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관은 유연한 원칙주의자… “은퇴 후 바빠서 못 한 트레킹 하고 싶어“

<양승태 대법관은 야영산행 마니아>에 이어 계속

양승태 대법관과 화악지맥 1박2일 야영산행에 동행한 후배 법관들과의 인연이야 어차피 법관이니 만날 수밖에 없지만 산에 함께 다니면서 더욱 돈독히 다져지는 계기가 됐다.대법관은 2005년부터 법원산악회 회장을 맡아 산행을 좋아하는 법관들을 산으로 이끌었다. 법원산악회는 1969년 창립된 전통 깊은 산악회로 역대로 산을 좋아하는 대법관이 회장을 맡아 왕성한 활동을 했지만 양 대법관이 맡기 직전 얼마동안은 약간 침체상태에 있었다. 이를 과거 활발했던 수준으로 다시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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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관이 눈 덮인 화악지맥 등산로를 걷고 있다.

2009년 7월까지 만4년 간 회장을 하면서 법원산악회 처음으로 일본 다테야마 해외 원정과 백두대간 종주 등으로 많은 법관과 법원직원들이 참여했다. 2년 5개월 간 총 38회에 걸쳐 백두대간 종주를 하는 동안 전 구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여한 사람이 5명이었고, 1구간 평균 참여자는 50명에 달했다. 대법관은 집안에 피치 못할 사정으로 딱 한번 빠졌다가 그 구간을 따로 보충해서 종주를 마쳤다. 장기간의 법원의 단일 행사에 그렇게 많은 인원이 참여한 경우가 없을 정도로 성황리에 백두대간 종주를 마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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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산악회 회장으로 첫 해외원정으로 일본 다테야마에 다녀왔다.

또 매월 산행을 하면서 단순히 즐기는 차원이 아니라 어려운 이웃도 생각하는 ‘자선기금 마일리지’제도를 창안하여, 후원자가 산행참석인원 및 산행거리에 비례하여 각출하는 자선기금을 마련하였다가 연말에 이웃돕기성금에 후원자의 이름으로 기탁하기도 했다. 최종영 전 대법원장, 이용훈 현 대법원장을 비롯 대법관 전원과 대한변협회장, 대한법무사회장 등 저명한 법조계 명사들이 대거 후원자로 참여하여 매년 1,000만 원이상을 자선기금으로 기탁한 것도 큰 보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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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 안에서 양손으로 숙련된 솜씨로 고기를 굽고 잘라서 후배들을 먹였다.

당시 함께 산행했던 후배 법관들은 지방법원 부장판사로 발령받아 나가자, 그곳에서 산악회를 직접 만들어 동료들과 열심히 산에 다니고 있다. 이날 동행한 후배법관 두 명도 그런 경우였다.

세찬 눈보라와 바람, 칠흑 같은 어둠으로 지샌 화악산의 밤은 그렇게 지나갔다. 아침은 어제 담아놓은 눈으로 물을 만들어 해 먹었다. 다시 목적지인 홍적고개를 향해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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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이가져온 텐트를 치고 잠을 잔 뒤 직접 걷고 있다.

“산행은 얼마나 자주, 어떻게 하십니까?”

“2006년 백두대간을 완주한 다음부터는 단일한 산행보다는 일정한 구간으로 이어진 산맥의 종주를 목표로 하는 산행으로 취향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요즘은 오대산에서 양수리까지 이어지는 한강기맥 코스를 이어가고 있어요. 한 달에 두 번 이상은 산행하는 것 같은데요. 나는 원래 평이한 산행보다는 다소 험한 산행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물론 본격적으로 바위를 타는 프로급의 산행을 할 실력은 없습니다만, 평탄한 길 보다는 암릉코스라든지 산중 야영을 하는 산행을 더 좋아합니다. 시간을 잘 낼 수 없어 마음껏 하지 못하지만, 가능하면 자주 야영산행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겨울에도 한강기맥을 하면서 1,000m급 능선 상에서 영하 20℃의 추위와 무릎까지 빠지는 눈 위에서 야영 재미를 만끽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체력이 허용하는 한 이런 산행을 계속할 작정입니다. 이러다 보니 집에 있는 텐트만 해도 각가지 규격으로 7개나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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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일행들도 텐트를 걷고 주변을 치우며 배낭을 싸는 동안 대법관을 지도를 살피고 있다.

“골프는 안치십니까?”

“날씨가 풀리면 이따금 나가죠. 사실 골프는 별로 치고 싶은 마음은 없으나, 몇 번 거절하면 아예 안치는 줄 알고 연락이 오지 않아 안 나갈 수도 없는 그런 입장입니다. 가급적 줄이고 산에 다니려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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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목적지를 향해 출발하고 있다.

산이 도대체 뭐 길래 이 정도로 산에 빠져들까?

“험한 산행으로 몸이 파김치가 되어도 다음날 일어나면 이상하게도 몸이 가벼운 것을 모두 느낄 것입니다. 산의 정기가 몸에 베인 까닭이라고 생각합니다. 산행이 생활에 큰 활력소가 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만 등산을 단지 체력증진이나 생활을 즐기는 한 방법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진정 산을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은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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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의 고교 후배가 눈을 녹여 점심으로 라면을끊일 물을 만들고 있다.

그는 일종의 원칙주의자다. 원칙이 없으면 질서도 없고 혼란스럽다. 현재 하나의 현상을 두고 다른 판결이 나오는 현상은 충분히 이해할 만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현대 사회는 다양화 됐기 때문에 각 개인의 견해가 다를 수 있습니다. 하급법원에서 나온 서로 다른 결론의 판결을 상소절차를 통해 하나로 귀일시키는 것이 대법원의 임무이지요. 단 법관이라면 누구나 70% 정도는 동일한 가치관을 공유하여야 한다고 봅니다. 그게 법관의 자질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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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 어디서든지 지도를 보는 건 빼먹지 않는 대법관이다

그는 등산에서도 이 원칙을 강조했다. 등산을 아무렇게나 하는 게 아니고 독도법이나 야영법에 따라 해야 사고가 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한 원칙은 세상의 법칙같이 들렸다. 민주주의의 틀 속에 살자면 권리뿐 아니라 의무에도 충실해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의무는 뒷전이고 권리만 챙기려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아 혼란스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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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5일 한강기맥 종주하면서 오대산 상왕봉에서.

산도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산, 그 자체다. 어떤 사람은 산을 변화한다고 하고, 다른 사람은 정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산, 그 자체는 70% 이상이 항상 똑 같다. 나머지가 보고 느끼는 관점과 현상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다. 대법관의 주장대로 70%의 관점만 견지하고 있으면 나머지 30%는 다양한 의견으로 수렴될 수 있다. 이 30% 가지고 아옹다옹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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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다. 앞이 양승태 대법관, 바로 뒤에 보이는 사람이 후배 법관이다.

그의 말을 듣고 보니, 그를 ‘유연한 원칙주의자’로 보는 게 나을 성싶다. 이제 목적지에 거의 다 왔다. 인생이 그러하듯 지금 걷고 있는 등산로도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힘든 구간이다. 양 대법관 임기도 이제 1년 정도밖에 안 남았다.

“은퇴 후 품위유지 할 수 있는 여유만 된다면 가급적 변호사 개업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후배 법관들에게 부담 주지 않고 전임 대법관 이미지로 그대로 남고 싶은 심정입니다. 남는 시간은 바빠서 못 다한 트레킹이나 원 없이 다녔으면 합니다.”

대법관과의 1박2일 야영산행은 다음을 기약하면서 그렇게 끝이 났다.

My name is Garden Park. First name Garden me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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