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채

도화채

도화채
대풍괄과 지음, 강은혜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3월

중국 웹소설 작가, 선협BL을 대표하는 진강문학성 1세대 인기 작가로 유명한 대풍괄과 작가의 장편소설 <도화채>를 통해 또 다른 중국 문학을 만나본다.

 

로맨스 장르를 표방하는, 그 장르에서도 BL을 표방한 작품이라 그동안 몇몇 로맨스 장르를 읽었으나 이번에 처음으로 BL 문학을 접해본다.

 

중국의 신선세계들의 삶을 통해 사랑의 감정을 드러내는 작품, 여기엔 해묵은 오래된 고리를 끊어야만 하는 막중한 임무를 진 주인공 송요원군을 비롯해 그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 간의 설정들이 흥미롭다.

 

인간세상에서도 그렇게 힘든 삶을 살지 않았던 송요원군이 신선으로 바뀐 인생도 신기하게 엮인다.

옥황상제가 다스리는 세계에서 태상노군 신선의 실수로 떨어뜨린 금단이 인간세상의 음식에 들어가고 그 음식을 먹은 결과물이 바로 신선인 송요원군으로 바뀐 것인데, 직위 없이 한가하게 노 다니는 그의 신선계의 삶 또한 이승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옥황상제의 명으로 인간세상에 환속하여 천추성군과 남명제군의 얽매인 정겁(사랑의 정)을 중간에 가로채 그들의 사이를 끊으라는 것인데, 과연 그는 인간세상에 다시 내려가 명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을까?

 

 

 

판타지성이 있는 신선의 세계, 그 안에서 북두칠성을 관장하는 천추성군이 인간세상에서는 모 약언이란 인물로, 속세의 국운을 관장하는 남명제군이 선 성릉이란 인물로 속환하면서 둘 사이에 고난의 정겁을 끊으려는 송요원군의 환생 인물인 이사명이 끼어들면서 이야기의 진행은 흥미를 이끈다.

 

당시 시대의 권력을 쟁취하려는 전쟁과 둘 사이에 끊으래야 끊을 수 없는 끈끈한 정겁을 이미 속세에서 ‘사랑’이란 어떤 것인지를 아는 송요원군의 마음은 착잡하기도 하고 자신 또한 신선계에서 애모하는 형문청군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지니고 있기에 여러 가지 고심에 싸인 인물로 비친다.

 

중국 특유의 무협이 들어가고 여우 요괴인 선리의 등장과 여우 또한 청군에 대한 애달픈 사랑의 감정을 통해 행동을 보인 점들은 각자가 짊어진 인생의 고해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인생의 갖가지 꼬인 인연들이 복숭아꽃들이 휘날리는 풍경과 함께 그 냄새를 책을 통해 맡을 수 있는 느낌을 준다.

또한 왜 송요원군이 이 일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수수께끼처럼 다가오는 궁금증 유발은  BL의 느낌을 통해  물씬 풍긴다.

 

스스로 자신이 맺은 인연의 매듭을 끊어야 하는 송요원군과 몇 번의 환생을 거듭한다는 윤회 의식, 해탈처럼 여겨지는 깨달음이 동양적인 사상에 더해 깃들어 있는 작품이라 <삼생삼세 십리도화>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그들의 인연은 과연 어떤 실마리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지, 판타지성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도화채2

피노키오의 코에 관한 진실

피노키오2

피노키오의 코에 관한 진실 형사 벡스트룀 시리즈
레이프 페르손 지음, 홍지로 옮김 / 엘릭시르 / 2021년 2월

 

 

벡스트룀 시리즈로 3번째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조폭 전문 변호사인 토마스 에릭손이 자신의 자택에서  무언가에 뒤 머리를 강타당한 채  죽었다는 사건이 발생한다.

 

여기엔 시간차를 두고 한 노파가 자신의 동물을 방치했다는 신고와 함께 같은 건물에 사는 사람이 누군가에 의해 협박을 받은 것, 또 한 남자가 다른 남자에게 어떤 카탈로그로 맞고 있었다는 신고가 들어오는데 모두 변호사의 죽음 외엔 사소한 일처럼 보인 사건으로 인식된다.

 

그런데 목격자에 의해 사건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게 피해를 당한 이들은 모두 자신들이 겪을 일에 대해 그런 일들이 없다고 말한다.

 

이후 변호사의 죽음을 두고 본격적인 수사를 거치는 가운데 우연히 범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을 목격한 운전사는 경찰 앞에서는 시간을 끌며 모른다고 하더니 정작 자신의 돈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접근한 신문사에는 정보를 흘린다.

 

이 사건의 책임자로 나선 벡스트룀을 중심으로 죽은 변호사의 죽음을 둘러싼 모종의 원인을 밝혀나가는 과정은 기존의 패턴처럼 여전히 정의의 구현을 외치는 형사의 모습은 없다.

 

여전히 자신의 살라미에 대한 모습과 여성에 대한 성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고 앞에서는 정보유출에 대한 경고를 염려하는 이미지 뒤엔 길들인 신문사 기자에겐 뒷돈을 받으며 정보를 흘려주는 주인공, 벡스트룀의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

 

변호사가 죽은 원인을 두고 뜻밖의 부검에서의 밝혀진 사실들, 이 사실을 두고 경찰 내부와 궁에 있는 국왕에 대한 처신, 여기엔 러시아의 실제 역사가 곁들이면서 픽션으로써의 피노키오 코에 대한 진실은 무엇인지를 다루는 진행이 시대의 역사와 맞물리면서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흐름을 보인다.

