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감록의 은둔지 ‘적가리골’ 인제 방태산, 육산에 물 마르지 않은 생태계의 寶庫

지난 초여름 지긋지긋한 가뭄에도 계곡에 물이 마를 날이 없다. 철철 흐르고 있다. 발을 담그고 더위를 식히는 등산객이 곳곳에 눈에 띈다. 물을 머금고 있다가 조금씩 내려놓는 전형적 육산(陸山)이다. 한국의 산들은 대부분 바위로 이루어진 악산(嶽山)이지만 중간 중간에 지리산과 같은 부드러운 흙으로 이루어진 산들이 있다. 양과 음이 적절한 조화를 보여준다. 인제 방태산 주억봉(1444m)도 육산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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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태산 계곡은 왠만한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고 흘러내리는 전형적인 육산의 모습을 띤다.

북으로는 설악산과 점봉산을 두고, 남으로는 개인산과 계방산, 동남쪽으로는 오대산, 서쪽으로는 가리산과 소양호가 보인다. 주변 산군들 중에 가장 높다. 그래서 조망도 좋다.

우리나라 산 중에서 조금 높다고 하는 산은 대개 1500m 내외의 산이다. 방태산은 열여섯 번째로 높다. 다섯 번째로 높은 1577m의 계방산부터 올망졸망한 키높이의 산들이 연이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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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태산자연휴양림을 지나 등산로 입구에 들어서면 안내 이정표가 있다.

그 방태산은 여름 산행지로 대표적인 산이다. 여름 산행지로 꼽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시원한 계곡이 일품이다. 주변 산군의 계곡은 <정감록>의 ‘삼둔사가리’ 비장처로 유명하다. ‘가리’가 사람이 숨어살기 좋은 계곡가라는 의미라고 한다. 아침가리․연가리․적가리․명지가리가 그곳이다. 적가리가 바로 방태산 등산로로 올라가는, 물이 마르지 않은 그 계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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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에서 더위를 식히려 등산객들이 발을 다금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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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등산객들은 아예 계곡에 옷을 입은 채 들어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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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 중간에도 조그만 계곡에 물이 흐르고 있어 잠깐 씻고가기에 안성맞춤이다.

방태산은 또 식물살이가 가장 좋은 환경의 보고로 꼽힌다. 후덕한 육산에 한국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소나무와 참나무는 물론이고, 싸리나무․피나무․박달나무 등 울창한 숲에 얼레지․원추리․양지꽃․홀아비바람꽃과 같은 야생화와 고사리․우산나물․곰취․수리취와 같은 산나물, 그리고 더덕과 산삼․오가피나무 등과 같은 약초들이 초본식물로 초원을 이루고 있다. 초본과 관목, 교목이 마치 원시림을 이루고 있는 듯한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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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태산은 초본과 목본, 관목식물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로 꼽힌다.

더욱이 계곡을 벗어나 능선 위로 올라서면 햇빛에 노출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능선 위에서 조차 여름의 뜨거운 햇빛을 가려주는 울창산 숲은 가을엔 형형색색의 단풍으로 새로이 단장, 보는 이로 하여금 황홀지경으로 빠지게 한다. 이 어찌 가보고 싶은 산이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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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옆에서 이끼 낀 바위에참나무가 뿌리를 내려 자라고 있는 형국이다.이 바위에서 어떻게 참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자랐을까 싶다.

방태산 등산은 방태산자연휴양림에서 시작한다. 휴양림으로 들어서는 순간 마치 분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지도를 가만히 보니 주변 봉우리들이 휴양림을 둘러싸고 있는 형국이다. 그 봉우리에서 발원된 물이 적가리골로 합류한다. 지금 몇 십 년 만에 겪는 가뭄으로 난리들인데, 적가리계곡의 물은 세상과는 전혀 상관없는 듯 흐르고 있다. 계곡엔 여러 폭포가 있다. 이단폭포, 이폭포, 저폭포 등에도 물 흐름이 거침없다. 특히 이단폭포에서 뿜어내는 물보라는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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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폭포의 상단에 있는 폭포.

폭포의 감동이 채 가시기 전에 숲속의 감동이 이어졌다. 삼거리 등산로에서 매봉령으로 방향을 잡았다. 등산로 옆으로 흐르는 계곡 물소리와 울창한 숲에서 들려오는 새소리․바람소리의 앙상블은 한마디로 ‘숲의 향연’이다. 요즘 말로 느낌이 너무 좋다.

