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바람 속에서…

“오전중에약간의황사가발생했다가,오후에는사그라질것”이라는
예보는거짓말이었다.
새벽녘,뿌연대기를보고황사가오기는오는구나했다.
긴가밍가했지만예보를믿기로했다.
황사가없어지기를바라는기대감에‘긴가’쪽으로갔다.
점심먹고집을나섰는데,기대감은절망감으로바뀌었다.
집으로돌아가기도뭐했다.
거리는흡사시가전끝에포연으로뒤덮인전장(戰場)같았다.
각양각색의마스크를쓴채,잔뜩웅크리고뒤뚱거리는행인들의모습은
영락없는패잔병의모습이다.
모래바람속에서뒤뚱거리는우리들의모습은
시험관속에서버둥거리는모르못의형상들이다.
고비사막의모래바람속에얼마를견딜수있을까를
몸부림치며테스트당하고있는인간모르못들이다.
문득‘웰빙’이라는말이떠올랐고,우스워졌다.
한순간,한치도못내다보고살면서추구하는우리들의‘웰빙’은이런모습들이다.

광화문에서버스를내리고걸었다.
이순신장군이뿌연먼지속에서사라졌다,나타났다한다.
멀리바라다뵈는북악산은노란색에가까운,비먹은구름같다.
어차피몸의온구녕들은먼지로뒤덮인느낌이다.
이런주제에바삐걸을필요가있을까.
이먼지속에서무엇을할것인가.
오래생각할필요도없었다.
돼지기름을바르든가먹기로하자.그래,그게좋겠다했다.
서둘러몇명을모았다.
마포공덕시장순대국집에모여들앉아돼지고기에소주를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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