符籍수집.연구 가회박물관 尹열수 관장
사람의생은유한하다.현대의학이아무리발달했다하더라도기껏살아봐야90살안팍이다.이한정된생속에서사람들은많은것을추구한다.물질적으로도그렇고정신적으로도그렇다.자손을많이낳아별탈없이편안하게오래살고많은복을받고싶은,즉부귀다남과수복강녕은양의동서를막론하고예로부터모든사람의바람이다.한마디로표현해복을비는,이런기복을위해인간은뭔가에기댄다.종교도궁극적으로는그런측면의한수단이지만,전통적으로민중의삶과함께해온게있다.바로부적이다.부적은종이에글씨,그림,주술적기호등을그리거나목판으로찍어낸주술적도구로전통기복신앙의한수단이다.집안에붙이거나몸에지녀복을불러들이고액운을물리치게하는도구가바로부적이다.부적의역사는깊다.그연원은5000년전이상의원시시대까지거슬러올라간다.

"부적에는시대를달리하면서이땅에살아온기층민중의진솔한삶의애환과희망이묻어있습니다.하늘과사람과땅의조화를비는부적은우리의소중한전통문화유산이지요."

고교시절부터부적소중함에눈떠…연구와수집반세기의이력

윤열수(尹烈秀,66)가회박물관장은부적이민초들의애환이깃든소중한전통문화유산임을일찍이깨닫고부적연구와수집에거의평생을바쳐오고있다.윤관장은고등학교시절인1960년대초부터부적에관심을가진다.그시기,부적이라면그저무슨미신나부랭이종이로알고아무도거들떠보지도않던때인데,윤관장은부적의소중함에눈을뜬것이다.그때부터부적을모으고연구한다.그러니반세기를넘긴이력이다.그는지금껏수많은종류의부적을모았다.800여점에이른다.서울가회동북촌한옥마을에있는그의가회박물관은부적을포함해민화300여점과민속자료등조선시대우리문화의기저를엿볼수있는1500여점의각종유물을소장하고있다.

그에게듣는부적이야기는재미있다.부적은주술적방법으로인간사의복잡다단한길흉을관장케하려는도구로,우리조상들은그것으로인간의길흉화복을바꾸는불가사의한힘이있다고여겼다.조선시대후기,우리조상들은태어나죽을때까지모든것을부적에의존하다시피했다.아이를낳을때,집을지을때,심지어나무하러갈때도부적을사용했다.부적은어떤의미로보면옛유물로치부될수있지만,인간의일에시기가있을수없는만큼오늘까지도그전통과맥은이어지고있는데,이와함께옛부적은옛조상의시선과염원이내포된기묘한기호와도형그자체만으로도예술적작품으로서의가치가돋보이고있다.윤관장은"민화와함께부적은민중의마음을여실하게읽을수있는분야"라며그가치를내세운다."가식없이그려진민화엔순수하면서도장난을좋아하는민중의심성이고스란히담겨있고,그들의원초적욕망과꿈이배어있지요."

祈福신앙의대표적산물,그기원은원시시대로까지거슬러올라가

그기원이원시시대로까지거슬러올라가는부적은특히조선시대때그사용이일반화됐다.전통의학서인허준선생의’동의보감’에도아기를빨리낳을수있도록하는’최생부(催生符)’가실려있고,19세기홍석모가지은’동국세시기’에는궁중이나사대부집안에정월초하룻날,세화(歲畵)를벽에걸거나문을지키는신장(神將)을그려붙여액이물러가기를빌고있다고적혀있다.

부적은보통승려나역술가,무당이만든다.부적을만들때는택일을해목욕재계한후에동쪽을향해정수(淨水)를올리고분향한다.그리고이(齒)를딱딱딱3번마주치고주문을외운후에부적을그린다.부적에그려지는그림은용.호랑이.독수리등의동물과해.달.별등이많으며,이외에도추상적인와문형(渦紋形).탑형.계단형등그종류가다양하다.글자는일월(日月).천(天).광(光).금(金).신(神).화(火).수(水).용(龍)등이많은데,부적전체가한자로된것도있지만,한자의파자(破字)를써서여러가지로결합하고여기에줄을긋는형태들이많다.특히벽사용부적에이파자구성이많다.액을물리치게하려는벽사용부적에많이그려지는게호랑이다.호랑이부적은호랑이의용맹성을부적속에도입해부적의효능을확대시키려하고있는데,예컨대백호부(白虎符)의경우흰호랑이를백공(白公)으로중앙에정중히모시고진칠시또는주검시(尸)자를상하에배치해아래쪽의사냥할전(田)자에꼬리를달아백호를가두어두고경계선에넘어서면사냥꾼에게잡힌다는뜻을담고있다.주술적힘이강한부적에나타나는글자로는활궁(弓),기제호또는막을호(戶),베어죽일참(斬),귀신머리불(),나기지못할계(屆)자등이있다.사냥할田자의경우잡신을빠져나가지못하게하고,지게戶자는잡신을지게에태워버린다는염원을담고있다는게윤관장의설명이다.