30m 가까이 되는 낙엽송은 군더더기 하나 없는 미끈한 몸매를 자랑하고, 무례하지 않은 듯한 느낌의 계곡은 등산로와 계속 나란히 했고, 이름모를 새들은 모습을 감춘 채 연신 지저귀고 있다. ‘자연의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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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쭉 뻗은 낙엽송이 하늘을 완전히 가리고 있다.

가파르지도, 평탄하지도 않은 등산로는 무리하지 않아 딱 좋다. 숲에서 부는 바람은 땀을 바로 식혀준다. 계곡에 발을 담근 등산객은 “너무 차가워 오래 있을 수가 없다”며 금방 발을 빼며 동동거린다. 1400m대의 산 치고는 너무 포근하다.

그러나 해발 1000m를 넘어 매봉령이 다가올수록 경사가 급해진다. 마치 ‘나도 1400m급 산이다’라고 시위하는 듯하다. 숨이 조금씩 차온다. 소나무는 점점 사라지고 참나무와 박달나무, 단풍나무가 자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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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가지 모양의 참나무들이 가파른 등산로 옆에서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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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에 뿌리를 그대로 드러내놓고 있는 참나무들.

차오르는 숨을 진정시키며 매봉령에 도착했다. 한숨 깊이 들이쉰다. GPS로 해발 1198m가 나온다. 이정표는 구룡덕봉 1.5㎞, 주억봉 3.3㎞를 가리키고 있다. 능선 위로 올라섰어도 나무는 여전히 우거져 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밑에서는 나무들이 미끈하게 위로 쭉쭉 뻗었고, 위에서는 세찬 바람 탓인지 옆으로 기기묘묘한 형상으로 자라고 있다. 생존본능이고, 자연의 이치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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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올라갈수록 옆으로 기묘한 모양으로 뻗은 나무들이 눈에 많이 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구룡덕봉(GPS로 1400m)은 더 넓은 초원을 연상시키듯 확 트인 조망에 초본식물이 무성히 자라고 있다. 이젠 마지막 방태산주억봉을 향해 출발이다. 사람들이 뭔가를 발견한 듯 웅성거리고 있다. 주목 한 그루가 우뚝 서 있다.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 간다는 그 주목이다. 천 년은 족히 된 듯한 노거수다.

진한 약초향기를 풍기며 등산객이 지나간다. 더덕 한 뿌리를 캤다며 자랑한다. 역시 방태산이다. 주억봉 삼거리를 거쳐 어느 덧 방태산주억봉(1444m)에 다다랐다. 정상 돌탑 옆에 ‘방태산주억봉’이라고 나무에 글자를 새겨 세워놓았다. 주억봉은 방태산 일대가 주억 같이 생겼다고 해서 유래된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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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덕봉엔 이전에 군부대가 있어 나무들이 없다. 지금 한창 생태계를 복원 중이다.

이젠 방동리 방향으로 하산만 남았다. 제2 주차장까지 4.1㎞정도 남았다. 하산길은 아름드리 참나무들이 눈길을 끈다. 하나같이 수백 년은 된 듯하다. 마침 이슬비같은 비가 내렸다. 하지만 등산로에는 전혀 내리지 않고 있다. ‘쏴’하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하늘을 가린 나무잎이 비를 막아주고 있다. 방태산은 그런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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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천년, 죽어 천년 간다는 주목이 등산로 옆에서 등산객들의 눈길을 확 끈다.

방태산자연휴양림 제2 주차장에서 오전 11시에 출발해서 매봉령~구룡덕봉~방태산주억봉을 거쳐 원점회귀로 돌아온 산행은 총 10.4㎞에 오후 5시40분쯤이었다. 조금 긴 듯하지만 울창한 숲과 계곡, 여름을 즐기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춘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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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태산 정상 주억봉에 많은 사람들이 있고, 정상 이정표 바로 옆에는 돌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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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이정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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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뿌리에서 이렇게 많은 가지를 뻗어낸 참나무가 하도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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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체 보기 드문아름드리 참나무도 자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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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태산 초입에는이 정도의 계곡은 많다.

My name is Garden Park. First name Garden means.......

1 Comment

  1. 문복록

    07.17,2012 at 5:55 오전

    방태산 등산로 대부분이 개인 산이다 내년부터 입장료 받아야하다고 한다 가족단위로 5인까지는 무료란다 1인이면 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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