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느 모로(Jeanne Moreau)의 追憶

7월 31일 별세한 프랑스 여배우 잔느 모로(Jeanne Moreau)는 중년을 넘긴 올드 시네마 팬들에겐 추억의 스타이다. 그 이름만으로도 더듬을 수 있는 추억 속의 스타이기는 하지만, 기억엔 가물가물해지는 여배우였다. 이번에 그녀의 부음을 접하면서 “아, 그 잔느 모로가 아직까지 살아 있었구나”며 그녀를 다시 한번 떠 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된 건 일종의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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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년생이니까, 올해 89세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잔느 모로의 영화를 처음 접한 건 나이 열 살도 채 되기 전인 1959년인가 60년인가이다. ‘사형대의 엘리베이터’라는 흑백영화였는데, 당시 대학을 다니던 사촌 형을 따라가 본 영화다. 자막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용도 모르고 그냥 봤는데, 철이 든 후, 그 영화를 다시 한번 보고서야 여주인공이 잔느 모로라는 것을 알았다. 스릴러물인 이 영화를 통해 기억나는 잔느 모로는, 불륜의 애인이 살인을 저지른 후 사랑과 운명에 대한 불안의 표정으로 빗속을 헤매는 우수의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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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우수의 표정을 다시 접한 건 대학에 들어가서 본 ‘몬테 월슈(Monte Walsh)’라는 영화다.

사그라져가는 서부시대의 한 끄트머리에서 폐결핵에 걸린 창녀 마르티네 베르나르의 모습으로 나온다. 한물 간 총잡이 몬테 월슈(리 마빈)와 마지막 소박한 꿈을 펼치려다 끝내 좌절당한 채 쓸쓸한 최후를 맞이하는 영화다. 잔느 모로의 대표작으로 ‘줄 앤 짐’을 꼽는데, 나로서는 ‘몬테 월슈’를 최고로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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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주제가가 특히 좋다. 좋은 시절이 다시 돌아올 것을 기대하는 ‘The good times are coming’이 주제가다. 마마 캐스 엘리어트(Mama Cass Eliot)의 낭랑한 음색의 이 노래는 영화 이상의 인기를 구가한 히트곡이다. 엘리어트는 이 노래를 부른 후 1974년 세상을 떴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잔느 모로의 부음을 접하면서 마마 캐스 엘리엇의 이 노래를 다시 한번 들어본다. 장송곡인 셈이다. 엘리엇의 목소리가 더 유난히 낭랑하게 들려온다.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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