 

피노키오 인형의 진가를 알게 된 벡스트룀이 자신의 수중에 떨어진 인형을 두고 다른 동상이몽을 꿈꾸는 장면은 실소를 금할 수 없게 하지만 이 역시도 아이러니한 결과로 마무리되는 장면 또한 하나의 블랙코미디를 연상시킨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점점 길어진다는 인형 피노키오, 그렇다면 현재의 사람들 마음속에 간직된 진실과 거짓의 양날의 감정은 피노키오란 인형에 빗대어 봤을 때 얼마만큼의 코가 나올까?를 생각해보게도 된다.

 

열혈 형사로서 뛰어난 감각의 소유자처럼 보이지 않고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는 자신의 앞날을 위해 모종의 또 다른 수단으로 여겨지는 뒷돈 착복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벡스트룀, 저자는 여전히 복지국가의 모델로서 인식되는 스웨덴의 허점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이민자들에 대한 삶에 깃든 고단한 모습, 여성을 성적으로 대하는 시선들, 복지 국가 이면의 뒤에 감추어있는 귀족 출신이란  사람들의 대중에게 보인 모습과는 다른 뒷모습의 추악한 면들을 모두 드러냄으로써 현실에 대한 것을 꼬집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여전히 아슬아슬하게 곡예를 타듯 경계를 넘나드는 벡스트룀, 다음 시리즈에서 좀 변한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

 

 

한눈팔기

 

한눈팔기 (1)

한눈팔기  을유세계문학전집 110
나쓰메 소세키 지음, 서은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2월

 

 

일본 근대 문학의 아버지라는 평가를 받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작가  나쓰메 소세키가 그린  자전적 소설이란 점에 관심을 두게 된 작품이다.

 

주인공인 나, 겐조는 영국 유학을 마치고 강단에 서고 있으며 소위 말하는 필력을 통해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자신의 집 근처에서 오래전,  한때는 자신의 양부였던 시마다를 마주치게 되고 이는 곧 그가 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며 그에게 경제적인 원조를 부탁하는 일로 이루어진다.

 

이를 계기로 그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게 만드는 아픈 기억 속에 잔재했던 것들을 떠올리게 되고 그뿐만이 아니라 이복형, 누나, 그리고 장인까지 그들 나름대로 ‘돈’에 얽힌 관계를 이어나갈 수밖에 없는 일상의 일들을 그린다.

 

자신을 버리고 남에게 입양을 시켰던 부모, 양부모의 정성 어린 보살핌을 받았다고 하나 그것이 어린 눈에는 먼 훗날 자신들의 저축처럼 여겨지는 보살핌이란 보상심리에 기대어 키워졌다는 얄팍한 속내를 알아챈 겐조의 시선, 결국 양부의 불륜으로 이혼을 통해 다시 본가로 파양 되기까지 겐조란 인물이 겪었던 심신의 고통은 상당한 아픔을 간직하게 한다.

 

자신의 본 성을 찾기까지의 경과를 통해 다시는 양부모를 보고 싶지 않았던 그에게 나타난 시마다의 존재 출현, 여기에 화목하지 못한 자신의 부부간의 무심함 들은 저자 자신의 실제 일들을 통해 솔직하게 그려낸다.

 

읽으면서 나라마다 다른 정서일 수 있겠으나 파양하고 이미 돌려보낸 겐조에게 뻔뻔하게 요구하는 시마다의 모습도 오죽하면 이럴 수밖에 없었을까 하는 동정심이 있는 반면 냉정하게 뿌리치지 못한 겐조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이 결국은 자신의 각서를 되돌려 받는 대가로 이루어진 결과물이었지만 오직 책에  파묻혀 지내는 겐조란 인물이 지닌 성정과 개인주의에 대한 생각이 깊은 것 같으면서도 동양적인 ‘정’을 외면할 수 없는 나약함을 지닌 인물처럼 보였다.

 

결국은 ‘돈’이 주된 관심사고 그 ‘돈’에 얽혀 있는 주위 사람들의 여러 가지 경우들의 상황들을 비친 이 작품은 겐조 자신 또한 ‘돈’에 매여있는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보인 인물임을, 그럼으로써 부와 위대함 사이에서 갈등을 통한 현실적인 인물의 모습을 투영한다.

 

 

***** 그는 부자가 될 것인지 위대해질 것인지, 두 가지 가운데 어느 한쪽으로 어중간한 자신을 확실히 정리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부터 부자가 된다는 것은 얼간이 같은 그에겐 이미 늦은 일이었다. 위대해지고자 해도 세간의 번거로움이 방해했다. 그 번거로움의 씨앗을 찬찬히 살펴보자면  역시 돈이 없다는 것이 큰 원인이었다. 어쩌면 좋을지 모르는 그는 그저 초조했다. 금력으로 지배할 수 없는 참으로 위대한 무엇이 그의 눈에 들어오기까지는 한참이나 멀어 보였다. – p162

 

 

인간에게 주어진 환경 안에서 ‘돈’이 주는 편리성과 이약성, 경제면을 그린 이 작품은 작가 자신의 분신처럼 표현하는 겐조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린 점이 인상적이었다.

 

시마다와의 인연을 완전히 끊게 되었다고 믿는 아내에게 건넨 겐조의 말, 인생의 끊임없이 이어진 현실적인 말이 가슴에 와 닿는 작품이다.

