智異山의 친구 내외

지리산에서일박하고왔습니다.

산청원지에내리니재형이가경화씨랑나와있었습니다.

지리산삐알길엔초가을의정취가완연했습니다.

늦여름햇볕이따갑기는했습니다만,

나뭇잎에내려앉은양광은분명가을빛이었지요.

재형이가살고있는집은옹기종기하게아름다웠습니다.

시골집이니그저그러려니하는선입관이잘못된것이었습니다.

나름펜션용으로지은집이었습니다.그러니아름다울수밖에없었지요

인터넷과케이블TV등모든편의시설도잘갖춰져있었습니다.

행장을풀어놓고,

재형이와인근의27회선배집으로갔습니다.

선배는혼자서깻잎밭에물을주고있었습니다.

두송(斗松)의아름답고믿음직한모습은여전했습니다.

선배를재형이집으로모셨습니다.

경화씨가축협에서준비한돼지고기와함께저녁상을차려주더군요.

집과연이어진옥외베란다에차려진저녁상은푸짐했습니다.

선배집에서따온깻잎과상추,고추에다싱싱한땅콩,

그리고경화씨가담근가죽나물과젓갈등맛깔스런밑반찬이

까칠해진입맛을돋웠습니다.

잘차려진저녁상이었지만,분위기는그리밝지않았습니다.

나때문이었습니다.

선배와재형이를만나러간이유가있었지요.

애시당초말도안되고논의의여지가없던이유랄까,

결론을내릴수없는사안이었느니그럴수밖에없는분위기였습니다.

다시말하지만순전히내탓이었습니다.

소주가두병있었는데,재형이랑나눠마셨습니다.

얘기가종교쪽으로기울더군요.아무래도분위기탓이었을겁니다.

선배는불교무속쪽의얘기를많이했고,

경화씨는기독교쪽의얘기를많이했습니다.

그방면에과문한나는아무래도경험적인얘기만했습니다.

밤이깊어지면서선배는마산으로나갔고,

대신재형이윗집에사는조각하는분과함께

밤이이슥하도록얘기를주고받았습니다.

어둔밤하늘에서빗방울이약간비치더군요.

스마트폰의음악을틀었습니다.

갑자기슈바르츠코프의노래가듣고싶었기때문이지요.

빗방울을느끼고슈바르츠코프의노래를듣다가

갑자기머리를감고도는때아닌감동.

아,여기는지리산,

더구나깊은밤에휘감긴지리산이지않은가하는.

잠자리에들기전에경화씨에게보여줄게있었습니다.

삼년전,광화문낙지집에서재형이랑같이찍은사진을

이곳클럽을뒤져보여줬지요.

그사진에딸린글의제목이’마산남편들’이었습니다.

사진을보니갑자기그때가새삼그리워졌습니다.

그때로돌아갈수있다면얼마나좋을까요.

그시절이나로선참행복했다는생각입니다.

다음날,다시재형이차를타고원지로나왔습니다.

11시20분차.

경화씨가빵을좀사주더군요.

시간이좀남았지만,이른작별을제의했습니다.

재형이내외는단성5일장에갔을겁니다.

낫인지호미인지무슨연장살게있다는얘길들었거든요.

행복하고아름답게살기를기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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