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 物 考

잡동사니가많다.나이가드니덕지덕지한생각의잡동사니도많지만쓰던자질구레한물건들도많다는얘기다.이잡동사니물건들을한마디로통칭하여부르는말이없을까.’고물(古物)이라하자.고물하면연상되는게일단쓸모없는것이다.어디물건뿐이겠는가.사람도쓸모없는사람을일컬어고물이라하지않는가.그러나고물이라는말이반드시쓸모없는것을의미하는것은아니다.쓰레기같은고물(junk)도있지만,사용한지오래됐지만조금손질하면다시쓸수있는재생가능한중고품도그에해당된다.

얼마전부터예전에쓰던이고물들이걸리적거리기시작했다.안보이던옛물건들이근자에뜬금없이눈에들어오기시작하면서뭔가좀정리를해야겠다는생각이든것이다.하여장롱이나,베란다창고,가방,그리고책상구석을뒤져보니거짓말좀보태한없이쏟아져나온다.벼라별게다있다.이들중물건들에얽힌사연들이생각나는것도더러있었지만,도무지어떤연유로내손에들어오게됐는지도모르는고물들도꽤있다.이고물들을하나하나보며생각을떠올리는것도재미있다.

원거리산행을할때쓰던옛큰배낭속에서가솔린버너가하나나왔다.미군군용버너다.정확한이름은’야전스토브(fieldstove)’다.이걸어디서구했을까고생각해보는데그연유를알수없다.아마도1980년대초산행에빠져들면서청계천황학동어딘가에서구했던것같다.’콜멘(Coleman)1966’이라는글씨로보아,월남전때미군들이사용했던버너다.버너통은신기하게도1945년산이다.참희한한매칭이다.처음손에넣었을때는이런사실을몰랐을것이다.버너통에서는오래된성냥갑2개가나왔다.어느식당과이발소성냥갑인데,아마도버너를사용하면서함께넣어뒀던것같다.그식당과이발소는아마도없어졌을것이다.갑에적혀있는전화번호도옛것이니,사라져버렸을번호다.

창고에서는옛전화기가하나나왔다.전혀기억에없는전화기다.브랜드를보니’ATEA’다.찾아보니벨기에의통신기제조업체다.브랜드와모델로검색해봤더니1950년대초물건이다.깨끗하다.이전화기가어쩌다내손에,아니우리집에있을까아무리생각해봐도모르겠다.벨기에브뤼셀에간적은있다.1995년경이다.그때그곳에서구했을까.아닐것이다.출장중에한가하게골동품상을들릴시간이있었을까.이건분명미스터리다.좀더생각해봐야겠다.뭔가사연이있지않을까싶다.

오래된카메라는내가1990년대말부터모은물건들이라집에꽤있다.카메라중에서도라이카(Leica)를유독좋아했지만,워낙고가라,엄두도못낼카메라는생각속에서만모아온컬렉션이다.그러면서도손에넣은라이카도물론많이있다.이와함께라이카의다른사진기자재에도관심을가졌었다.전혀생각지도못한라이카기자재가하나나왔다.1950년대에나온’빈도마트(Bindomat)’다.이것으로슬라이드필름마운팅을하는것으로알고는있지만,정작한번도해본적은없다.이고색창연한물건은어떤가방에서나왔다.다른잡동사니들과함께있었는데,대충햇수로보아15년정도묵혀져있었던것같다.

이밖에도오래된탄드버그리시버,1910년산로열타이프라이터,보스스피커,환등기등무게나가는것들과빅토리녹스나이프,지포라이커,부로바손목시계등이나왔다.좁은집어디에이런것들이있었는지알다가도모를일이다.탄드버스리시버는기억이난다.한때오디오에정신이쏠려있을적에세운상가에서구입한것이다.그후마란츠를구하면서그냥쳐박아뒀을것이다.이제꺼내보니참깨끗하다.110볼트전원트랜스에꽂아켜보니활짝불이들어온다.이리시버에보스스피커를연결해한번들어보려다말았다.

또하나괄목할만한게나왔다.오래된스피드그래픽카메라인데,이것은장롱속어느한켠에쳐박혀있었다.여닫개식의폴더가닫혀져있는관계로장롱을열때마다눈에들어오긴했지만,그저무슨박스로만여겼던물건인데그게그카메라였다.폴더를열었더니장관이다.옛사진기자들이플래시를터뜨리며들고찍던그크고묵직한카메라아닌가.닦고기름치고손질을하니깨끗해졌다.횡재한기분이다.

막상이고물들을꺼내놓고보니고민이생겼다.이물건들을이제어떻게해야할것인가를생각해봐야한다.생각이복잡해졌다.이고물들에대한생각은우선’정리’로가닥을잡는다.정리는곧처분을의미하는것일수도있다.그러나쓸모없는고물이아니니그냥내다버릴수는없다,고물이지만손질을하면다시사용할수있는물건들이다.그러나걸리적거리는느낌에어차피정리한다는차원에서들춰낸물건들이라면,이들에애착을갖고다시부여잡고있을수는없는노릇이다.새주인을만나게해주는것도한방편이다.나의손때묻은이고물들이다른사람의손때를묻히는물건들이될수도있을것이다.그러나그러기에도마음의갈등이없잖아있다.괜한고민거리가또하나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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