 

***** 

 “정리가 된 건 겉모습뿐이야. 그러니까 당신은 형식적인 사람이라는 거야.”
아내의 얼굴엔 미심쩍음과 반항의 빛이 아른거렸다.
“자, 어떻게 하면 정말로 정리가 되는 거예요?”
“이 세상에 정리가 되는 일 따위는 거의 없어. 한 번 일어난 일은 언제까지나 이어지거든. 단지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변하니까 남들도 자기도 모를 뿐이지.”
겐조의 말투는 내뱉듯이 씁쓸했다. 아내는 말없이 젖먹이를 안아 올렸다. -P. 291

 

알폰스 무하, 새로운 스타일의 탄생

무하표지

알폰스 무하, 새로운 스타일의 탄생 – 현대 일러스트 미술의 선구자 무하의 삶과 예술
장우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2월

이름은 몰라도 그림을 본다면 낯익은 것을 알게 되는 작품들-

체코가 낳은, 아르누보를 대표하는 알폰스 무하의 책을 만나본다.

 

그에 대한 평가는 예술로만 대해왔던 미술을 실용적인 생활 속으로 끌어들였으며 그가 추구하던 예술의 변천사가 실로 다양해서 그림으로 접했을 때 작가의 의식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의 체코에 속한 모라비아의 이반치제에서 태어난 무하는 어릴 적부터 온 집안을 낙서로 도배했을 만큼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학교를 졸업 후 아버지의 주선으로 재판소 서기로 일을 했지만 그림을 손에 놓지 않고 있어 마을 사람들 초상화나 지방 극단의 무대 배경들을 그리면서 보냈다.

 

그러던 중 빈으로 올라와 공방이나 극장에서 무대장치 만드는 일을 돕다가  귀족 쿠엔  백작의 후원을 받게 되었고, 쿠엔 백작의 동생인 에곤 백작의 도움으로 뮌헨 아카데미에서 종교화와 역사화를 공부할 기회를 얻는다.

 

무2

 

이후 파리에 입성한 그는 아카데미를 다니면서 잡지, 책에 삽화를 그리는 작업을 병행하면서 지내는데 어느 날 운명처럼 그를 일약 유명인으로 만든 기회를 얻게 된다.

 

유명 배우인 사라 베르나르가 주연한 연극 ‘지몽스다’의 포스터를 그린 것이 결정적인 대 히트를 치면서 연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고 이후 그는 사라 외에도 회화, 포스터, 삽화는 물론 보석상 푸케와 인연을 맺으면서 박람회에 자신의 작품을 출품까지 하게 된다.

 

지몽스합체

 

이후 무하는 자신의 재능을 십분 발휘, 파리에서 그의 명성을 드높이게 되고 미국까지 진출하면서 무하 양식을 선보인다.

 

슬라브인으로서 항상 자신이 가지고 있던 고국에 대한 사랑과 역사를 생각하던 그는 말년에 체코로 돌아오면서 그의 대표작으로 남긴 슬라브 서사시 연작을 완성하였으니 그야말로 예술가로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는 말이 어울리는 작품을 완성한다.

 

 

 

 

슬라브

 

기존의 유명 예술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한 그는 부유층이나 그들과 연관되어 있던 사람들만이 즐길 수 있는 예술의 한정된 분위기를 벗어나 실용적이고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미술의 세계를 열게 한 장본인이다.

 

“나는 예술을 위한 예술보다 사람을 위한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되기를 원한다.”라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듯이 당시 자신의 고국이 처한 역사적인 아픔과 슬라브 민족들의 역사적 고뇌를 그림을 통해 보이고자 했던 노 예술가의 의지가 존경스럽게 다가온다.

 

무하합체

 

한정된 그림 외에 실제 당시 구석구석 그의 작품들과 장신구들인 보석, 카펫, 벽지, 달력….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곳에 자신의 영감을 불어넣은 작가, 데생부터 시작해 미술이란 장르의 여러 분야에 도전했던 그의 재능이 오늘날에 와서도 왜 무하의 그림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지를 깨닫게 해 준다.

 

책을 통한 그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보는 시간은 마치 전시회를 보는듯한 느낌을 주었다.

명성을 알리게 된 그림부터 연대작 그림, 그의 독특한 트레이트 마크처럼 다가오는 여인들의 모습은 책 한 권의 소장가치를 뛰어넘는 그 이상의 그를 알아가는 시간을 준다.

 

알폰소 무하에 대한 것을 알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알아가는 것도 좋을 것 같고 무엇보다 양장본으로 다시 출간해도 좋을 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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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
바네사 스프링고라 지음, 정혜용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2월

미투 운동이 연일 기사에 오르내리고 이에 관련된 예술계의 유명 인사들, 그들에게 자신들이 당했던 수면으로 드러내 놓고 숨조차 쉴 수없었던 피해자들의 관련 내용들이 떠오른다.

자신의 치부를 소설처럼 그려낸 내용을 읽는 동안 참으로 답답한 심정, 그러면서 소녀의 감성이 얼마나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지를 생각하니 저자의 용기가 새삼스럽게 존경스럽다.

프랑스 문단의 유명 인사인 G의 나이 50대의 유명 작가와 14세의 성에 대한 상상과 한창 발랄할 시기인 소녀의 만남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사이란 것도 모른 채 만남이 이루어진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잦은 불화는 이혼으로 이어지고 두 사람이 이혼하면서 엄마와 살게 된 V는 편집자로 일하던 엄마와 함께 모임에서 그를 만난다.

엄마와는 다른 아빠란 존재의 부재는 어린 그녀에게 곧 G로 대체가 되고 그가 소녀에게 건넨 눈빛, 제스처, 그 이상의 모든 것들을 흡수할 수 있는 노련함이 결국 소녀로 하여금 그를  ‘사랑한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게 한다.