부적을쓸때사용하는글씨는붉은빛이나는경면주사(鏡面朱砂)나영사(靈沙)를곱게갈아기름이나설탕에개어서쓴다.경면주사는유화수은의일종으로,특히신약(神藥)의약재일종으로다뤄지고있는영험스런물질이다.부적을붉은색으로쓰는이유는붉은색이양색(陽色)이라,음귀(陰鬼)를쫓는데효과가있다고여겼고,붉은색자체를귀물(鬼物)이공포를느끼게하는위력과힘을가진색으로믿었기때문이다.색소를구하기어려웠던옛날에는동물을죽여그피를사용하기도했다.특히닭의피는어둠을물리치고귀신을쫓는다고믿어효험을크게하려는부적의재료로사용되기도했다.부적이그려지는종이는회화나무열매로물들인괴항지(槐黃紙)를쓰는것이원칙이다.그러나치자물을들인창호지를쓰기도한다.

부적은보통종이로만들어진것으로인식되지만,기석(奇石),나무.곤총.동물.뼈.청동.조개등을이용해만든것도더러있다.나무부적중에는벼락을맞은복숭아나무나대추나무로만든게상서로운힘을갖는다고여겨지고있다.나무가벼락을맞을때번개신이깃들여져잡귀가달아난다는생각때문이었다.부적의형태와크기도다양하다.부적목판가운데가장큰것을관(棺)을덮었던탑다라니부적으로,크게는길이가2m넘는경우의것도있다.작게는2-3cm에달하는호신부적,선추(扇錘)부적,호패부적등이있다.

사용목적에따라소원성취부적과액막이부적으로대별

윤관장은’부적은재앙을막고복을누리기위해만들어진일종의주술물로,인류가생겨나고원시종교가발생했을때부터시작된것인만큼그종류는사용목적과기능에따라크게두가지로구분된다"고말한다.하나는주력(呪力)의힘을빌려좋은것을더욱증가시키는소원성취부적이고,다른하나는사(邪).귀(鬼).액(厄)을물리치거나질병등을방어하는벽사용의액막이(厄防止)부적이다.전자에는칠성부.소망성취부.초재부.재수대길부.대초관직부.합격부.생자부.가택편안부.만사대길부.정토황생부.탈지옥부.조개부등이있다.조개를형상화한조개부의경우조개의모양이여성을상징하고있는만큼풍요와다산의염원이담겨져있는부적이라는게윤관장의설명이다.일명벽사부적이라고도부르는액막이부적은종류가가장많고쓰이는용도또한생활전반에걸쳐다채롭다.사람의힘으로해결할수없는것,눈에보이지않는무서움,질병이나재난등을막기위해,또는살(煞)이끼어서대수롭지않은일에도공교롭게큰탈이날때귀신때문이라고믿었는데,이모든것을사전에방지하고자만들어진부적이다.그종류로는각종질병퇴치부.재앙퇴치부.귀신불침부.야수불침부.호신부.악몽퇴치부.도적불입부.삼재예방부등이있고,이밖에도부정에관한부적,농축산물보호부적.전쟁피하는부적(避兵符)등이이에해당된다.

(부적가운데가장예술성이돋보이는’삼두일족응삼재부’

윤관장은이들부적을통해옛우리조상들의내면에담겨진생각과뜻을읽음으로써,그시대인간문화의내면을들여다보고자하지만,이와함께이들부적에담긴예술성과회화성의가치를누구보다높게꼽고있다.그중에서도윤관장이높게평가하고있는것은액막이부적의하나인삼재(三災)부적이다.특히머리가셋이고몸뚱이와발이하나로그려져있는’삼두일족응삼재부(三頭一足鷹三災符)’는그가운데가장예술적인작품으로,윤관장이아끼는부적중의하나다.

“부적은세상에서가장오래된믿음,”상징성.조형성통해새로운가치조명필요

윤관장은오늘날에이르러서도이러한부적은우리생활과함께하고있다고말한다."다양한의미의길상적의미와벽사적내용이조금씩더해져근래에는종합적,다목적부적으로변화되고있다"는것이다.윤관장은현대적부적의종류로이를테면테니스를할적에다치지않게하는부적,자전거탈때다치지않게하는부적,그리고커플은커플대로,싱글을싱글대로사랑이영글어지기를염원하는‘밸런타인데이부적’등을예로들었다."모든현상에과학적이증명이가능하고의학이발달된지금에도사람들은여전히부적을찾고있습니다.현대를살고있는우리들은물질적풍요속에살고있지만,동시에그어느때보다도정신적.심리적으로각박하고불안한삶을살고있기때문"이라고윤관장은그이유를설명한다.

윤관장은부적을’세상에서가장오래된믿음’이라고말한다.그런관점에서"부적을그저단순히미신(迷信)의한수단으로여기지말고부적을통해모든불안을해소하고복을빌고자했던조상의지혜와염원을읽어내는한편으로그속에담겨져있는부적의상징성과독특한조형성을통해그가치를새롭게조명해볼필요가있다"면서,그의반세기걸친부적에대한연구와수집은앞으로도이어갈’진행형’임을강조한다.

전북전주가고향인윤관장은원광대영어교육학과를졸업하고동국대에서미술사학으로문학박사를했다.1970년대초우리민속학의’중시조’로꼽혀지는故조자용선생의’에밀레박물관’학예관시절민화와부적에빠져든다.이후삼성출판박물관을거쳐가천박물관부관장,문화재청문화재전문위원과민학회회장을역임했다.가회박물관은2002년부터운영해오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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