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창동의 싱싱하고 맛 있는 ‘굴 보쌈’ 집

서울 도심의 북창동에는 맛 있는 집들이 꽤 있다. 북창동의 명성이 옛 만치는 못하지만, 그래도 한 때는 서울에서 제일 번창한 유흥업소가 밀집해 있던 곳이라, 지금 그나마 남아있는 맛 집들은 그 당시 명성의 한 그늘 쯤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모처럼 북창동에 나간 것은 한 후배의 제의 때문이다. 그 동네에 정갈하고 맛 있는 ‘S 식당’이라는집이 있다는 것이다. 후배도 그 집을 가본 적은 없고 어디서 보고 들었다고 했다. 덧붙이는 말이, 그 집의 보쌈에 들어가는 굴이 그리 싱싱하다는 것이고, 또 내 놓는 반찬들이 하나같이 집밥의 그것처럼 감칠나게 맛 있다는 것.
집 찾기가 수월치는 않았다. 태평로 삼성본관을 건너 편인데, 거기까지는 잘 갔지만 북창동 거리의 그 수 많은 집들 가운데서도 골목에 깊숙이 자리잡은 곳이라 그랬다. 결국 주인과의 통화를 통해 북창동 우체국 곁의 골목을 헤집어 들어가 찾아갈 수 있었다. 식당은 수수하다. 골목이 주는 협소함이 보태져 더 그러했다. 그냥 동네 밥집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저녁 5시부터 가게 문을 연다는데, 좀 일찍 갔다. 전언에 의하면, 그 집의 보쌈이 하도 유명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좀 일찍 가는 게 좋다는 것이고, 하여튼 그 집의 제일 첫 손님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 집의 보쌈은, 그 집 메뉴판에 따르면 ‘굴 보쌈’이다. 굴 등을 김치에 싸서 말아먹는 음식이다. 보다 정확하게는 ‘굴 보쌈김치’라고 해야겠다. 그런데 이 집에는 이것 말고 ‘보쌈김치’가 따로 있다. 김치 안에 여러가지 재료를 넣어 만 것인데, 좀 헷갈린다. 이 또한 굴이 들어가면 ‘굴 보쌈김치’가 되는 게 아닌가 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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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 보쌈’이 나왔다. 푸짐해 보인다. 싱싱한 굴에다 노릇하게 잘 익혀진 돼지고기 수육이 주 내용물이다. 그에다 김치와 양념된 무우 말랭이, 그리고 부추가 정갈하게 어우러져 있다. 좀 야릇한 생각이 드는 것은 돼지고기 수육이다. 보쌈을 얘기할 적에 돼지고기를 내용물로 하면 ‘돼지고기 보쌈’이 될 터인데, 굳이 ‘굴 보쌈’을 이름으로 내건 이유는 무얼까 해서다. 그 답은 한 입 맛 보고서야 알 수 있었다. 싱싱한 굴 맛 때문이다. 말하자면 굴 맛이 보쌈의 전체를 관통한다고나 할까, 그 맛이 너무 강렬하고 좋았다. 아, 이래서 돼지고기가 있음에도 ‘굴 보쌈’이라고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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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굴 보쌈’의 굴은 통영 등 남해 바다에서 채취한 것을 직송해 온 것이라고 들었다. 해산물을 다루는 웬만한 맛 집들에서는 다들 그렇게 얘기한다. 문제는 먹어봐야 그 맛을 안다는 것이다. 굴의 싱싱도는 물론 봐서도 알지만, 무엇보다 입에 넣었을 때 그 여부를 느낄 수 있다. 싱싱하지 못한 것은 입 안에서 허물어져 씹힌다. 씹는 밀도가 없이 흐느적거리는 것은 싱싱하지 않은 것이다. 입안에 뭔가 꽉 차오는 식감과 함께 굴 특유의 어릿한 갯냄새가 입 안에 배여지는 것, 그게 싱싱한 굴이다. 이 집의 굴이 그랬다. 굴이 싱싱하면 보쌈에 채워지는 다른 내용물들도 그 맛에 따라오게 마련이다. 한 마디로 싱싱하고 맛 있는 ‘굴 보쌈’이었다. 보쌈의 맛을 더욱 부추긴 건 부추다. 양념을 한 부추 무침이었는데, 그 양념 맛에 어우러진 부추의 맛과 향기가 입맛을 더욱 돋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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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몇 병이 후딱 비워졌다. 원래는 보쌈에 맞는 국물거리로 순두부를 시킬 작정이었다. 그러나 싱싱한 굴 맛을 보고 매생이 탕으로 바꿨다. 매생이 탕에도 굴이 들어갈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역시 그랬다. 싱싱한 굴이 들어간 매생이 탕은 술국으로 참 좋았다. 보쌈과 매생이 탕, 이것들로 소주 한잔 하기에 족했다. 다른 무엇이 필요할까.
이 집에도 나름 생각하기로 ‘옥의 티’가 있다. 술꾼들이 별로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영업시간도 짧다. 평일은 저녁 9시 쯤에 끝난다. 게다가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들은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많다. 그러니 빨리 먹고 마시고, 빨리 일어서야 한다. 우리들도 소주 세 병 째를 주문하면서 눈치아닌 눈치를 받았다. 나오면서 주인장에게 그런 투로 얘기를 했더니, 시계를 내 보이면서 하는 말이 그랬다. “벌써 세 시간 이상이나 앉아 계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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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데레사

    2017년 3월 24일 at 4:31 오후

    손님들이 남자분들 뿐이네요. 앞에는 다 소주병이 놓였고요.
    한번 찾아 가 보고 싶은데요.
    저녁 5시라야 문을 연다니 많이 아쉽습니다.

    • koyang4283

      2017년 3월 24일 at 7:30 오후

      저 사진은 그렇게 보이는데, 여자분들끼리도 많이 오십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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