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대구湯
어제는날씨가꽤추웠다.친구를불러내어디뜨끈한우족탕잘하는집에서낮술이먹고싶었다.한친구는금새나의제안에넘어갔다.상도동사는또다른친구에게그얘기를했더니,무슨우족탕이냐한다.그때퍼뜩생각난게삼각지대구뽈데기탕이다.그게어떠냐고물었더니,무슨삼각지냐고한다.그럼어디서?노량진수산시장에서만나자한다.그래서저녁무렵수산시장에서만났다.

먼저도착한상도동친구는이미중짜크기의대구한마리를사다’미자식당’에맡겨놓고는우리를기다리고있었다.나는식당에가면서싱싱한해삼을몇마리샀다.대구는지리탕으로주문해놓고있었다.해삼을안주삼아술잔을기울이고있는데,엄청큰스텐양푼에초벌로끓여진대구지리탕이나왔다.양으로치면다섯사람이먹기에도충분해보였다.한번더끓고있는대구탕을숫갈로국물맛을보는데탄성이나온다.그맛이다.사실그렇게큰기대를하지않고있었기에느낌은더강했다.진한대구국물이었다.

대구는깊은바다에사는생선이다.양명문의’명태’에서읊고있듯,어떤어진어부의그물에걸리어밥상이나주안상에나타났을때,대구는바다생선이상의것이된다.흡사인간의입맛과생기를돋우려바다용왕이내린진미의선물같다.대구의계절은겨울철이다.겨울철에우리의입맛을다시게하는속깊고맛있는생선이다.

양푼에서펄펄끓고있는대구는자신의모든것을내주고있었다.하얀고니의부드러운맛,풍성한육질의살,대구특유의깊은맛이스며있는뼈다귀.눈깔은운좋게도나의차지가되었다.대구는대가리부터꼬랑지까지하나도버릴게없는생선이다.싱싱한대구로탕이나찌게를끓이면단맛이난다.그시원한국물맛은오장육부에스며들어속을편안하고부드럽게한다.말린대구맛은또어떠한가.꾸덕꾸덕말린대구를정종과함께초고추장에찍어먹으면밤새도록질리지않는안주가된다.대구아가미로만든장자젓갈의맛은어떻게표현할방법이없다.무를작게네모나게썰어대구알과함께삭히면,정말밥도둑이따로없다.80나이를훨씬넘긴나의어머니는아직도겨울이면장자젓갈을담그신다.

모두들정신없이먹었다.친구들은막걸리,나는소주를마셨는데,두병이후딱비워졌다.음식이맛있고감동적이고,그게고향을느끼게해주면뭔가좀애적(哀的)감정이생기는모양이다.아마도사는게팍팍한현실에대비돼서그런지모르겠다.그래서인가.거짓말좀보탠다면눈물이났다는얘기다.모두들정신없이먹는데그풍경이조용한것도아마그래서인지모르겠다.

그래서덧붙이건대대구는마산이라는생각이다.마산은우리들의고향이다.어릴적부터숱하게접하고먹어본생선이다.어릴적마산남성동선창가에는대구가넘쳐흘렀다.잘살고못살고를떠나어느집에서나대구는풍성했다.집집담장마다대구를걸어말리면골목에는겨울양광(陽光)에마르면서익어가는대구의고소하고아리한냄새가흘러넘쳤다.이게따스한남쪽도시마산의겨울철한풍경이었다.

서울에서도물론대구를대할곳은많다.웬만한식당,특히일식당에서는대구탕을판다.삼각지에가면대구탕골목이있다.아주오래된곳으로주로매운탕을한다.그중에서육군상사출신의주인장이하는매운탕집이제일맛있었는데,아직도그곳에있는지모르겠다.대구탕골목근처에대구뽈데기탕으로꽤알려진식당도있다.지난9월,선배와함께점심으로먹어봤는데,고향의맛을느끼게하는맛이있었다.그러나이날노량진수산시장에서대구를직접사서해먹은대구지리탕맛에비길수가없을것같다.우리들은이겨울앞으로얼마나노량진수산시장에올것인가로한참을얘기했다.

양명문의’명태’에서명태는어떤외롭고가난한시인의쐬주안주가,혹은그의시가되어도좋다고노래한다.엊저녁먹은대구탕은나에게무엇이되었을까.무엇이되어도되었을것이다.오늘까지도숙취는없고마음이전에없이풍성한느낌인걸보면.과연대구는나에게무엇이되어이런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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