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20년 10월 29일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여자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버나딘 에바리스토 지음, 하윤숙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2019 부커상 수상작. 흑인 여성 최초의 부커상 수상이자 마거릿 애트우드와의 공동수상이라는 타이틀, 출판사에서 출간 예정 목록에 올라있을 때부터 관심을 두던 작품이었다.

 

 
첫 등장인물인 앰마-

 

그녀가 쓴 희곡 [다호메이의 마지막 여전사]  첫 공연이 내셔널 시어터에서 열리는 시점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그녀를 둘러싼 혈연관계, 친구, 그 친구의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각자의 시선을 통해 그려낸다.
앰마는 순수혈통 영국인이 아니다.

오십 대의 여자, 아니 정확히는 레즈비언이다.

가나 독립을 위해 활동했던 기자 출신 아버지가 영국으로 도망치면서 엄마와 만나 결혼해서 태어난 아프리카계 영국인이다.
일찍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알고 같은 레즈비언인 도미니크와 함께 연극극단을 만들게 되는데 부시 위민(bush women)이란 이름을 붙인다.

하지만 도미니크가 미국인 레즈비언 응징가를 따라 미국으로 가게 되면서 그녀는 프리랜서로 여전히 자신만의 세계를 그려나간다.
그녀의 딸 야즈는 게이 커플인 롤런드 박사의 정자를 기증받아 태어난 아이다.

부모 사이를 오고 가면서 성장한 그녀는 시대의 흐름에 맞는 자신의 진로와 자신의 성장배경을 통해 미래에  대한 걱정을 그녀의 친구들과 함께 하는 대학생으로서의 모습을 보인다.

여기엔 야즈 외에도 이슬람을 믿는 친구, 잘난 아버지를 둔 덕에 호화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친구, 다양한 이야기들이 또한 엮인다.

 

 

한편 미국으로 건너간 도미니크는 같은 레즈비언들이 사는 공동체에 들어가 살지만 모든 일에 편집증으로 자신을 가두는 응징가로 인해 스스로의 자각과 기대치를 넘어선 무기력한 생활을 이어나가다 탈출에 성공, 제2의 인생을 찾는 노력을 한다.
캐럴-

고국에서의 엘리트로 인정받은 아버지와 엄마였지만 이민 온 영국에서의 삶은 운전기사와 청소부로 삶을 이어나가는 부모 밑에서 13살 집단 윤간을 당한 아픈 기억을 갖고 있는 여성이다.
모든 것을 뒤로하고 열심히 공부한 덕에 유명 은행에 취업, 백인 남성과 결혼한다.

 

이들 외에도 작품 전체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가 순수 영국인이 아닌 부모세대나 그 훨씬 이전의 세대부터 거슬러 올라간 조상들이 백인들과 연관되어 있거나 결혼을 통해 태어난 사람들이다.
처음 등장하는 앰스의 커밍아웃인 레즈비언의 삶을 필두로 그녀와 관계를 맺고 있는 여성들의 삶은 과거의 할머니, 엄마 세대를 거쳐 자식으로부터 한물간 구세대 인식으로 여겨지는 시간의 흐름들이 서로 연관성을 보이면서 풀어나간다.

 
영국 안의 영국인이되 같은 백인인 영국인으로부터 차별 어린 시선을 받으며 성장할 수밖에 없었던 성장의 기억들은 비단 이들 여성에 한해서만이 아니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이민세대들의 아픔들이 함께 느껴지는 대목들이 많았다는 것은 인종의 색깔을 넘어선 차별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물음, 더 나아가서 부모들이 힘들어도 자식들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았던(캐럴의 엄마 버미) 여인의 삶이 있다는 사실이 이민 1.5세대에 해당되는 캐럴의 인식과 대비되면서  더욱 두드러지게 그려진다.

