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바람, 태양과 新綠속의 지리산을 걷다

천왕봉에서장터목,세석평전을거쳐벽소령으로가는내내비가내렸다.초여름의언저리라지만,이른아침지리산능선에서만나는비는차갑다.그러나운치는더한다.내리는비가雲霧속에서지리산의싱싱한초목들사이로흩뿌려지는게흡사분수의포말같다.그사이로웅장한지리산의대자연이시야에가깝게다가왔다가는어른거리며사라진다.신기루같다.비와함께기온이떨어지면서춥다는얘기들이나온다.그러면서도저마다들잘대비한복장과장비들을갖췄다.각양각색이다.긴소매재킷에다후드달린윈드스토퍼까지껴입은모양이있는가하면반소매에민살어깨를드러내고도의기양양해하는모습도있다.그렇다고누가뭐라할일이아니다.스스로알아서할일이다.

장터목에서일단재정비를한다.추우면옷을더껴입어야할것이고,계속내리는비에대비도해야한다.체력보강을위한요기도필요하다.법계사를출발할적부터줄곧선두는선배들몫이다.장터목까지도그랬으니,앞으로도계속그럴것같다.괜한자격지심으로무리수를두는게아닌가하는조바심이없을수없다.그러나말그대로그것은쓸데없는기우였던것같다.선배들은악천후속에서도정말잘걸었고모든면에서노련하면서도강인했다.그리고우리후배들을잘도닥거려주면서도물론협동적이었고.

쉬어가는자리에선질펀한얘기들이나온다.진담도있고농담도있고충고성의담화도있지만,이런얘기들이장거리산행에서는활력소가돼야한다는전제를깔고하는얘기들이라부담이없다.웃으려고하는게대부분이지만친구들끼리,그리고학교와고향의선.후배간은아무리가깝다하더라도지킬금도는있기마련일것이고,그래서약간의긴장이조성될필요도있다는건상식이다.산중에서항상넋놓고웃을수만은없을것이니,약간의긴장감은산행의약일수도있지않겠는가.선배들은우리들에앞서항상치고나간다.그리고어느지점에서우리들을감싸고어루만져준다.그게일종의그것일수도있다.

세석대피소는사시사철항상붐빈다.비바람부는날이니더혼잡스럽다.취사장에서자리를깔고말고할겨를이없다.각자들알아서끼니를해결해야한다.법계사에서준비해준주먹밥이점심요기의전부다.별도의밥도좀있었지만,주먹밥이생각보다괜찮다.모두들서서먹는다.이형국선배가내옆옆에서먹고있다.근데언뜻선배손에든그무엇인가가눈에들어온다.팩소주아닌가.그춥고복잡한취사장에서도소주를마셔야할이유가선배에게필시있을것이다.비오는지리산능선을걸어오면서소주로써털어야할그어떤갈증이있었던것일까.벽소령대피소에서그걸물었는데,돌아온대답은싱긋웃음이었다.말하자면愚問笑答이었다.

다음날,벽소령에서노고단가는길은완전한反轉의산행이다.맑고화창한날이다.전날온비로지리산은6월,初夏의밝은태양아래서더푸르고싱싱해졌다.형제봉못미쳐어느언덕쉼터에서우리들은비로소시야를가늠할수없는지리산의너른품에안긴것을실감한다.물기를머금은초여름문턱의지리산은건강한신록의푸름그자체다.어쩌면그렇게화창하고푸르고싱싱할수있을까.지리산대자연의능선과초원,그리고숲속을걸어가는걸음걸이그자체가즐겁고행복하다.어느누군가가말한다."우리좀얘끼자.얘끼가면서걷자.너무빨리가모아깝다아이가."

연하천을지나고화개재를지나고어느덧삼도봉이다.이제노고단이머지않았다.점차아쉬워지는것은나뿐이아닐것이다.선배들은일찌감치앞서나갔지만생각은비슷할것이다.임걸령쯤에서점심을하기로했었지만,어차피같이요기하기는글렀다.삼도봉에서처음으로선배들이빠진가운데단체사진을박았다.

어느지점에선가선배들과합류했고,선비샘에서환담의꽃을피웠다.선배들은그리고는또’줄행랑’이다.흡사쫓고쫓기는선.후배간추적의산행같다.어쨌든지리산2박3일간종주산행의파이널테이프는선배들이끊었다.선배들끼리뭔가작당한도모가있었을것이다.우짜든지우리가먼저테이프를끊자고.ㅎㅎ

지리산종주산행의대미는각자마다다를것이다.선배들은파이널테이프를염두에뒀을수도있을것이다.나는먹거리에두고싶다.말하자면구례’이가식당’의빠가사리매운탕이나의지리산종주산행의대미라는얘기다.마산사람들이즐겨먹는방아를구례사람들도즐긴다는걸처음알았다.알싸한향취의방아가듬뿍담긴빠가사리매운탕에소주는물이다.곁에앉은김국장님이말아준소폭주몇잔만기억에있다.소주가나를당기면서나는다시지리산그푸르고너른품으로돌아가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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