 내 삶에 깊이를 알 수 없는 허무를 남겨놓고 자리를 뜬 아버지. 독서 탐닉. 일종의 성적 조숙. 그리고 특히, 주목을 받고 싶은 거대한 욕구. 이제 모든 조건이 모였다. -P. 38

아직 성인으로서의 사회적인 기준이 충족지 못한 연령대의 소녀가 겪은 이런 관계, 그가 모든 것을 통제하고 주도권을 쥐고 있으며 육체적, 정신적인 모든 것을 빨아들인 그의 논리가 참으로 민망스럽다 못해 분노를 자아낸다.

그의 소아성애자, 청소년 성애자 취향의 논리는 예술이란 이름으로 허울 좋게 가려지고 유명 문화인이란 명예는 소녀의 주장을, 오히려 G와 공모한 사람으로까지 오르내리는 그 과정들이 한 인간의 생을 이렇게도 무너뜨릴 수가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한다.

특히 당시 프랑스 문단의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금지를 금지한다’라는 68 혁명의 기치에 동승해  모든 것을 용인한  프랑스 사회의 모습들이 충격을 준다.

엄마라는 존재도 나이가 어린 딸이 그와 헤어질 것을 말했을 때 그가 얼마나 너를 사랑하는지 아느냐 식의 대화는 동. 서양의 문화적인 차이를 넘어서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왜 가해자는 멀쩡히 사회생활을 하고 오히려 당한 피해자만 음지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갉아먹어 더 이상의 소모조차도 할 수 없는 삶을 이어가야만 하는가? 에 대한 물음은  저자가 고백한 부분에서 더욱 드러난다.

공황발작,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 엄마의 집으로, 자신의 직장으로 편지를 보내오던 그에 대한 그녀가 느낀 불안감과 같은 문화계에서 일하며 승승장구하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던 그녀의 심정은 어땠을지, 또 다른 사랑을 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이해하며 받아들인 상대를 만나기까지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G는 알기나 할까?

청소년들의 자기 해방을 위한다는 언변 좋은 주장에 모든 사회가 아니라고 말하지 않은 분위기, 30년이 지나서야 그것은 ‘사랑’이 아니었고,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했던 한 인간을 파괴한 것에 지나지 않은 ‘폭력’이었음을 말한 저자의 글에서 책 제목인 ‘동의’가 너무도 가슴에 와 닿는다.

***** 부모 노릇이 힘에 부치거나 부모 노릇을 포기한 부모를 가진 외롭고 위태로운 여자아이들에게 눈독을 들일 때 G는 이미 그 여자아이들이 결코 자신의 명성을 위협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똑똑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 말하지 않는 자는 동의한 것이다.- P 242

저자가 말한 ‘동의’에 대한 위험한 경고는 비단 저자가 겪은 실제 일과 함께 프랑스 문단의 미투 운동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는 비단 한 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닌 인간이 사회라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살아가는 속에서 사회 전체가 묵인하고 방관할 때 한 인간의 삶은 어떻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공감하게 한 책이다.

 

서점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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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일기 – 세상 끝 서점을 비추는 365가지 그림자
숀 비텔 지음, 김마림 옮김 / 여름언덕 / 2021년 1월

어릴 적 동네에 있던 서점에 들르게 되면 항상 계시던 주인아저씨, 아니 사장님은 사탕을 계산 등록기 옆에 두고 오고 가는 손님들의 손이 저절로 쑥 들어가게 하는 마술 아닌 인정이 담긴 마술을 보이곤 하셨다.

 

당시만 해도 용돈을 모아 곧장 읽고 싶었던 책을 사기 위해 들렀던 곳인데, 이제는 동네에 서점이란 찾아볼 수도 없는 곳이 많아졌다.

 

그나마도 동네책방이란 소신을 갖고 운영하고 있는 분들이 있기에 책을 접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반갑기 그지없고 사는 곳과 가까운 곳에 책을 주문해서 받아 본  경험도 있는 터라 이 책을 접하면서 더욱 동네 책방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된다.

 

성마르고 편협하고 비사교적인 사람이란 까칠한 표현으로 자신을 소개하고 있는 저자는 스코틀랜드 한구석의 잊혀진 땅, 위그타운에 자리한 중고 서점 ‘더 북숍을 운영하고 있는 주인이다.

 

우연찮게 서점을 인수한 후 지금까지 중고 책방을 운영하면서 겪었던 나름대로의 일상의 느낌을 풀어낸, 일기 형식을 통해 독자들과 소통한다.

 

흔하디 흔하게 책을 구입하는 방법 중 하나가 인터넷 쇼핑을 통해 구매하는 추세가 대세인 이 시대에 신작도 아닌 중고 서적을 중심으로 구입하고 되팔고 다시 구입하는 하루하루의 생활 속에 담긴 여러 가지 사연들은 가슴이 찡한 부분도 있고 어떤 부분에서는 실소를 금치 못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직원인 니키와의 투닥거리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골탕(?) 먹이듯이 행동을 취하는 것들에는 빙그레 웃음이 지어진다.

 

 

***** (2월 7일 금요일) 노리가 떠나기 전에 니키와 뭔가에 대해 열을 올리며 나누는 대화의 뒷부분을 듣게 되었다. 아마도 진화에 대한 얘기 같았다. 니키는 진화에 관련한 주제로 입씨름하는 걸 즐기는데, 그래서 종종 일부러 『종의 기원』을 소설 코너에 꽂아 놓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나는 그에 대한 보복으로 니키가 역사책이라고 생각하는 성경을 소설 쪽에 꽂아 놓는다.- p17 

 

서점에 들르면 편안하게 의자에 앉아 책을 읽다가 손님을 맞는 것을 본 분들이 있다면 그것은 잠시 동안의 짧은 여유라고, 실은 책을 정리하고 가까운 우체국에 책을 소포로 보내고 전화로 책을 팔 의사를 전해오는 집을 방문해 어깨가 빠지도록 책을 차에 담고 오는 노동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특히 책을 통한 타인의 취향을 알게 된다는 말에는 어느 정도 공감이 가게 된다.

