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화 상
(1)

정장차림에가방을든할아버지한분이불편한걸음걸이로옆자리에앉았다.한80세쯤돼보인다.신사모를썼다.손가락엔붉은보석이박힌반지,그리고팔목엔팔찌를낀,언뜻보아부유한행색의할아버지다.가방은무릎위에얹어놓은채맞은편창밖만응시하고앉았다.옆에서가만보니보청기를끼셨다.한몇정거장을갔을까.할아버지의몸이내방향으로기울어진다.눈을감고졸고계셨다.나이탓이려니했다.조금있으려니완전히내쪽으로고꾸라지셨다.어떻게야멸차게내쳐버릴수가없다.그냥기댄채있게했다.조그만미동도없다.그냥어린애마냥내몸에기대주무신다.관심이새록새록생겨났다.이할아버지는어째서이른아침에이런차림으로전철을탔을까.행색으로보아잘사는집할아버진것같은데,왜힘들고복잡한전철을타시곤주무시고계실까등등.관심은관심뿐이다.물어볼수야없지않은가.다시몇정거장을더가사람들이꽤붐볐다.시끄럽고소란한차안인데도할아버지는잘주무신다.할아버진내옆구리에거진얼굴을위탁한채아주평온스럽게자고계신다.숨소리도들리지않는다.갑자기이런기우가들었다.혹시이할아버지가이상태로돌아가신게아닐까하는생각.슬쩍어깨를조금움직여보았다.할아버지는그래도꿈쩍을안하신다.귀를할아버지코쪽으로가까이댔으나숨소리를들을수가없다.다시한번어깨를조금큰동작으로움직여할아버지의얼굴로벗어나게했다.할아버지의얼굴이그대로기운다.이거큰일났다싶었다.이번엔어깨로조금강하게할아버지의얼굴을스치게했다.“킁”하는소리와함께할아버지가정신을차렸다.나를지긋이쳐다보신다.편안한표정이다.“내가좀잤지”하신다.가만히고개를끄덕였더니손으로내어깨를토닥거렸다.“먹고살려니참피곤한데,잘시간이있어야지.밤에는마누라병수발해야지…”하신다.저나이에무슨먹고살일을하실까.

(2)

이른아침이라빈자리가많다.어찌하다경로석에앉았다.배낭을옆자리에두고가기위해서였다.다음정거장에서어떤할아버지한분이타시더니옆자리에앉았다.행색이남루했다.그래서인지표정도어둡다.한80쯤돼보였다.다른자리로옮기려다가민망해하실까봐그냥앉아갔다.잠시졸면서깜박했다.정신을차렸다.옆할아버지는웅크린자세다.주무시려니했다.그런데,그게아니었다.뭔가를열심히쓰고계셨다.A4용지쯤의연습장에다볼펜으로뭔가를빽빽하게쓰고있었다.호기심에서곁눈질로봤다.영어였다.대화체의영어문장이었다.“Whatyearareyouininyourschool?""I’masenior"이두문장이눈에읽혀졌다.어라,싶어좀더세밀히봤다.대화체의영어문장을쓰곤,그아래엔같은내용을일본어로쓰고있었다.완전히몰두한표정이었다.내가옆에보는줄을느끼셨는지어쨌는지는몰라도할아버지는더활기차게글을쓰고있었다.왜이할아버지는이른아침부터전철에앉아이런글들을쓰고계실까.이런생각이안들수가있겠는가.추측을해본다.이할아버지는필시공무원아니면학교선생출신일것이다.그런데,나이들어은퇴하고살기도어렵게됐다.자식집이건어디건눈칫밥을먹으며기식하고있으리라.할머니는돌아가셨을것이다.해서이른아침이돼도집에붙어있을처지가아니다.그러니이렇게이른아침부터전철을타고돌아다니러나왔다.그냥멍하니전철을타느니,이짓이라도하자.그옛날,잘나가던시절을떠올리면서…그러다보면누군가나를알아주는사람도있을것이다.노인이지만,나의이실력을보고혹시스카웃할사람을만날수도있을것이다.

할아버지는가방에서뭔가를한뭉큼꺼냈다.글씨로쓴예의영어와일본어대화체의문장들이었다.기어코한마디거들었다.“할아버지,몇학년인가를물을때는year가아니라grade로하는게아닙니까?그러니Whatgradeareyouininyourschool?이아닙니까”하고물었다.할아버지의대답을들을새도없이“또흥미를가지다는beinterestedto에동사원형이아니라beinterestedin에ing형이오는게아닙니까?”할아버지가나를빤히쳐다본다.이상야릇한표정이다.흥감한표정같기도하고,약간비웃는표정같기도하다.그전표정과는완전히딴판이다.그건생기가도는표정이었다.아,나를알아주는사람,드디어나에게말을걸어주는사람이있구나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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