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北漢山 물 구경

북한산에 물이 가득 찼다. 오랜 만의 북한산 물 구경이다.

엊저녁에 줄창같이 내리던 비는 오늘 새벽 소강 상태라 마음먹고 집을 나섰다. 우산은 준비했지만, 비 맞을 각오는 단단히 했다. 조짐이 좀 그랬다. 전철 역으로 가던 아파트 뒤 논길에서 물로부터 수난을 당했다. 배수로가 막혀서인지 물이 가득 고여있었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해 초입부터 성큼 걸어들어갔더니, 그 게 아니다. 갈수록 점점 깊어진다. 결국 그 웅덩이를 건너다 신발과 바지가랭이가 다 젖였다. 북한산 물 구경의 안 좋은 전조였던가.

산성입구 안내소에서 고지를 한다. 백운대 삼거리 쪽의, 백운대와 대남문으로 가는 길의 다리가 폭우로 무너져 내려 통제되고 있다는 것. 그러니 산행을 하려면 의상봉이나 원효봉 쪽으로 오르라고 했다. 짐작은 하고 있었기에 건성으로 들었다. 어차피 물 구경하러 온 것이다. 다리가 무너지고 물이 넘쳐흘러 지나지 못하는 곳까지만 가려고 나선 산행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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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문으로 가는 시멘트 길을 버리고 계곡 쪽으로 붙었다. 초입부터 물 소리가 요란하다. 얼마를 걸어 들어가니 물의 천지다. 계곡을 흘러내리는 물의 포말이 흐린 대기속에 흩날리고 있다. 시원하기 그지 없다. 근년간 여름철 계곡 산행을 별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안 그래도 계곡 물에 대한 갈증이 있는 터라 시원함을 더 한다. 감개무량하기까지 하다. 계곡을 더 거슬러 오르니 장관이다. 계곡엔 어느 절기를 막론하고 역시 물이 있어야 한다.하얀 암반도 그래야 더 자태를 빛 내면서 계곡의 일원임을 자부한다. 어느 지점은 완연한 폭포의 모습이다. 거센 물줄기가 수직으로 꽂혀 내리고, 더러는 사방으로 흩뿌려지며 내리는 게 장관이다. 한참을 멈춰 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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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작키로 산행 통제지점은 중흥사를 지나 대남문으로 가는 산길을 가로 흘러내리는 계곡의 건널목 다리라고 생각했다. 한 십여년 전 여름인가. 그 지점의 다리가 끊어지고 계곡물이 불어나 한번 되돌아간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 때 그 지점이 장관이었다. 몇 마장 안 되는 건널목이었기에 웬만하면 과용을 좀 부려 건너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흘러내리는 물의 위세가 장난이 아니었다. 건너다 잘못 돼 빠지면 삽시간에 삼킬 듯 했다. 눈물을 머금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수십 년 북한산 다니면서 물의 위세에 눌려 산행을 포기하고 돌아선 건 그 때가 처음이었지 않았나 싶다.

계곡 길을 올라서면 바로 백운대와 대남문으로 갈라지는 삼거리다. 그런데, 그 부근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다. 가만보니 공사 중이었던 삼거리 다리가 폭우로 내려앉은 것이다. 그래서 그곳에서 더 이상 가지를 못한다는 것이다. 언듯 보아 건너기에 크게 위험스럽지 않아 보였는데도 못 가게 하고 있었다. 내 짐작이 어긋난 것이다. 이럴 수가 있나 싶어 그 부근의 건너갈만한 곳을 살펴보았는데,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결국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좀 째째하다 싶지만 두번 째다. 옛날 발길을 돌렸던 그 지점을 꼭 다시 한번 보고 싶고, 다시 한번 느끼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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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을 돌려 내려가면 정말 밋밋한 산행이 될 것이다. 물 구경을 하면서 올라온 계곡 쪽으로 다시 내려갈까. 그러면 아쉬움이 좀 덜할까. 그 생각을 접었다. 내일을 기약하자. 내일 다시 오면 길은 열려있을 것이다. 계곡 길을 버리고 내려갔다. 그래도 그냥 갈 수는 없다. 오른 기점 부근에 둘렛길이 있다. 효자비를 지나 밤골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그 길을 걸었다. 내일 다시 올 것이다. 물 구경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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