그들이 찾고자 하는 책의 장소나 선택된 책의 종류, 팔려고 내놓는 책을 통한 이미 고인이 된 분에 대한 유족의 아픈 마음들을 솔직하게 다룬 부분에서는 일말의  나도 모르는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된다.

 

저자가 책과 함께 하는 2월 초부터 시작되던 서점 이야기가  그다음 해 2월 초에 끝 이남으로써 책은 일단락되지만 읽는 동안에는 거리는 멀어도 마음만은 그곳 서점을 열심히 둘러보고 다녔다.

 

내가 책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저자는 말한다.

진정으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과 그저 책을 좋아한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차이가 있다는데, 실례로 쭉 훑어보고 그냥 나가는 사람과 한참을 둘러보고 책을 구매하는 사람 간에는 서점 주인으로서 대해왔던 고객에 대한 어떤 확고한 부분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책을 다루는 직업인으로서 겪는 중간자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각 또한 현실적이다.

 

컴이 발달하고 그 컴에 의지하는 부분들이 많은 지금 검색만 하면 툭 하고 나오는 많은 책에 대한 정보도 좋지만 인간 컴퓨터로써 자긍심을 가지고 일했던 선배들의 직업정신, 책을 둘러보면 어느 때에 출간이 됐고 양장인지 반양장인지, 같은 책이 개정을 거치면서 표지는 어떻게 바뀌었고 초판의 경우엔 어느 때 나왔는지 같은 인간의 지능이 가진 무한대의 정보 습득을 시간과 노하우가 겹쳐지면서 술술 뱉어내는 책 서점인들의 선배들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 드러난다.

 

그런가 하면 아마존이란 거대 공룡이 휘두르는 정책에 의해 소신을 갖고 판매를 하려고 해도 시대의 어쩔 수 없는 타협(?) 앞에 출판사와 중간 서점, 그리고 이러한 기업들의 상생 관계를 다룬 부분들은 도서 정가제에 대한 다른 점들을 엿볼 수가 있다.

 

또한 서점의 바깥 쇼윈도 창이 큰 이유가 책을 진열해 놓았을 때 시선을 끌기 위해서 필요하고 서점이 유독 추운 이유 중 하나도 내부의 공간이 따뜻하면 뿌연 공기로 인해 진열된 책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는, 그래서 저자의 서점이 오래된 건물인 점도 있지만 이 같은 이유로 추울 수밖에 없다는 고민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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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듯하면서도 그 나라 나름대로의 운영방식이 다른 부분들을 통한 서점의 풍경을 느껴볼 수 있는 책이라 그 안에 담긴 365일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그가 왜 까칠해질 수밖에(?) 없게 됐는지에 대한 사연이 저절로 이해가 된다.

 

이렇듯 불평을 늘어놓는 저자가 책을 사랑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는 이 위안이 독자인 나에게도 언젠가는 방문하고 싶다는, 이 책을 들고 당신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노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 책이다.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2권 세트)

로쟈대표

[세트]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 전2권 – 세계문학의 흐름으로 읽는 한국소설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이현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1월

서평가 ‘로쟈’로 알려진 이현우가 쓴 한국 문학을 주제로 진행한 강의를 묶어 낸 책이다.

한국의 남성 작가, 여성작가로 구분해 나온 책의 목차들을 훑어보니 1960년부터 2000년대까지 고루 나뉘어 당 시대를 대표했던 작가들의 작품을 통한 내용이 담겨 있다.

우선 남성들의 작가들은 최인훈의 ‘광장’, 이병주의 ‘관부연락선’, 김승옥의 ‘무진기행’, 황석영의 ‘삼포 가는 길’,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 조세희의 ‘난쟁이가 쏘아 올린 공’, 이인성의 ‘낯선 시간 속으’로, 이승우의 ‘생의 이면’으로 분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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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를 넘어오면서 역사 속의 각기 다른 형태들의 작품을 통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들 속에는 그 시대를 살아왔던 분들에겐 추억이,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들에겐 지난 시절의 역사의 한 현장일 수도 있고 근대화 과정 속에서 허물어져 간 사람들의 관계 또는 지적 교양에 목말라하던 이들의 해갈을 조금을 씻겨 주었던 작품들까지 고루 담겨 있다.

책 속에 담긴 저자들의 작품들 중 읽어본 것도 있고 생각만 하고 있다가 놓친 작품들도 들어있어 저자가 쓴 내용들을 함께 보완해 읽어보면 좋을 듯 하단 생각이 들었다.

또 여성의 작가들이 쓴 작품을 다룬 책은 남성 작가의 작품보다는 많이 읽은 작품들이 눈에 띄어 반갑기도 하고 남성인 저자가 본 여성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글은 어떤지도 궁금했다.

강신재, 박경리, 전혜린, 박완서, 오정희, 강석경, 공지영, 은희경, 신경숙, 황정은에 이르는 각 시대의 느낌을 대표하는 작품들은 남성 작가들 못지않은 구성을 이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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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굵직한 표현이 있는 작품들이 있다면 여성 작가들의 경우엔 보다 섬세하고 내밀한 감정의 표현들, 가족 관계나 젊은 청춘들의 이야기, 특히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란 작품을 통한 비평은 보통의 읽기 좋아하는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문학 작품을 읽고 작가가 그려보고자 하는 방향성은 나와는 어떻게 다른지를 느끼게 한 글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한 문장마다 각인이 되는 글들이 많아 마치 실제 강의를 듣는 듯한 느낌을 준 점이 기억에 남는다.

