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20년 10월 17일

카낙

카낙카낙 형사 카낙 시리즈 1
모 말로 지음, 이수진 옮김 / 도도(도서출판) / 2020년 9월

그린란드 이누이트족을 다룬 최초의 범죄소설이자 카낙 형사 시리즈로 첫발을 내디딘 작품이다.

 

춥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의 극한의 상반된 계절을 담고 있는 그린란드-

 

그곳에서 이누이트 가족의 한밤중 몰살 살인, 범인은 모두 죽였다고 생각했겠지만 한 아이는 생명을 가까스로 부지하고 시간은 훌쩍 뛰어넘어 현재의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곳으로 초대한다.

 

반 이누이트 출신의 덴마크 형사 카낙은 그린오일이란 회사에서 일하던 외국인 노동자 세명이 너무도 처참한 모습으로  발견이 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파견된다.

 

잘린 후두 윗부분, 파헤쳐진 복부, 닦인 혀, 곰이 했다고 생각되는 미스터리, 범인의 발자취는 없는 상태에서 누가 이런 행위들을 했을까?

 

국적이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이 가진 그들의 연관성은 없으니, 사건은 더욱 오리무중, 더군다나 해당 경찰서장 리케 에넬을 비롯한 수사진들의 비 협조성은 더욱 카낙을 난감하게 만드는데, 여기에 이어 또 하나의 시신이 발견이 되면서 카낙은 주위 동료들을 위주로 탐문수사를 하게 된다.

 

하지만 용의자의 알리바이는 뚜렷하고 이에 더해 그린란드 이누이트족이 모여 살고 있는 곳에 두 구의 시체가 같은 모습으로 발견이 되면서 사건의 방향은 광대한 그린란드 서쪽에서 북쪽까지 넓혀간다.

 

지구 상의 그린란드란 대륙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대륙빙하는 녹고 있으며 여기에 빙하가 녹음으로써 강대국들 간의 자원 확보 전쟁은 이미 진행 중이다.

 

그런 그린란드에서 토박이 원주민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누이트족들의 생활과 서구의 영향으로 변해가는 젊은이들의 모습, 여기에 석유를 추출하기 위해  설립한 석유회사의 외국인 노동자 고용, 더불어 삶의 터전을 관통하는 현주민들, 특히 젊은이들이 바라보는 외국인 혐오와 고용기회의 박탈에 대한  극도의 분노를 충실히 그리고 있다.

 

외국인들의 척박한 삶의 모습 뒤에 원주민 여성들의 매춘 행위를 통해 그녀들 삶에 고통을 주는 자들로 여긴다는 역설은 지금의 그린란드의 현 모습을 대변해 주는 모습 중 하나란 생각이 든다.

 

여기에 그린란드가 갖고 있는 자치령에서 벗어나 진정한 하나의 국가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함인지, 아니면 정치인들 스스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이를 이용한 방법으로 다루는 것인지에 대한 고위층과 석유회사 간의 담합은 추리 미스터리란 장르 속에 정치, 경제문제를 모두 보인 작품이다.

 

카낙 그 스스로도 자신이  태어난 곳인 카낙에 다시 발을 들여놓음으로써 뿌리의 원천을 찾아가는 모습 또한 아픔이 전해오는 장면으로 기억될 것 같다.

 

살인사건의 전체적인 배후가 누구인지를 함께 쫒아가는 여정 속에 그려지는 그린란드란 대륙의 자연경관, 그저 화면 속에서만 보았던 현실 속의 이누이트들의 고립된 정체성과 이를 유지하려는 자들의 사연들은 살인사건과 석유란 물질이 개입됨으로써 벌어지는 살인이란 모습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이 전해져 온다.

 

이누이트의 투펙과 개썰매가 함께 등장함으로써 그들만의 고유한 삶의 방식과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 순응해가는 모습을 잘 포착한 추리 미스터리 작품은 기존의 타 작품들보다 신선함을 준, 읽은 후에도 여전히 아련한 아픔이 전해지는 작품이었다.

 

 

첫 카낙 시리즈의 출발인 만큼 다음 이야기에선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가 된다.

유럽을 성찰하다.

