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았다

술을많이마신다음날아침,눈을뜨면서제일먼저생각하는게있다.엊져녁에어떻게마셨고,어떻게취했으며,어떻게들어왔을까하는것이다.그다음은바지호주머니를챙기는일이다.지갑은있는지,혹여쓴카드는있는지,썼다면그영수증은있는지를살핀다.생각은숙취와함께헝클어져있어기억이왔다갔다한다.호주머니에지갑이있다면우선은안심이고,카드쓴게없다면더더욱안심이다.대개그정도만확인하면좀편안한마음으로잠의뜸을들인다.

그저께아침도마찬가지다.많이마셨다.이부자리속차림이입고나갔던옷그대로이다.거실로나가니소파에서잔흔적이역력하다.바지뒷주머니에지갑은얌전히들어있다.꺼내봤더니택시타고끊은영수증이나온다.이정도면양호하다.근데뭔가좀허전하다.목도리가보이질않는다.상의를걸어놓은식탁걸상에있어야할목도리였다.그게없어진것이다.있을만한곳을찾고뒤져도없다.필시어디에두고나왔든가,아니면택시에두고내렸을것이다.씁쓸하다.

그게어떤목도리인가.1993년첫미국출장시,워싱턴에서누가선물한버버리목도리다.20년을따뜻하게써온것이라애착이많이가던것이었다.잃어버린것생각하면뭐하나.사무실에가서술집전화를알아내전화나한번해보자.사무실에서술집이름을검색하니나오지않는다.선배에게술집이름을물어볼수도없다.잃어버린것,기왕포기할거면일찍포기하자.그런데또뭔가찝질하다.PCUSB슬롯을보면서문득집혀지는생각이다.바지호주머니를뒤졌다.없다.사무실열쇠고리와거기에매달아놓았던2개의USB가없어진것이다.그안에중요한자료가많다.은행공인인증서도들어있다.난감해졌다.어디서잃어버렸을까.아무리생각해도감이잡히질않는다.호주머니를뒤지다택시에두고내렸는가.그와중에든생각.바지차림그대로소파에잔것이라면열쇠고리를흘릴수있다.그러면혹소파어딘가에있을수있다는생각이든것이다.

집으로들어서자말자소파를뒤졌다.좌석방석을드러내고살펴봐도열쇠고리는보이지않는다.안방에들어와개지않은채그대로인이부자리를뒤져봐도없다.낙망이다.전날입고나갔던저고리주머니도뒤져봤지만없다.방문입구옷걸이에걸어놓은셔츠주머니에있을까고옷걸이쪽으로가는데,어럽쇼눈에익은뭔가가얌전히옷걸이에걸려있다.바로목도리였다.엉망으로취해들어왔지만,그정신상태에서도목도리를잘개어서옷걸이에걸어놓았던것이다.반갑기그지없었다.그러면그렇지하는,나에대한신뢰감이뭉게뭉게피어나고있었다.다시한번거실로나가소파를뒤졌다.뒤져본소파지만,이번엔침착하게천천히뒤졌다.그랬는데,오른쪽방석한구텅이에서뭔가열쇠같은물체가삐죽히한부분을드러내고있다.꺼내보니찾고있던그열쇠고리였다.USB도물론얌전하게매달려있었고.

이렇게해서나는잃어버렸던것을모두찾았다.이럴수도있는것이지만,참묘한기분이었다.나는역시나다.어떤경우든자신을믿을수밖에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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