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광화문, 그리고 山行

약속이라고딱히정해놓은것은없다.

어차피혼자가기로작심하고나선길이었으니까.

토요일아침일찍,친구들로부터메시지는왔다.

천둥,번개,호우일기예보.이런날산에가는건무리운운.

이에반해한친구는단호했다.

나는산에간다.

그친구에게답을보냈다.

나도감.

그리고행장을꾸려나온길이다.

비는하늘이뚫어진양줄기차게쏟아지고있었다.

비가많이오니,산에가자고한친구가안나올지도모른다.

그러니약속이라고생각하질않고나선것이다.

적선동에서내리질않고일부러광화문에서내렸다.

그쪽엘가본지가좀됐기도했고,

비에흠뻑젖고있을그쪽풍경이보고싶어서다.

(쏟아지는빗속의광화문거리.휴대폰으로찍은것이다)

광화문빌딩앞에내리니앞이보이질않을정도로비가쏟아져내린다.

우산을들었지만별소용이없다.그저머리정도만가릴정도다.

이렇게쏟아져내리는데과연산에갈수있을까.

흠뻑젖는것은문제도안된다.그런산행해본지가언제였던가.

배낭에는물론비옷도있고,배낭커버도있다.여벌의속옷도있다.

배낭커버를빨리씌워야지.

교보빌딩앞에는일군의산행객들이행장을정리하고있었다.

중년의남녀들인데,단단하게준비들을한다.비옷을꺼내입고,배낭에커버를씌운다.

신발에스패츠를하는사람도있었다.

일단배낭을풀러재정비를했다.

젖을만한용품들은비닐로다시한번싸서아래로내려보내고,

위에는비옷을올려놓았다.그리고배낭커버를씌웠다.

광화문거리는빗물로가득하다.사람들은보이지않고,

쌩쌩달리는차들뒤로하얀빗물의포말만펼쳐지고있다.

장대같은빗줄기속에이순신장군동상이처연하게젖고있다.

교보빌딩정문입구는깊다.비를피하기에안성맞춤이다.

비가쏟아져내리는광화문거리와는별개의세상이다.

비구경이다.안온함마저느껴진다.

언제까지그러고있을것인가.마냥그곳에있을수는없지않은가.

산으로가야한다.상명대로가는7016번버스를타야한다.

그러나막상버스정류장까지가기가두렵다.

비를피한안온한그조그만순간이망설임으로이어지고있는것이다.

그러나어쨌든가기는가야한다.친구도와있을줄모르고.

일단친구에게전화를해보자.도착해있다던가,아니면가고있다면가야한다.

이렇게비가오면아예출발을안했을수도있을것이다.

그래도나는가야할것인가.

친구는한남대교라고했다.아무래도망설이다좀늦게출발한모양이다.

광화문까지20여분,그리고다시상명대까지20여분.

어떡해야하나.혼자가야하나,기다렸다같이가야하나.

버스정류장까지는50미터남짓.그러나거기까지가는동안엄청젖었다.

돌풍까지몰아치니우산은있으나마나다.

한5분여를기다리니버스가온다.버스는텅비었다.

기사양반은비몰아치는바깥상황에전혀어울리지않은언행이다.

어서오세요.느긋한말씨,그리고느긋한표정.

빗속을뚫고버스는신나게달린다.후딱상명대에도착했다.

비는집나올당시와별차이없이줄기차게내린다.

혼자덜렁배낭을매고학생휴게실로들어서니,몇몇학생들이신기하게쳐다본다.

이런눈길들,그리고이비를맞으며기어코산에가야할것인가.

버스가몇대씩도착하고30여분을더기다려도친구는오질않는다.어떡해야하나.

가자.올라가자.혼자가자.

배낭을다시단단히꾸린다.비옷을꺼내입었다.후텁지근하다.

휴게실을나서려는데,버스가한대또도착한다.

차뒷자리에눈에익은색의배낭커버가보인다.친구다.

친구는집사람까지대동하고있었다.또다른한친구도나왔다.

하늘이무너져도이제는올라가야한다.

이날우리의산행은미완에그쳤다.평소의주말산행에비하면좀약했다.

포금정사지못미쳐에서요기를한탓이다.

비가리개텐트를치고,

옹기종기모여앉아가지고온음식들을먹다보니게으름이쏟아난것이다.

총대는내가맸다.

우리,고마내려가자.

이한마디에친구들은아무런이의도달지않고따랐다.

그래주기를바랐다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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