*** 쿤데라도 이야기했듯, 소설의 미덕은 인새의 본질에 대해, 실존의 비밀에 대해 뭔가 더 알게 해주는 것이다. 이 작품이 무엇을 더 알게 해 주는가. 이미 아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해 줄지는 몰라도 더 알게 해주는 것은 없어 보인다. 엄마가 이런 존재라는 것은 이 소설을 읽기 전에도 다들 알고 있다. 그저 이 소설을 통해서 한 번 더 확인할 뿐이다. 작가가 초점을 두고 이야기하는 엄마의 비밀이라는 것도 싱겁다. 쿤데라에 따르면 이런 소설은 부도덕하다. – p 261

모든 것이 그렇듯 비평이 있음으로 해서 보다 더 발전된 문학으로의 길을 갈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남성 작가뿐만이 아니라 여성작가에 대한 넓은 시야의 글을 통해 미처 접해보지 못한 작품을 만날 수 있었던 시간과 함께 읽은 책을 그 나름대로 느껴보지 못했던 부분들을 알아가는 시간을 준 책이었다.

아직 한국 문학에 대해 생소한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보다 폭넓은 작품의 세계를 만나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메리칸 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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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더트
제닌 커민스 지음, 노진선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2월

책을 통해 읽다 보면 실제와 허구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를 생각하며 읽을 때가 있다.

인문계열의 직시적인 시점에서 다룬 실제의 상황이 문학이란 장르로 변할 때 독자들은 어떤 느낌으로 와 닿을지 이 책을 접하면서 생각한 부분이기도 하다.

미국의 전 대통령인 트럼프가 아메리칸드림으로 불리는 자신의 나라로 불법 이민 내지는 불법체류 형식으로 오는 남미 계열 나라들의 국민들을 막기 위해 장벽을 세웠다는 보도를 접했을 때는 먼 나라의 일로 여겨진 것도 사실이다.

그런 분위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의 내용은 불법적인 방법을 하더라도 자신을 지킬 수 있고 살 수 있다는 마지막 간절한 본능에 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멕시코 휴양도시 아카풀코에서 책방을 운영하는 리디아는 기자인 남편 세바스티안과 9살의 루카와 평범하게 살고 있는 주부다.

가족들이 모여 즐기는 그날, 총성이 들려오고 그 자리에서 자신과 아들만 간신히 살아남은 채 16명의 가족들이 몰살당한다.

자신과 아들을 찾는 소리, 화장실에서 숨 막히던 그 순간을 벗어나고 미처 남편의 시신과 그 외의 가족들의 장례도 없이 바로 그 자리를 떠나 아이와 함께 떠난다.

왜? 무엇 때문에?

모든 기억들이 소환되면서 자신의 책방 손님이자 책을 통해 가까워진, 우정이면서 남편과는 다른 사랑의 좋은 느낌을 간직한 하비에르 크레스포 푸엔테스, 일명 라 레추사라 불린 카르텔의 두목이 이런 일들을 벌인 당사자란 사실을 깨닫는다.

그에 대한 기사를 솔직하고 대담한 필치로 썼던 남편에 대한 복수이자 하나뿐인 딸의 자살에 대한 복수극…

경찰, 과학 수사원들, 심지어 버스기사까지 어느 정도 카르텔의 수하인 알콘으로 일하고 있다는 그 나라를 벗어나 북으로, 북으로, 삼촌이 있는 미국에 가기 위한 여정이 필사적으로 펼쳐진다.

누구를 믿어야 하며 어떻게 도움을 호소해야 할지, 교통수단마저 모두 자신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현실 속에 그녀가 택한 것은 라 베스티아에 탑승하는 것이다.

‘라 베스티아(짐승)’

일명 중미지역의 난민들이 미국으로 향할 대 이용하는 화물열차의 별칭으로 불리는 기차를 타기 위해 고가도로 위에서 기다려 기차 등에 뛰어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면서  난민 쉼터에서 잠깐씩 머무르는 여정이 숨 막히게 다가온다.

 

pimg_7136731162835833                                                          (다음에서 발췌)

 

거의 모두가 멕시코가 아닌 온두라스, 과테말라를 비롯한 주변 나라 국민들이 타는 이 기차 안에서 이방인이자 같은 동지애를 느끼면서 가는 길은 온두라스 출신 두 자매 솔레다드, 레베카와 함께 동행하면서 험난한 일들을 겪으며 미국을 향한 그들의 살아내야 한다는 본능이 독자들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얼마 전 읽은 장 지글러의 책의 내용이 많이 떠올랐던 것은 난민이란 것을 악 이용한 사례들도 있지만 이들처럼 시시각각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국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면, 그것이 자신의 모든 가족 죽음을 현장에서 봤고, 자신의 아들을 지켜야 한다는 모성애의 본능 자극과 맞물린다면 무조건 살아야겠다는 말 이외엔 더 이상 그들에겐 목적이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여기엔 카르텔의 난폭한 일들을 겪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들을 난민이라고 부르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강한 남성들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던 연약한 솔레다드나 레베카가 겪은 일들은 그들 사이에 깊은 침묵과 트라우마를 안기며 강한 근성을 남기게 했지만 이마저도 가족들의 죽음이나 생사조차 모른 채 사막을 횡단하는 여정 속에 아픔을 지니게 한다.

저자가 그린 이 내용들이 비단 허구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내세워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이들의 목숨이 돈에 의해 결정되고 갈증과 허기,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모른 채 함께 움직이는 가운데 느껴지는 인간애를 드러내는 감성들은 막연하게 난민의 자격이나 난민들의 생활을 그린 보도를 통해 알고 있던 그 이상의 현실을 과감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운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민자가 아닌 언제 이민 당국자에 걸려 추방될지도 모르는 그들의 생활은 각기 다른 사연들을 간직한 취재를 소설 속에 담아 그려낸 저자의 글이 강한 인상을 남긴다.

