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를 모른다

하리라고몇번씩마음먹은일들을그냥지나치는게버릇처럼됐다.

무슨경천동지할급한일은아니다.대개휴일날집에서할일인데,

그게마음뿐일뿐실행에옮겨지지않으니때때로이상스럽기도하다.

어떤일을하리라마음을먹는것은작심할당시의상황이나어떤느낌때문인데,

그일을생각해낸순간이면내가어떻게그런생각을했을까하고스스로도취하기도한다.

예컨대어제도새벽산책을하면서마음먹은일들이있었다.

예전에몇번본’바베트의만찬’을다시한번보는것.그리고독서를하는것.

휴일날집엔나혼자있을것이기때문에,그런안온한(?)분위기에서그두가지일을하면

휴일날에걸맞게좋을것이란생각이들었다.

산책길에’바베트의만찬’을떠올린것은,지난주에쓴먹거리에관한’해외신간’소개글에그영화를

좀인용했기때문이기도했고,집에가서무엇을해먹을까하는생각도그영화를불러낸한요인이었다.

새삼스럽게독서를바란것은이즈음읽고있는책을얼른마무리하고싶었기때문이다.

‘죽음’에관한책인데,인용한대목들이영거슬린다.그래서빨리해치워버리고싶은것이다.

집에도착할때쯤갑자기김밥이먹고싶어졌다.수퍼마킷에들러김밥말재료들을샀다.

결론을얘기하자면영화도보지않았고,책도마무리하질못했다.

그냥집에서김밥만말아먹었을뿐이다.그러면서일요일하루를보냈다.왜그랬을까.

순간순간이자꾸미뤄지는것이다.

김밥말아먹고영화를보자.김밥을먹고나니피곤하고노곤해진다.

조금만누워있다보자.소파에누워있으니졸음이온다.

깜빡잠이든것같은데,깨보니어느덧오후다.영화볼마음이어느듯사그라졌다.

책이라도마무리하자.소파에편히앉아책을펼친다.몇분지나니도저이눈이감겨책을읽을수가없다.

낮잠끝이라서그런가보다.잠시인터넷을하다책을보자.그러고그러면서미루다결국은

책도마무리못한채저녁을맞는다.저녁이면저녁밥을먹어야한다.저녁밥지어먹고어쩌고하면

밤이고마누라가올시간이다.결국은나의안온한(?)휴일은그렇게저물고만것이다.

일이이렇게되는것이새삼스레이상스런것은아니다.

나도잘안다.으례그렇게되기때문이다.

그런데도나는얼마간의시간이지나면또왜그렇게됐고왜그리했을까고생각한다.

그러면서앞으로는그러지말자면가끔씩다짐도한다.

아무래도나는내가나이먹어가는줄을모르는모양이다.

나이는나를생각하는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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