 

 
이런 부모의 바람대로 같은 혈통인 아프리카인과의 결혼을 거부한 채 사랑하는 사람인 백인 남성과 결혼한 캐럴의 경우 자신의 피부 색깔과 어려운 환경을 탈피하고자 기를 쓰고 공부에 매진한, 그러면서도 아픈 시절의 트라우마를 극복한 여성의 모습을 통해 기성세대와는 다른 또 다른 인생관을 보인다.
책의 첫 흐름인 앰마의 레즈비언의 삶은 기존의 사회에서 인식되는 성 정체성에 대한 차별에 반하는 모습과 사회 인식에 반하는 삶, 규정대로 살아가야 한다는 인식의 기조에 반발하는 모습들은 그녀의 친구인 셜리와는 우정을 이어나가되 셜리가 생각하는 앰스의 레즈비언에 대한 생각이  전혀 다르게 받아들임으로써 같은 사회 안에서의 우정과 타인에 대한 이해를 엿보게 하는 장면이 아닌가 싶다.

 

여자1

 

셜리 또한 같은 피부색을 지녔지만 학교 선생님으로서 살아가는 모습 속에 중산층 대열에 동참하기 위해 노력을 하는 모습은 앰스와는 다른 생활의 이면을 보이는 여성으로 그려지며 교육이란 것을 통해 그녀 자신의 성공 성취도와 그럼에도 여전히 불운한 환경으로 인해 그곳을 타파하지 못하는 학생들에 대한 처벌들을 통해 고민하는 모습들을 보인다.
셜리의 엄마, 윈섬은 읽으면서 이해를 할 수 없었던 인물이었다.

 

안정적인 결혼 생활을 통해 두 손녀까지 본 할머니가 사위와의 불륜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그것이 사위가 딸의 곁을 떠나는 것보단 낫다는 자신 스스로의 핑계 내지는 사위가 먼저 자신과의 사이를 통해 욕구 해소를 발산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아니면 할머니이기 전에 한 여자로서의 사랑의 또 다른  행동을 한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한 인물이다.
여기에 더 나아가 저자는 성 정체성에 대한 페미니즘의 변화와 여성들의 적극적인 행동과 모습들을 그리면서 메건이 모건이 되는 과정, 레즈비언이 아닌 좀 더 확장된 성의 구분을 드러내는 젠더 확정, 젠더 프리를 통해 또 다른 그들만의 삶 모습, 인종 간의 차별은 물론 남녀 차별, 같은 젠더 안에서도 차별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과감하게  표현한다.

 

모건의 할머니 해티의 숨겨진 아픈 자식의 비밀, 그녀의 엄마 그레이스에 대한 이야기를 포함해 그녀의 자식이 만나러 오는 장면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12명의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린 그들만의 사연은 여성이란 이름으로 구분된 성에 대한 의미, 여성, 남성이란 이름으로 구분 짓고 그 안에서 사회의 인식대로 살아가는 통념적인 의미, 그에 벗어나 자신의 진정한 성 정체성을 통한 사회의 차별을 견디고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가는 소외된 여성들의 삶을 진정한 가족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장대한 서사로 그려냈다.

 

어린 시절 소녀로서의 삶, 성장한 뒤의 여자로서 불리는 시기의 삶, 여기에 그녀들과 함께 하는 다른 사람들, 같은 여성일 수도 있고 가족일 수도 있으며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 비 혈연이지만 가족이란 개념으로 맺어진 관계, 퍼넬러피의 경우를 통해 그 자신이 백인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자신 또한 흑인의 한 뿌리를 가지고 있었음을 알아가는 과정은 저자의 글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해보게 한다.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해서 바라보는 차별 섞인 시선과 고정관념들, 야즈의 친구 와리스가 한 말은 현재의 우리들 모습 속에 감춰진 부끄러움을 드러낸 대목이 아닌가 싶다.

모슬렘 한 명이 총기 난사를 하거나 폭탄을 터뜨려 사람을 죽이면 그는 테러리스트라고 불리지만, 백인 한 명이 똑같은 일을 하면 그는 미친 사람이라고 불린다.

