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꽃제비
‘꽃제비’는우리들에게더이상낯선말이아니고또낯선대상도아니다.꽃제비는먹을것을찾아떠도는,갈곳없는북한의어린이를일컫는북한의은어이다.먹을것이있는곳이면수단과방법을가리지않고가서취하기때문에양아치기질도있는아이들인데,이들이북한에서굶주려중국등으로탈출하면’탈북꽃제비’가된다.반세기이상이어져온남북분단상황에서생경한북한말들을많이접하지만,꽃제비라는말은이런점에서무엇보다참아리고슬픈느낌을준다.이들이성인이아니라한창자라나야할소년.소녀들이기때문이다.’꽃’이란접두어가붙어더그렇다.그런불쌍한청소년들이꽃같은제비라는꽃제비라니이런역설이있을수없다.

‘요덕스토리’라는영화로잘알려진탈북영화감독정성산씨에따르면,꽃제비라는말의어원은유랑.유목.떠돌이라는뜻을가진러시아어’꼬체비예’에서비롯됐다고한다.1945년해방과함께소련군이북한에진주했을때,집없이떠돌아다니던고아들이소련군이먹을것을주면달려드는것을보고,그들을그렇게불렀는데,그게발음의변화와함께북한에서꽃제비로불리어지고있다는것이다.남한에서도당시미군이초콜릿,검등을주면,’헬로’라고부르며달려들든아이들도소련식으로하면’꼬체비예’인셈이다.

북한의꽃제비는두부류라고한다.정치보위부등북한기관의조직원역할을하면서도둑질등을통해그들의요구를충족시켜주는대신,일정한자유를누리며사는꽃제비가그한부류인데,이들은대개먹고사는데는지장이없는,출신성분이좋은집의자녀들이다.그리고가난등으로집이해체돼고아처럼살며주린배를채우려고방랑하는꽃제비들이또한부류인데,이들이먹을것을찾아탈북을한다.북한당국은이들의존재를공식적으로부인하고있기때문에이런꽃제비들이얼마나되는지알수는없다.그러나자신이꽃제비출신인정성산씨는북한의300만소년단가운데절반인150만명정도가꽃제비일것이라고단언한다.지난90년대기근으로2-300만명정도가굶어죽었고,이후에도식량사정이개선되지않았다는점을감안한수치이다.꽃제비하면우리들에게떠오르는안타까운영상이하나있다.토끼풀을뜯어먹으며구걸하는한여자꽃제비의영상인데,2010년가을무렵누군가입수한게인터넷에떴다.때묻은얼굴에산발한머리,그리고뼈만앙상한몸에남루한옷차림으로그소녀는토끼풀을씹고있다.그리고얼마후전해진소식은그소녀가옥수수밭에서굶어죽어숨진채발견됐다는것.

이번에라오스로탈출했다가어이없이북한으로끌려간9명의북한청소년들도모두꽃제비출신이다.死地를탈출한이들이얼마동안자유세계의맛을보다마지막관문에서그런일을당한것은안타까움을떠나모두에게분노의심정을갖게한다.이들을다시끌려가도록한일차적이고절대적인책임은무관심과방관으로일관한우리정부에게있다.우리외교부가주절대는말들은변명에불과한말장난이다.북한이라고수수방관하고있었겠는가.그들은외교와공작을병행했다.라오스이민국에수용돼있던아이들을매일일대일로만나설득하고회유했고,이아이들은그에라오스이민국관계자들앞에서북한으로돌아가겠다는의사를밝히고북한비행기에탔다.그때까지우리외교부와국정원은뭘했는가.한마디로외교와공작모두북한에참패를당한것이다.북한은이제평양에있는아이들을내세운채우리측에의한’회유납치’임을주장하고나설것이다.

무엇보다그아이들의운명이걱정이다.모두처형되지않을까하는우려를누구나한다.북한이국면전환과체제선전일환으로그아이들을이용하면더좋겠다며안도(?)하는사람도있다.적어도죽이지는아니하지않겠는가하는생각에서다.그런사람가운데정성산씨도그하나다.그는이렇게울부짖으며호소하고있다."김정은위원장님,아이들을여기서납치했다고하십시요.그래도좋습니다.그러니제발그아이들은살려주시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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