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억

날이꾸물꾸물하고삭신이쑤시면흥얼거려지는찬가가있는데,왜그찬가가읖조려지는지알수가없다.



앞산도첩첩하고뒷산도첩첩한디혼(魂)은어디로행(行)하신가.

황천이어디라고그리쉽게가럇던가.

그리쉽게가럇거든당초에나오지를말았거나왔다가면그저나가지노던터에다값진이름을두고가며,동무에게정을두고가서가시는님을하직코가셨지만세상에있난동무들은백년을통곡헌들,보러올줄을어느늬가알며,천하를죄다외고다닌들어느곳에서만나보리오.


무정하고야속한사람아.

전생에무슨함의로이세상에알게되야서각도(各道)각골방방곡곡다니던일을곽(槨)속에들어도나는못잊겠네.

원명(原名)이그뿐이었던가.이리급작시리황천객(黃泉客)이되얏는가.무정허고야속헌사람아.어데를가고서못오는가.


보고지고보고지고임의얼굴을보고지고.



염복(艶福)이무척많았던명창임방울(林芳蔚)(1904-1961)이사랑하던여인이세상을뜨자,그녀를그리워하며손수지어불렀다는‘追憶’이라는노래다.진양계면조의이슬픈단가를저승길로떠난그여인에게바쳤다.

나도여인을그리며이노래를흥얼거리는것은아니다.근년간에나의곁을떠난적잖은사람들이문득그리워지면나도모르게이노래가생각나는것이다.

이와관련해근자에참이상스런일이있었다.한5년전사무실할때어느선배분이주신난이있었다.그것을사무실을그만두면서그냥아무렇게나갖고와마루탁자에두었었다.원채꽃과꽃가꾸기와는담을쌓은주제라그난이무슨난인지도몰랐다.어쩌다말라비틀어질때쯤물한번주곤했는데,용케도안죽고살아왔다.

그런데,얼마전거실에이상한향이감돌았다.참묘한향이었다.그게어디서나는지살펴봤으나,찾을수가없었다.그날저녁,선배가준난화분에무심코눈길을줬다.어,그런데그난이꽃을피우고있었다.처음보는난꽃이었다.그망울이맑고진한난향을뿜어내고있었다.꽃을한참바라보고있는데,갑자기소름이끼쳐왔다.간밤에꾼꿈생각때문이다.꿈에그선배가보였던것이다.꿈에그선배를보고,그선배가갖다준난에서꽃이피고…

그날그선배생각을많이했다.돌아가신지몇년인지도가물가물하다.생전에그래도후배라고참많이챙겨주시던다정다감한선배였다.같이기자생활을했는데,나는그선배에게애를많이먹였다.나의오만함이항상문제였다.“선배님,이제잡문좀그만쓰시지요”라는막말도해댔다.그래도그선배는나를무척좋아하고아꼈다.돌아가시기얼마전같이만나술을마셨다.그날저녁을잊을수가없다.그선배는그날고주망태가됐다.나는그렇게술에취한선배의모습을본적이없다.그리고얼마후입원했다는전갈을받았다.그선배는그길로세상을뜨셨다.나는그선배의이승에서의마지막술을같이한것이다.

오늘그선배가무척그립다.이제난꽃이진지도오래다.그난에다오늘아침물을듬뿍주었다.그선배에게소주한잔따르는심정으로…

선배님맛있게드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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