 

그렇다면 흑인 남성들은 안전한가?
셜리의 오빠들이 겪고 있는 생활 속에서의 행동 다짐은 그 또한 다르지 않다.

 
-셜리는 오빠들 역시 어릴 때부터 경찰에게 괴롭힘을 당해 오래전부터 오빠들 편에서 분노를 느꼈다.

모든 흑인 남자는 이런 일에 대처하는 법을 알아야 하고 모든 흑인 남자는 거칠어져야 했다

경찰은 누군가를 죽이거나 구타하고도 자체 조사를 받거나 혐의를 벗을 수 있었다.(마치 지금의 미국의 어떤 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작품은  운문 형식이라는 것을 빌려 내용 전체를 마치 긴 시처럼 생각하게 만들기도 하고 긴 문장의 호흡을 통해 이야기의 끊임없는 궁금증 유발을 유도하게 만들기도 하는 독특한 장치를 이용해   읽은 후에도 여전히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저자는 작품 전체를 통해 많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은 인종, 피부 색깔, 국적, 혈연도 아닌 인간 그 자체의 본모습인 존재의 가치를 그려낸 것이란 생각에 공감을 느끼게 한다.

 
앰마를 통해 저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듯한 모습도 보이고, 각기 개성이 뚜렷한 여성들의 삶을 통해 진지한 토론을 해보게 만드는 작품이 아닌가 싶었다.

 

이 작품이 왜 그토록 많은 찬사를 받았는지에 대한 문구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던,  인간 가족에 속한 자매, 여자 형제, 언니 동생, 자매 같은 사이, 여성, 우먼(woman), 위민(womyn), 남성 동지 남성 동포, 남자 형제, 형제, 남성, 남성 친구, LGBTQLI에게 바친다란 책 장에 나오는 이 문구로 모든 것을 표현한 책이다,

 

 

 

에블린 하드캐슬의 일곱 번의 죽음

캐슬에블린 하드캐슬의 일곱 번의 죽음
스튜어트 터튼 지음, 최필원 옮김 / 책세상 / 2020년 10월

 

“귀하를 블랙히스 하우스의 가장무도회에 초대합니다.”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숲 속에 있는 나, 에이든 비숍은 기억을 잃은 채 초대받은 블랙히스에 발을 들인다.

그곳은 피터 하드캐슬 경과 그의 부인 헬레나 하드캐슬 부부가 초대한 가장 무도회장이었고, 그들 부부에겐 19년 전 살해된 막내아들 토마스를 기리기 위한 모임이었다.

 

숲 속에서 한 여인의 죽음을 목격한 그는 블랙히스에 도착해 도움을 요청하게 되지만 타인이 자신을 부르는 이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비숍이 아닌 세베스찬 벨이라고 불리는 나 자신은 얼굴도 목소리도, 행동도 모두 자신이 아니다.

 

더군다나 그곳의 딸인 에블린 하드캐슬이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그는 흑사병 의사로 불리는 자로부터 제안을 받게 된다.

 

사건의 전말을 밝혀내야만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고 블랙히스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게임, 단 주어진 시간은 8일, 같은 하루가 8번 반복됨과 동시에 그때마다 다른 호스트의 몸으로 깨어난다는 설정 속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인데, 마지막 호스트가 답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비숍의 기억을 전부 지워버린다는 것이다.

 

자신이 왜 이곳을 방문했으며 애나라고 불렀던 미지의 그녀는 자신에게 어떤 대상인지, 에블린을 죽인 범인은 누구인지를 알아내야 하는 시간의 다툼은 자신이 무도회에 초청받는 호스트의 몸속으로 들어가 하루의 일을 통해 주변 인물들을 관찰하면서 사건의 퍼즐을 맞춰가는  과정을 그린다.

