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21년 3월월

도화채

도화채

도화채
대풍괄과 지음, 강은혜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3월

중국 웹소설 작가, 선협BL을 대표하는 진강문학성 1세대 인기 작가로 유명한 대풍괄과 작가의 장편소설 <도화채>를 통해 또 다른 중국 문학을 만나본다.

 

로맨스 장르를 표방하는, 그 장르에서도 BL을 표방한 작품이라 그동안 몇몇 로맨스 장르를 읽었으나 이번에 처음으로 BL 문학을 접해본다.

 

중국의 신선세계들의 삶을 통해 사랑의 감정을 드러내는 작품, 여기엔 해묵은 오래된 고리를 끊어야만 하는 막중한 임무를 진 주인공 송요원군을 비롯해 그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 간의 설정들이 흥미롭다.

 

인간세상에서도 그렇게 힘든 삶을 살지 않았던 송요원군이 신선으로 바뀐 인생도 신기하게 엮인다.

옥황상제가 다스리는 세계에서 태상노군 신선의 실수로 떨어뜨린 금단이 인간세상의 음식에 들어가고 그 음식을 먹은 결과물이 바로 신선인 송요원군으로 바뀐 것인데, 직위 없이 한가하게 노 다니는 그의 신선계의 삶 또한 이승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옥황상제의 명으로 인간세상에 환속하여 천추성군과 남명제군의 얽매인 정겁(사랑의 정)을 중간에 가로채 그들의 사이를 끊으라는 것인데, 과연 그는 인간세상에 다시 내려가 명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을까?

 

 

 

판타지성이 있는 신선의 세계, 그 안에서 북두칠성을 관장하는 천추성군이 인간세상에서는 모 약언이란 인물로, 속세의 국운을 관장하는 남명제군이 선 성릉이란 인물로 속환하면서 둘 사이에 고난의 정겁을 끊으려는 송요원군의 환생 인물인 이사명이 끼어들면서 이야기의 진행은 흥미를 이끈다.

 

당시 시대의 권력을 쟁취하려는 전쟁과 둘 사이에 끊으래야 끊을 수 없는 끈끈한 정겁을 이미 속세에서 ‘사랑’이란 어떤 것인지를 아는 송요원군의 마음은 착잡하기도 하고 자신 또한 신선계에서 애모하는 형문청군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지니고 있기에 여러 가지 고심에 싸인 인물로 비친다.

 

중국 특유의 무협이 들어가고 여우 요괴인 선리의 등장과 여우 또한 청군에 대한 애달픈 사랑의 감정을 통해 행동을 보인 점들은 각자가 짊어진 인생의 고해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인생의 갖가지 꼬인 인연들이 복숭아꽃들이 휘날리는 풍경과 함께 그 냄새를 책을 통해 맡을 수 있는 느낌을 준다.

또한 왜 송요원군이 이 일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수수께끼처럼 다가오는 궁금증 유발은  BL의 느낌을 통해  물씬 풍긴다.

 

스스로 자신이 맺은 인연의 매듭을 끊어야 하는 송요원군과 몇 번의 환생을 거듭한다는 윤회 의식, 해탈처럼 여겨지는 깨달음이 동양적인 사상에 더해 깃들어 있는 작품이라 <삼생삼세 십리도화>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그들의 인연은 과연 어떤 실마리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지, 판타지성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도화채2

피노키오의 코에 관한 진실

피노키오2

피노키오의 코에 관한 진실 형사 벡스트룀 시리즈
레이프 페르손 지음, 홍지로 옮김 / 엘릭시르 / 2021년 2월

 

 

벡스트룀 시리즈로 3번째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조폭 전문 변호사인 토마스 에릭손이 자신의 자택에서  무언가에 뒤 머리를 강타당한 채  죽었다는 사건이 발생한다.

