’에나오는이인국은바로우리현대사의비극적인슬픈자화상이다.일제때는친일을했고,해방후에는러시아에빌붙어서산다.그리고6.25전쟁때는미국에붙어서살아가는박쥐형의이인국은,이를테면강자에게굽실거려야살수밖에없는우리조국의현실그자체일수도있는것이다.

과거사정리를부르짖고있는현집권측도이런‘꺼삐딴리’를만나게될것을예상했을것이다.그러나그것이부메랑이되어자기들에게역풍으로돌아올줄은미처몰랐던것같다.그들의적은내부에도사려앉아있는것인지도모른다.그들이과연‘꺼삐딴리’에게돌을던질수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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