 

매일 밤 11시의 총성, 에블린이 연못 쪽으로 다가가 총으로 자살하는 모습은 자살을 위장한 살인 사건인가, 아니면 어떤 사연에 얽힌 협박에 의한 자살인가?

 

책의 띠지 문구처럼 애거서 크리스티와 인셉션의 절묘한 만남으로 그려진 미스터리다.

음침하고 칙칙한, 살인사건이 벌어진 블랙히스를 멀리했던 하드캐슬 부부가 왜 이곳으로 사람들을 19년 전 벌어졌던 그 장소로 사람들을 불러들인 것일까?

 

비숍은 한 사람의 매번 다른 호스트의 몸속으로 들어간 자신의 생각과 호스트의 생각과 행동을 제어하면서 사건의 해결을 풀이해야만 하는, 그러면서도 같은 반복의 일을 통해 호스트들의 감춰진 비밀들을 알아가고 그에 덧붙여 혼돈의 미로를 탈출해 진정한 자신의 비숍이란 인생을 살기 위해 활약하는 모습이 시종 긴장감을 조성한다.

 

지루함을 동반할 수도 있는 같은 반복의 패턴을 다른 호스트의 몸속으로 환생한 듯한 설정의 그림은 같은 시간, 같은 장소, 같은 사람들의 동선과 말, 그에 담긴 것들을 다른 관점으로 보는 구성을 통해 한 사건에 담긴 여러 단상의 이미지들을 보여준다.

 

공포가 있고 초자연적인 어떤 설명할 수 없는 느낌, 그가 왜 블랙히스에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유와 기막힌 반전의 설정들은 추리 소설을 읽으면서 촘촘히 엮은 이야기의 토대를 따라가야 하는 집중력을 통해 이야기의 맛을 느끼게 한다.

 

한 사람의 몸속에 들어가 제대로 시간을 채우지 못하거나 중간에 낙오된다면 그 전의 호스트 몸으로 다시 돌아와 다시 겪어야 하는 설정 과정도 기막힌 과정이었지만 하나의 게임 툴 속에 갇힌 인물이 벗어나기 위해 하나씩 장애물을 허물듯 반전의 비밀들을 알아가는 재미를 추리로 엮은 설정 구도도 상당히 이색적이었다.

 

비밀과 배신, 사랑이 있고 욕심과 경계, 용서가 있는 복합적인 이야기를 담은 600쪽이 넘는 추리 미스터리라 기존의 어떤 간략한 이야기로 들려줄 수 없는 플롯의 구성이란 점을 염두에 둔다면 일단 읽어보란 것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는 묘한 매력을 지닌 작품이다.

 

 

특히 사건의 마무리가 되었다고 생각한 순간 터진 독자들의 허를 찌른 진짜 범인의 실체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부분이라 끝까지 완독을 하면서 읽을 수 있는 짜릿함을 모처럼 느껴보게 한 내용이었다.

 

곧 tv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라고 하니 이 잘 짜인 구성의 이야기를 어떻게 그려낼지 궁금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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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 댄서
타네히시 코츠 지음, 강동혁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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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람은 백인 주인 아버지와 흑인 노예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다.

어릴 적 엄마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그에겐 특출 난 능력이 있으니 바로 초능력 ‘인도’를 가진 점이다.

 

누구랄 것도 없이 그에게 자신에게 이야기를 털어놓고 그것에 대한 것을 귀담아듣는 사람, 한번 본 것은 놓치지 않고 ‘기억’이란 것을 통해 담아두는 그,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본질적인 기억이나, 트라우마를 떠올리면, 지금 속한 곳이 아닌 전혀 다른 공간으로 순간 이동을 하거나 사물을 보낼 수 있는 특이한 점을 지니고 있다.