 

여기엔 시간차를 두고 한 노파가 자신의 동물을 방치했다는 신고와 함께 같은 건물에 사는 사람이 누군가에 의해 협박을 받은 것, 또 한 남자가 다른 남자에게 어떤 카탈로그로 맞고 있었다는 신고가 들어오는데 모두 변호사의 죽음 외엔 사소한 일처럼 보인 사건으로 인식된다.

 

그런데 목격자에 의해 사건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게 피해를 당한 이들은 모두 자신들이 겪을 일에 대해 그런 일들이 없다고 말한다.

 

이후 변호사의 죽음을 두고 본격적인 수사를 거치는 가운데 우연히 범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을 목격한 운전사는 경찰 앞에서는 시간을 끌며 모른다고 하더니 정작 자신의 돈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접근한 신문사에는 정보를 흘린다.

 

이 사건의 책임자로 나선 벡스트룀을 중심으로 죽은 변호사의 죽음을 둘러싼 모종의 원인을 밝혀나가는 과정은 기존의 패턴처럼 여전히 정의의 구현을 외치는 형사의 모습은 없다.

 

여전히 자신의 살라미에 대한 모습과 여성에 대한 성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고 앞에서는 정보유출에 대한 경고를 염려하는 이미지 뒤엔 길들인 신문사 기자에겐 뒷돈을 받으며 정보를 흘려주는 주인공, 벡스트룀의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

 

변호사가 죽은 원인을 두고 뜻밖의 부검에서의 밝혀진 사실들, 이 사실을 두고 경찰 내부와 궁에 있는 국왕에 대한 처신, 여기엔 러시아의 실제 역사가 곁들이면서 픽션으로써의 피노키오 코에 대한 진실은 무엇인지를 다루는 진행이 시대의 역사와 맞물리면서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흐름을 보인다.

 

피노키오 인형의 진가를 알게 된 벡스트룀이 자신의 수중에 떨어진 인형을 두고 다른 동상이몽을 꿈꾸는 장면은 실소를 금할 수 없게 하지만 이 역시도 아이러니한 결과로 마무리되는 장면 또한 하나의 블랙코미디를 연상시킨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점점 길어진다는 인형 피노키오, 그렇다면 현재의 사람들 마음속에 간직된 진실과 거짓의 양날의 감정은 피노키오란 인형에 빗대어 봤을 때 얼마만큼의 코가 나올까?를 생각해보게도 된다.

 

열혈 형사로서 뛰어난 감각의 소유자처럼 보이지 않고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는 자신의 앞날을 위해 모종의 또 다른 수단으로 여겨지는 뒷돈 착복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벡스트룀, 저자는 여전히 복지국가의 모델로서 인식되는 스웨덴의 허점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이민자들에 대한 삶에 깃든 고단한 모습, 여성을 성적으로 대하는 시선들, 복지 국가 이면의 뒤에 감추어있는 귀족 출신이란  사람들의 대중에게 보인 모습과는 다른 뒷모습의 추악한 면들을 모두 드러냄으로써 현실에 대한 것을 꼬집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여전히 아슬아슬하게 곡예를 타듯 경계를 넘나드는 벡스트룀, 다음 시리즈에서 좀 변한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

 

 

한눈팔기

 

한눈팔기 (1)

한눈팔기  을유세계문학전집 110
나쓰메 소세키 지음, 서은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2월

 

 

일본 근대 문학의 아버지라는 평가를 받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작가  나쓰메 소세키가 그린  자전적 소설이란 점에 관심을 두게 된 작품이다.

 

주인공인 나, 겐조는 영국 유학을 마치고 강단에 서고 있으며 소위 말하는 필력을 통해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자신의 집 근처에서 오래전,  한때는 자신의 양부였던 시마다를 마주치게 되고 이는 곧 그가 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며 그에게 경제적인 원조를 부탁하는 일로 이루어진다.

