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걷는 여자들

도시걷는여자  도시를 걷는 여자들 – 도시에서 거닐고 전복하고 창조한 여성 예술가들을 만나다
로런 엘킨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20년 7월

출근길에 일부러 걷는 것을 선호한다.

지하철까지 가기 위해선 빠른 걸음으로 20분, 좀 느긋이 걷는다면 30분 정도 걸려서 도착해야 하기 때문에 기상 시간도 좀 빠르게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우선은 비용 부담이 없는 내 몸을 통한 걷기를 통해 잠깐이나마 에너지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위로를 삼곤 한다.

 

 

이렇듯 매일 출근하다 보면 계절상의 변화, 나무에 달린 잎새들의 색깔, 거리의 휴지가 쌓여있는데 퇴근길에 보면 어느새 깨끗해졌다는 느낌, 무수히 꼭 같은 시간대에 마주치는 직장인들, 그 속에서 하루의 마무리까지 하게 되는데, 누구나 걷는다는 것이 모두에게 통용되지 않았던 시대라면 어떠했을까?

 

 

산보자 란 의미의 프랑스 말은 ‘플라뇌르(flaneur)’라는 남성형 명사다.

 

산보라는 것 자체가 천천히 걷으며 도시를 관찰한다는 의미라면 이를 행할 수 있는 사람들은 남성들, 그중에서 보들레르로 대표되는 여유와 특권을 가진  사람들이 하는 것으로 인식이 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여성들은 남성들과는 달리 거리를 활보할 수 있을 수 없었고 오히려 우리나라 양반네 여인들처럼 거리를 나설 수 없는 환경에 처한 시대를 포함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점에서 시대에 역행하는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거리를 활보하고 관찰함으로써 남성들과는 다른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창조했던 여성들을 살펴본다.

 

작가, 비평가로서 다양한 분야에서 글을 쓰고 있는 저자는 자신의 주 근거지인 파리와 그밖에 다른 도시들을 경험하면서 그 속에서 살다 간 여성들에 대해 그녀들이 그녀들만의 세상을 일구고 세상 밖으로 손을 내밀었는지를 그 장소에 가거나 머물면서 그들과 함께 한다.

 

 

흔히 말하는 페미니즘이란 말, 물론 그 당시에는 이런 방향으로 자신을 인생을 결정지으며 의도적으로 나선 사람들은 없었지만 자신의 활동을 통해 지금의 현대 여성들은 그녀들과 함께 한다.

 

진 리스, 버지니아 울프, 조르주 상드, 소피 칼, 아녜스 바르다, 마가 겔혼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서 자신만의 캐리어를 쌓은 그녀들의 삶에는 가정에서 안주하기보단 밖으로 나선 것을 통해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

 

자신의 사랑과 경험을 통하거나 실제 직업을 가졌던 것을 통해 문학으로 표현한 여성들, 일례로 진 리스는 댄서로 일했던 경험, 울프는 거리에 산보를 함으로써 창작의 불을 지폈단 사실, 조르주 상드의 경우에도 아내, 엄마로서의 삶이란 가정 울타리를 박차고 파리에 홀로 가면서 자신만의 인생을 펼친다.

 

 

진.버.조

                     (진 리스, 버지니아 울프, 조르주 상드…다음에서 발췌)

 

이외에도 누벨바그의 대표자 여성 영화감독으로서 영화와 말년에 새롭게 도전했던 분야에서도 이름을 알린 아녜스 바르다, 독특한 실험과 스스로의 체험을 통해 작품 활동을 펼친 소피아 칼, 기자로서 글을 통해 세상과의 교류를 했던 마가 겔혼까지, 저자는 그녀들이 머물렀거나 상주했거나, 잠깐 머물렀던 도시에 그녀 자신도 머물면서 그녀들이 생각했던 사랑, 결혼, 창작의 욕구에 대한  생각과 자신만의 생각을 함께 보인다.

 

바,소피

(아녜스 바르다, 소피 칼…다음에서 발췌)

 

산보자‘플라뇌르(flaneur)’에서 자신이 스스로 만든 여성을 뜻하는 플라뇌즈(flaneuse)는 이렇게 탄생했다.

 

 

저자는 길 위에서 당시 여성들이 거리를 활보한다는 것 자체에 거부감과 멸시, 조롱, 희롱을 넘어 남성들이 보지 못했던 미세한 부분들을 관찰함으로써 여성들의 진취적이고 활동적이었던 부분들을 드러냄으로써 도시가 주는 매력과 위험성을 모두 보인다

 

거리여자

단지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안전한 새장의 문을 연다는 것조차도 생각할 수 없었던 시대에 활약했던 여성들의 모습은 특히 조르주 상드를 통해서 인상적으로 남는다.

 

 

남자의 옷을 입고 담배를 거리나 카페서 피우는 행위 자체가 파격적이었던 그 시대, 자신의 연애와 사랑, 창작 활동을 통해 인생의 또 다른 항해를 실행했던 그녀의 모습은 시대가 요구했던 여인들의 모습에서 한창 멀게 느껴질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하지만 그녀 외에 다른 이들은  모두 여성이자 한 인간으로서 자신만의 인생길 개척, 특히 도시에서 걷는다는 행위를 통해 무언의 의지를 보였던 그녀들을 통해 걷는다라는 의미를 새롭게 들여다보게 한다.

 

 

 

 

자동차로 다니면서 보는 눈에 들어오는 시선과 걷기를 통해 눈에 들어오는 시선은 분명 달리 받아들여진다.

 

 

걷기를 통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알아가는 기쁨, 그런 가운데 한 발짝 더 나가면서 이루어지는 창작의 세계를 탐구한 책이라 눈길을 끈 책이다.

 

이제, 신발끈을 묶고 도시를 나서보자.

 

 

 

 

도시에서 걷는다는 의미를 넘어선 시, 공간과 나의 일체감을 느껴볼 수 있는 시간, 그 공간 안에 나가 있고 나 속에 공간이 차지함으로써 일체감을 느껴볼 시간을 느껴보길~~

 

 

 

 

도시를 걷는 여자들”에 대한 2개의 생각

  1. 데레사

    옛날 우리나라에도 김옥선이란 남장 국회의원이 있었죠.
    이 분이 의정활동하기에 여자라는것이 너무 불편히다고
    돌아가실때 까지 앙복에 넥타이까지 메고 머리도
    남자식으로 자르고 다녔지요.
    지금 들으면 웃기는 얘기같지요?

    도시에서 걷기조차 마음놓고 못했을 작품속의 여인들을
    응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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