유럽을 성찰하다유럽을 성찰하다 – 중산층 붕괴, 포퓰리즘, 내셔널리즘…… 유럽중심주의 몰락 이후의 세계
다니엘 코엔 지음, 김진식 옮김 / 글항아리 / 2020년 8월

저자 코엔은 프랑스 지성을 대표하는 경제학자이다.

 

자신의 나라에서 일어났던 68 혁명 5월을 중심으로 현재의 유럽의 모습을 통해 여러 이야기를 풀어낸다.

 

68 혁명 5월은 베트남 반전 시위 중 촉발된 학생 구금사건을 계기로 여기에 노동자들이 가세함으로써 프랑스 역사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한 계기를 준다.

 

기존의 세계대전을 겪은 세대와는 다른 TV를 통한 교육을 받은 세대이자 폭발적인 청년의 인구수는 기성세대와의 단절을 의미했고 이는 여학생 기숙사 방문이란  이슈를 발전시켜 여성의 참정권, 독립적인 은행 계좌 개설, 피임법을 통과시킨 정치위기로 이어진 것은 프랑스에서만 통용됐다는 점이 다르다고 말한다.

 

이후 이 혁명은 역설적이게도 높은 성장의 혜택 이후 1970년대 중반부터 실망을 겪게 된다.

이집트의 전쟁으로 인한 유가 급증, 대량생산으로 인한 성장 둔화, 탈 공업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 이는 미테랑 대통령 당선 후 기대했던 일자리에 대한 정책은 좌파의 고민으로 올라서게 된다.

 

또한 이러한 모습들은 10년 후인 1978년 이탈리아 정치인 모로의 시체 발견이란 폭력으로 드러나게 되는데, 보수의 반혁명을 유발로 촉발시킨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레이컨 대통령 당선은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지원 덕분으로 하나의 정책으로 엘리트와 백인 서민층을 한데 모을 수 있었듯이 20년 후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의 말로 이어지는, 보수혁명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2016년을 포퓰리즘의 최고 절정기로 꼽고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은 정치면에서도 침투했고 이는 영국의 보스턴이란 지역의 50퍼센트의 영국인과 함께 유럽연합을 반대한 사실로 드러난다.

 

나머지 48퍼센트인 영국인들은 런던을 비롯해 브리스톨, 맨체스터, 케임브리지 같은 도시에 살고 있는 고학력의 청년층이란 점이 대비된다.

 

특히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 경우는 작은 백인으로 불리는 대학교육을 받지 않는 사람들이 지지한 결과로 드러난 경우로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한 층과도 비교가 된다.

 

또한 저자는 좌파는 서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그러한 정책에는 실패를 했고 자신들의 잇속을 챙겼으며 우파는 도덕 회복만을 외치며 탐욕에 빠졌다고 비판한다.

 

자신의 나라인 프랑스에서 받아들인 이민자에 대한 문제 또한 지적한다.

무슬림 여자들이 착용하는 의복 행위에 대한 문제도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된 바 있지만 경제위기와 불평등의 문제는 미국뿐만이 아니라 북유럽권의 스칸디나비아 국가들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극우파 정당들의 등장으로도 인해 더욱 부각한다.

 

이어 디지철 문화 넘어가는 부분에서는 알고리즘, 네트워크의 혼합체의 결과물인 개인주의 전통 상속자로서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다양한 정치로 자신의 자아를 성찰하라고 말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전체적으로 미국을 위주로 자신의 나라를 포함한 내용들을 다룬 책이라 역사처럼 읽을 도 있고 사회적인 문제점들을 통해 지금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을 다룬 내용들이 많은 책이었다.

 

특히 저명한 학자들의 내용들을 적재적소에 다루어가면서 쓴 내용들은 지금의 불안한 유럽의 정세 흐름과 68 혁명 5월을 기점으로 세대와 세대 간의 소통, 변화된 사회질서의 모습들을 들여다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 책이란 생각이 든다.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들, 극좌파와 극우세력들이 지향하는 바들을 시대의 흐름에 맞춰 조명한 점을 통해  적어도 지난 시점을 돌아보면서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점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 있는 독자들에겐 읽어볼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