 

이를 계기로 그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게 만드는 아픈 기억 속에 잔재했던 것들을 떠올리게 되고 그뿐만이 아니라 이복형, 누나, 그리고 장인까지 그들 나름대로 ‘돈’에 얽힌 관계를 이어나갈 수밖에 없는 일상의 일들을 그린다.

 

자신을 버리고 남에게 입양을 시켰던 부모, 양부모의 정성 어린 보살핌을 받았다고 하나 그것이 어린 눈에는 먼 훗날 자신들의 저축처럼 여겨지는 보살핌이란 보상심리에 기대어 키워졌다는 얄팍한 속내를 알아챈 겐조의 시선, 결국 양부의 불륜으로 이혼을 통해 다시 본가로 파양 되기까지 겐조란 인물이 겪었던 심신의 고통은 상당한 아픔을 간직하게 한다.

 

자신의 본 성을 찾기까지의 경과를 통해 다시는 양부모를 보고 싶지 않았던 그에게 나타난 시마다의 존재 출현, 여기에 화목하지 못한 자신의 부부간의 무심함 들은 저자 자신의 실제 일들을 통해 솔직하게 그려낸다.

 

읽으면서 나라마다 다른 정서일 수 있겠으나 파양하고 이미 돌려보낸 겐조에게 뻔뻔하게 요구하는 시마다의 모습도 오죽하면 이럴 수밖에 없었을까 하는 동정심이 있는 반면 냉정하게 뿌리치지 못한 겐조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이 결국은 자신의 각서를 되돌려 받는 대가로 이루어진 결과물이었지만 오직 책에  파묻혀 지내는 겐조란 인물이 지닌 성정과 개인주의에 대한 생각이 깊은 것 같으면서도 동양적인 ‘정’을 외면할 수 없는 나약함을 지닌 인물처럼 보였다.

 

결국은 ‘돈’이 주된 관심사고 그 ‘돈’에 얽혀 있는 주위 사람들의 여러 가지 경우들의 상황들을 비친 이 작품은 겐조 자신 또한 ‘돈’에 매여있는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보인 인물임을, 그럼으로써 부와 위대함 사이에서 갈등을 통한 현실적인 인물의 모습을 투영한다.

 

 

***** 그는 부자가 될 것인지 위대해질 것인지, 두 가지 가운데 어느 한쪽으로 어중간한 자신을 확실히 정리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부터 부자가 된다는 것은 얼간이 같은 그에겐 이미 늦은 일이었다. 위대해지고자 해도 세간의 번거로움이 방해했다. 그 번거로움의 씨앗을 찬찬히 살펴보자면  역시 돈이 없다는 것이 큰 원인이었다. 어쩌면 좋을지 모르는 그는 그저 초조했다. 금력으로 지배할 수 없는 참으로 위대한 무엇이 그의 눈에 들어오기까지는 한참이나 멀어 보였다. – p162

 

 

인간에게 주어진 환경 안에서 ‘돈’이 주는 편리성과 이약성, 경제면을 그린 이 작품은 작가 자신의 분신처럼 표현하는 겐조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린 점이 인상적이었다.

 

시마다와의 인연을 완전히 끊게 되었다고 믿는 아내에게 건넨 겐조의 말, 인생의 끊임없이 이어진 현실적인 말이 가슴에 와 닿는 작품이다.

 

***** 

 “정리가 된 건 겉모습뿐이야. 그러니까 당신은 형식적인 사람이라는 거야.”
아내의 얼굴엔 미심쩍음과 반항의 빛이 아른거렸다.
“자, 어떻게 하면 정말로 정리가 되는 거예요?”
“이 세상에 정리가 되는 일 따위는 거의 없어. 한 번 일어난 일은 언제까지나 이어지거든. 단지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변하니까 남들도 자기도 모를 뿐이지.”
겐조의 말투는 내뱉듯이 씁쓸했다. 아내는 말없이 젖먹이를 안아 올렸다. -P. 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