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선계곡에서 만난 ‘귀신’

지리산칠선계곡을23년만에갔다왔다.

길고도깊은칠선계곡은옛그대로다.

옥녀탕을지날무렵,옛기억하나가새롭다.

‘귀신’을만난것이다.1986년이었를것이다.

천왕봉을오르고내려오다,좌우측갈림길에서망설였다.

그래,오른쪽으로가자.

그리해서내려간곳이칠선계곡이었다.

내리깍은듯한절벽길을숨가쁘게내려가처음맞닥드린폭포.’마폭포’였던가.

무섭고다리가후들거렸다.홀로미지의세계로들어가는초입에서의기분이랄까.

그게전조였을까.내려가는내내무서웠다.칠선계곡은거의미답의자연천지였다.

몇개의거대한沼를건너뛰면서빠지기도하고,뱀을만나혼비백산하기도하고…

지도상으로는8km정도의계곡인데,가도가도끝이없었다.

텐트까지챙겨넣은배낭은얼마나무거운가.

배낭무게를줄이자.어느곳에선가배낭안의남은음식물들을모두버렸다.

그리고또미친듯이내달렸다.

어느듯해가뉘였해지고있었다.

사위는시퍼런물소리와함께이미deeppurple색으로갈아타고있었다.

‘옥녀탕’부근이었을것이다.

겨우겨우해서’옥녀탕’을건너계곡한쪽사면의길을불안하게걷고있을때였다.

갑자기시야에움직이는허연물체가나타났다.

하얀소복에산발한머리의물체.

귀신이다.귀신이다.

한발짝도움직이지못하고얼음처럼얼어붙었다.

그러나그순간,나는생존모드로움직이고있었다.갖고있던스틱을공격용으로거머쥐었다.

소리쳤다.귀신이냐!귀신이면물러나라!

그리고는그물체앞으로다가갔다.이미나는까무라질지경이었다.

스틱을내리칠수있는가격권앞에서스틱을들었다.

아이고,아이고아니지라아니지라…

푹쉰여자목소리.귀신이아니었다.소복차림의중년쯤되는여자였다.머리는산발차림이었지만.

어이가없어추궁하듯물었다.아니,이게무슨짓이요.이런데서뭐하고있오.

그여자가갑자기손을내밀었다.

혹시고추장이나된장같은거남은거있소?있으면주시오.

이미다버렸으니있을리가없다.없소이다.남은거하나도없소이다.

그리고는두말없이내빼듯그여자옆을지나쳤다.그리고는쫓기듯내리달렸다.

그리고그해가을쯤이었을까.

남원춘향제전국판소리경연대회장원이발표됐다.안머시기라는여자가뽑혔다.

신문에서그기사를보는데,칠선계곡이란말이그녀로부터나왔다.

목청튀우려고연습한곳이칠선계곡옥녀탕부근의암굴이었다는것.

내가그해여름칠선계곡에서만난’귀신’은바로그사람이었다.

벌써20여년이지난얘기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