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 남매탑, 삼불봉, 아버지, 황태젓국

몇번오른계룡산은올적마다감상에젖게하는산이다.

1977년8월의산행이기억난다.

그해7월여름아버지가갑자기세상을뜨셨다.

서울에직장을갓잡은내게친구들이계룡산을가자고했다.

그냥망연한상태였기에왜가느냐,왜그산인가를따질생각의여유도없었다.

친구서너명과친구동생,그리고친구한명의피앙세해서동학사아래에숙소를잡았다.

도착한날이흐렸는데,아니나다를까다음날아침에비가내린다.

작취미성은아니지만,전날마신술과피로감으로모두들차라리잘됐다는생각들이다.

친구동생은해병대를갓제대한채로따라왔다.

동생을우중에도산을오르고싶어했다.나도웬지오르고싶었다.

해서둘이쏟아지는비를맞으며산을올랐다.

지금생각해보니삼불봉코스다.

남매탑쯤에도착하니앞을분간키어려울정도로안개가자욱하다.

사위가안개로자욱하고아득하다.그기다비까지쏟아져내리니겁이났다.

뭔가에끌리는느낌이들었다.남매탑에삼불봉까지를오르는데,

앞에서누군가가당기고있었다.

어느지점에선가동생이가기를망설인다.형,길도험한데그냥내려가입시다.

동생더러그러면남매탑으로가있으라했다.그리고혼자걸음과오름을계속했다.

그게삼불봉정상인지는모르겠다.아무튼안개가자욱해서사위를가늠키가어려웠다.

그런데도험하고아슬한길은눈앞에이어져계속되고있었다.

안개속에뭔가환영이스쳐지나갔다.아버지였다.

아버지빈소에서몇날을계속듣던염불소리가들렸다.보보일체생독로.

목이터져라불렀다.아버지.아버지.

중학교동기들과17일모처럼간산이그계룡산이다.

동학사에서남매탑으로해금잔디고개에서갑사로내려오는코스다.

단풍은끝물이지만,차라리그게더가을답다.

황량하면서도뭔가마음의정화를느끼게하는.

그래서그럴까.

삶이다소처절하고고달프더라도툭털고감내하며살아야겠다는의지가,

낙엽을밟고오르는발걸음마다에다져지는느낌이다.

몇번왔지만,계룡산이그렇게낮익은산은아니다.

그저걸음속,스쳐지나는정경을보며기억을떠올린다.

그러나남매탑을저아래에둔지점에서30여넌젼의옛기억이치솟는다.

아마도그때,나는이지점에서부터아버지를떠올리며올랐었을것이다.

삼불봉을빨리오르자.

그곳엘가면거기서49제를끝내고저승세계로들어가는아버지를마지막으로

뵙게될것이라는기대감으로비와안개로자욱한이산길을올랐을것이다.

그리고거기서아버지를만났고.

남매탑은전해져오는얘기도그렇지만,정말모습이예쁜오누이같다.

사람의인연을가름하는法과情의간극은탑어느곳에서도느껴지지않는다.

그저예쁘고참하다.늦가을의엷은陽光을담뿍안아서일까.

예쁜남매탑은양지바른툇마루에앉은오누이가오손도손얘기를나누고있는모습이다.

우리들은남매탑을바라다보며요기를하면서비교적긴휴식을취했다.

삼불봉이지척이다.

그곳을갔다오고싶었지만두어잔걸친매실주의취기가게으름을안긴다.

갑사로내려오는길은정말이지늦가을이물씬한산길이다.

원래그길은단풍으로유명하지만,단풍은이미졌다.그래서황량하고쓸쓸하다.

늦가을바람에낙엽이우수수떨어져내린다.뼈속깊이가을이느껴진다.

마음도바닥처럼황량해진다.그게다짐을안긴다.목숨을걸고살아야지하는다짐.

갑사는소담한가람이다.그정취는옛생각과닿아있다.

삼불봉에서느꼈던격하고허한감정을갑사가달래준다.

갑사를곁눈질해가며걸어내려오는데한친구가갑자기하늘을가리킨다.

감나무다.

감이조롱조롱,청명한가을하늘에달렸는데,무슨망망대해에떠있는표주박같다.

망망대해와표주박이비교가될것인가.

그러나감은분명한존재감을준다.황량해서더그렇다고할까.

갑사근처어느식당에자리를잡았다.

황태음식이나왔는데,이걸어떻게불러야할까.

팔팔끓는국물속에누런황태가들어있다.

그국물은황태가우러나촉촉한데,이건전골이라기도그렇고찜이라기도그렇다.

그래서내가붙였다.황태젓국.

시원한국물맛이삭은젓갈국물에황태를넣고끓인것이라는생각인데

정작주인은멀뚱해하는표정이다.

이황태를담은매실주에안주삼아먹으니그맛이참고소하고맛있다.

도시밥뜰생각이나질않는다.

그렇게마시고또마시고해서취했고,

그취기로계룡산의산기속을어슬렁거렸더니어느새서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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