추방되어도, 다시 라 베스티아에 자신의 목숨을 걸며 뛰어내리는 사람들, 공존이  필요한 시대란 점을 느끼게 한 작품이다.

 

존 스튜어트 밀 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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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트 밀 선집
존 스튜어트 밀 지음, 서병훈 옮김 / 책세상 / 2020년 12월

자유론에 대한 저자로서 워낙 많이 알려진 존 스튜어트 밀-

그가 집대성한 글들 중 그를 대표하는 것들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을 접했다.

공리주의, 종교론, 자유론, 대의 정부론, 사회 주의론, 여성의 종속이란 부분으로 나뉜 글들에 대한 내용들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여전히 생각할 부분들을 던져준다.

아버지로부터 받은 교육과 아버지와 교류를 했던 벤담과의 만남은 공리주의에 대해 영향을 받으면서도 벤담과는 다른 공리주의를 주장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란 유명한 말속에 담긴 폭넓은 의미들은 윤리의 원리가 절대적이지만은 않은 오히려 불안정하고 지적 호기심을 잃는다는 것에 대한 경고를 말해주는 부분들은 진정한 쾌락의 길을 통한 행복한 삶은 무엇인지를 말한다.

여기서의 쾌락이란 감정적이면서 정신적인 부분을 뜻하기에 질과 양적인 면, 가치를 다루는 부분을 통해 다수의 행복론이나 개인의 행복에 대한 생각할 부분들을 느끼게 해 준다.

 

* 공리주의의 원리 중 첫 번째는 모든 개인의 행복이나 이익이 전체의 이익과 가능하면 최대한 조화를 이루도록 법과 사회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는 교육과 여론이 사람의 성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모든 개인이 자신의 행복과 전체의 이익, 특히 보편적 행복에 영향을 주는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행동 양식 사이에 긴밀한 끈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어야 한다.

종교론에서는 불가지론을 믿었던 저자의 생각을 대변해주듯 신의 존재라든가 종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지만 종교는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신에 대한 전지전능한 부분들에 대한 모순들을 지적하지만 의무 종교를 주장하는 부분에서는 공
리주의의 포용력 있는 범위 내에서의 위대한 진리와 엄정한 도덕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글이
라 달리 생각한 점이 이채롭다.

존 스튜어트

 

자유론은 그의 대표작이자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기도 하지만 각 개인이 누릴 수 있는 자유의 허용과
그에 대한 책임감, 특히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개인의 자유는 최대로 보장받아야 하고 이는 곧
국가가 정해 놓은 테두리 안에서 생활할 때 가능한 일임을 말한다.
여기엔 개인 고유의 문제일 경우 자발성에 맡겨야 한다는, 주위 사람들은 조언을 통해 그쳐야 한다는
점을 말한 대목은 개인이 자신에게 최대한 책임을 지되, 그 책임의 전가 여부는 오로지 자신의 몫이란
점, 자유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 준다.
자유론에 대한 저자의  다양성에 대한 예제를 통해 개인, 사회, 국가적인 허용의 범위와 제한의 범위를
생각해 볼 수 있었던  부분이 아닌가 싶다.
* 자유의 원칙은 우리가 자유를 포기해서는 안 되며 자유를 바라는 것과 같은 의미의 자유는 함부로 누
리지 못하도록 제한을 가해야 한다.
이 원칙 안에서 각 개인은 행위자 자신에게만 관계되는 일에 대해서는 무제한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밀은 대의 정부론에서 여러 정부의 형태중 가장 나은 민주주의에서도 여전히 빈부의 격차와 무한 경쟁

의 시대에서 기회조차 잡지 못하는 현실에서 다수가 아닌 소수의 발언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사회

를 주장했다.

최선의 민주 정부란 무엇인지, 여기서도 밀의 도덕률을 강조한 사회 구성원들의 능력과 도덕성을 발전

시킬 수 있는 이상적인 정치체제를 제시했는데, 인간이 자기 발전에 도움이 되는 정부를 좋은 정부라

규정했다.

지금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에 비쳐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이 역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느끼게 한다.

사회 주의론 역시 그가 생각한 노동에 대한 많은 부분들을 느낄 수가 있다.

자유주의자인 밀이 왜 사회주의를 생각했을까? 밀은 노동에 대한 소외 부분을 사유재산권과 연결해

사유재산권이 절대적 권리가 아님을 말한다.

물질만능으로 발전하고 사유재산으로 인한 서로 간의 경쟁은 그가 생각했던 이상 세계와는 동떨어진

부분들이 많았기에 그는 물질 만능이 주는 현시대의 대안으로 주장한 논리가 여러 경험적 연구를 통해

설득력을 지니게 한다.

여기에서  그가 주장했던 자유를 포기하지 않는, 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자유사회주의를 추구를 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즉 개인의 자유가 가장 큰 가치이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윤리성 면에서 보면 그나마도 사회주의가 지향한 부분들에서 보인 면들이 자본주의가 지닌 한계를 보완할 수 있음을 느꼈던 것이기에 이러한 공존을 모색했다.

여성의 종속에서는 결혼이란 제도 아래서 여성이 지닌 활동과 삶의 연장선에의 한계를 드러낸 불합리한 부분들을 지적한  밀은 그가  살았던 시대에 비춰보면 상당히 진보적이었단 생각이 든다

여성의 능력이 남성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능력 부족이 아닌 그들이 받은 교육이 남성들이 받았던 교육과 다르고 환경의 차이에서 오는 것일 뿐이란 사실을 보인다.