한때는 아버지가 가진 영토에서 주인을 꿈꾸었으나 그에게 돌아온 것은 백인 형의 시종으로 일하게 된 것일 뿐 그 꿈은 더 이상 현실성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느 날 그가 사랑하는 소녀 소피아가 아버지의 사촌인 너대니얼 노예로서 그의 집에 데려다주고 오길 반복하는 동안 소피아는 탈출 이야기를 하고 둘은 곧 자유 흑인이자 언더라운드 조직원이라고 알려진  조지에게 부탁해 도망을 감행하게 된다.

 

하지만 조지의 배신으로 소피아와 떨어진 하이람은 그 후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모진 고생을 한 후 자신을 테스트했던 사람들이 그의 능력을 시험해보고자 한 언더그라운드’의 요원이었단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그가 알고 있던 능력을 이용해 거짓 서류를 만들고 북부의 필라델피아까지 가게 된 그는 버지니아에서 살았던 생활과 이곳의 천지차이인 생활의 모습을 통해 큰 충격을 받게 된다.

 

그렇기에 고향에 두고 온 소피아의 행적과 나머지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없었던 하이람은 초능력 ‘인도’를 경험하게 되면서  ‘인도’가 일어나려면 고통스럽지만 자신을 본질적으로 성장시키는 기억을 떠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과연 고향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소피아를 만날 수 있는 것인지, 고향 사람들의 자유를 위해 자신의 ‘인도’를 통해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쥐어줄 수 있을까? 에 대한 서사가 이어진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남부와 북부에 걸친 흑인 노예제도는 과거의 역사에 속한다.

그렇지만 저자가 그리고자 한 모든 내용들은 현재에도 완전한 차별과 자유에 대한 모든 것이 평등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지를 환상적인 소설 장치를 이용해 묻는다.

 

가해자가 기억하는 것과 피해자가 기억하는 것에는 다른 점이 많다.

이 책 속에서는 하이람이 가진 ‘기억’과 ‘인도’라는 능력을 통해 약자들이 겪는 개인의 역사와 그 윗대의 역사들, 인종, 빈부, 성별에 따라 인간의 존엄과 평등이 어떻게 변질되고 감추어지며 고통 속에 살아가는지에 대한 면들을 그려낸다.

 

소피아처럼 여성으로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나갈 의지를 지닌 대사는 스스로의 속박에서 그것을 뚫고 나가 자신이 꿈꾸던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자유로워지는 건 시작일 뿐이야.
자유롭게 사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지.”

 

소설 속에서 여러 사연들을 지닌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살아내는지를, 약자에 선 입장에서 그 누구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대변해주고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없기에 그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역사와 기억을 남겨야 함을 느끼게 하는 대목들이 환상과 실제 역사 흐름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뭐가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지? 넌 자유로워진 거야. 하지만 진정한 자유는 사람의 주인이기도 해. 그 어떤 형편없는 노예 주인보다도 완고하고 끈기 있는 주인이지. 네가 지금 받아들여야 하는 건 우리 모두가 무언가에 매여 있다는 점이야. 모두가 자신이 모실 주인을 골라야 해. 모두가 선택해야만 하는 거야. 호킨스랑 나는 이쪽을 선택했어. 우리의 자유란 비자유와의 투쟁에 참여하는 소명이라는 복음을 받아들였어. 우린 그런 사람들이야, 하이람. 언더그라운드. 네가 찾던 바로 그 사람들.”

 

 

엄마가 물 위에서 추는 워터댄스,  사람이 다른 사람을 구속해서도 안되고 자기의 소유물처럼 착취해서도 안된다는,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기억을 통해 남겨야 함을 보인 작품이다.

 

불평등한 사회적인 시선들, 같은 인종이라고 계급 차이로 느낄 수 있는 모습들, 그런 가운데 자신이 지닌 ‘인도’란 능력을 십분 발휘해 모든 것을 쏟아붓는 하이람이란 주인공을 통해 독자들은 현재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도 이런 점들을 간과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생각을 던진 작품이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란 작품과 함께 읽는다면 그들의 이야기를 좀 더 가깝게 이해하며 느낄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