그가 살았던 1800년대 시절에  쓴 글들이라고 하기엔 당시 시대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혁신적인 진보 부분들이 많았음을 느끼며 읽었다.

모든 부분에서 인간 존재와 연결시켜 보다 나은 생활은 무엇인지, 진정으로 함께 살아가는 시대에 맞는 제도는 무엇인지에 대한 그가 고찰하고 쓴 주장들은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부분들이 많음을 느낀다.

물론 모든 주장의 글들이 옳다는 것이 아닌 불편하고 때론 지금과는 맞지 않는 부분들이 더러 있지만 시대를 감안하고 생각한다면 앞서 나간 진보 인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특히 그는 교육을 통해 보다 나은 인간 형성과 사회 분위기 조성, 특히 여성의 종속에 대한 부분들에서 교육을 통한 남녀 간의 공동 화합을 다룬 부분들, 지금도 학대받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나오는 사건들을 접할 때면 마치 본 것처럼 다룬  이 부분에선 개선의 여지가 쉽게 변하지 않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한 권으로만 집중해서 그가 주장한 글들을 읽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이렇게 여섯 부분으로 나뉘어 만나 본 글들은 그가 평생을 천착해 온 총집합체의 선집이라 더욱 뜻깊게 다가왔다.

우리들에게 인간으로서 살아감에 있어 최대의 행복과 이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부분들에 대한 여러 가지 경험적 연구 사례를 통해 전해 준 이번 글을 통해 그를 더욱 잘 알게 해 준 책, 나에겐 많은 의미를 부여해준 책이다.

 

디 에센셜 다자이 오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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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중의 한 사람, 인간실격이란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다자이 오사무가 쓴 글 들 중 대표적인 여러 글들을 담은 책을 접했다.

우선 책의 특징을 꼽으라면 짧은 에세이 형식,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과 함께 그동안 잘 읽어보지 못했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한 작가가 그려온 작품의 세계, 그 안에 담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나 생각들은 글을 통해서  알 수가 있는 가운데 당 시대의 흐름과도 맞물린 정서나 고통들에 대한 간접적인 경험을 할 수가 있다.

첫 번째의 6월 19일 같은 작품은  단 1장의 글에 담긴 짧은  내용 속에 함축된 수필의 느낌이자 자전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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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작품인 ‘여치’는  여성의 시각에서 쓴 작품이라 인상이 깊게 다가온 작품이다.

헤어지겠습니다. 당신은 거짓말만 했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작품의 내용은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남편의 시대의 흐름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면만을 믿고 결혼한 여성이 남편이 명성을 얻게 되면서 살림살이가 나아지고, 남편이 세상과의 타협 내지는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가 변해버린 모습에 실망한 여인의 말을 통해 그려낸 작품이다.

남성 작가의 시선으로 여성의 심리를 그린 점, 작가 스스로 돈을 벌게 됨으로써 장사꾼으로 변해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경계의 의미에서 썼다고 하는데 그 의미에 잘 들어맞는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또한 아, 가을이란 작품에는 시적인 함축된 단어가 들어있는 것이라 저자의 소설로만 대해왔던 독자들이라면 새로운 면을 볼 수 있다.

 – 가을은 여름이 불타고 남은 것

   여름은 샹들리에, 가을은 등통

   코스모스, 무참함.

이외에도 ‘비용의 아내’란 작품 속에서 보인 부부간의 생활모습들이 기존의 평범함을 넘어선 시대가 주는 각박함, 전쟁이라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채 가장이자 남편으로서의 무능함, 그런 반면 아이와 함께 가정을 지키려 삶의 생활전선에 뛰어든 아내의 진취적인 모습들이 상반되게 그려진 작품이다.

가정으로 돌아오길 포기한 채 오히려 남편을 만나기 위해 그가 들르던 바의 종업원으로 일하는 아이러니함! 그러면서도 남편과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남남인 듯하면서도 부부 사이란 것을 느끼게 하는 저자의 단어 선택이 탁월함을 느끼게 해 준 작품이다.

하지만 뭐니 해도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이라 하면 역시 ‘인간실격’이 아닐까?

세상과의 화합을 하지 못하고 자신의 위축된 마음, 주위 사람들과도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을 감추고자 익살꾼으로 자처하며 처세를 하는 성장의 모습들은 저자의 자전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간 것이라 인생의 허무함과 나약함의 끝을 보는 듯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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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실제 인생을 들여다보면 그의 인생에서 세 명의 여인이 등장하는데, 조강지처, 작품 ‘사양’의 모티브를 건넨 오타 시즈코, 그리고 마지막 자살로 함께 한 연인 야마자키 도미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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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작품들을 보면 이들의 삶과 함께 한 시간 속에 뛰어난 작품들이 있다는 것도 창작의 어떤 동기를 만들어 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첫 자살의 실패 이후 동반자살의 첫 실패의 짐이 너무 무거웠던 탓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 아무래도 ‘폐인’이란 단어는 희극 명사인 것 같습니다. 잠들려고 먹은 것이 설사약이고, 게다가 그 설사약 이름은 헤노모틴이라니.

지금 저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모든 것을 지나간다.

지금까지 제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 가지 진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이것뿐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갈 뿐입니다.

저는 올해로 스물일곱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백발이 눈에 띄게 늘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흔 살 이상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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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인생을 관통했던 인생에 대한 허무함, 허탈감,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감, 39년의 짧은 생애를 통해 그려온 그의 작품들 뿐만이 아니라 시적인 느낌이나 자전적인 에세이 형식의 글을 볼 수 있는 작품이라  저자의 작품이 궁금한 독자들에겐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