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김삿갓 문학동산

소재지 : 전라남도 화순군 동복면 구암리 538-4

20190402_092828[김삿갓 문학동산 입구 전경]

조선 후기 방랑 시인 김삿갓이 생을 마친 전남 화순군 동복면 구암마을
앞동산에 그의 시심과 발자취를 더듬어 볼 수 있는 주옥같은 삿갓시(詩) 중
50여수를 엄선하고 詩碑(시비)로 제작. 설치하여 문학동산을 조성하였다 합니다.

20190402_092837[방랑시인 김삿갓 약력과 그의 詩(시)]

無等山高松下在(무등산고등하재)
무등산이 높아하되 소나무 아래 있고
赤壁江深沙上流(적벽강심사상류)
적벽강이 깊다하되 모래위에 흐른다.

20190402_092925[김삿갓 동상과 주변 詩碑(시비) 전경]

이 문학동산은 구암마을 주민들이 선친들로부터 전해들어 알고 있는
천재 시인 김삿갓의 삶을 기리고자 마을회 소유 토지를 무상으로 하용할 수 있도록
승낙함으로써 2011년 1단계, 2015년 2단계 사업을 거쳐 2016년 3월에 완공하였다.

1단계 사업에서는 산책로를 설치하고 삿갓을 쓰고 전국 각지를 유람하는
모습의 동상과 시비 2기를 설치했다. 시비에는 조부 김익순을 통탄하며 썼던
‘논정가산충절사탄김익순죄총우천’이란 제목의 科詩(과시)와 고향을 그리며 썼던
‘懷鄕自歎(회향자탄)’이라는 시가 새겨져 있다.

anigif[김삿갓 동상 동서남북 모습 애니메이션 편집]

2단계 사업에서는 문학동산 입구의 空家(공가) 2채를 철거하여 환경을 정비하고,
삿갓시비 50여기를 설치하며 동산을 조경하고 산책로와 주차장을 정비했다.
(팜플랫 안내글에서 옮겨 적음)

20190415_145712[김삿갓 시비 배치도]

20190415_145712-1[김삿갓 시비 배치도 1~27]

김삿갓 문학 동산에는 그의 시가 새겨진 시비가 50기가 있다.
오늘은 1~27까지의 시비를 순서대로 소개합니다.
읽어보시고 느껴보셔요.^^

20190402_094906[(1) 逢雨宿村家(봉우숙촌가)]

비를 만나 시골집에서 자다

굽은 나무 서까래에 처마 밑에는 먼지만 쌓였는데
방은 어찌나 좁은지 몸을 겨우 움직이네
평생동안 긴 허리를 굽히려고 하지 않았는데

오늘 밤엔 다리 하나 펴기도 어렵구나
그러나 의관이 이슬에 젖는 걸 면했으니
떠날 땐 가만히 주인에게 고맙다고 하리라.

20190402_094928[(2) 風俗薄(풍속박)]

야박한 풍속

해질무렵 이집 저집 문을 두드리니
주인들은 손을 내두르며 나그네를 물리치는구나
두견새도 야박한 인심을 알고 있는지
수풀을 사이에 두고 돌아가는 것이 낫다고 우는구나

20190402_094944[(3) 思鄕(사향)]

고향생각

서쪽으로 이미 열 세 고을을 지나왔건만
아직도 이곳을 떠날까 말까 망설이노라
눈비 내리는 한밤중에 고향 사람 그리워 잠 못 이루고
산과 강을 따라서 한 평생을 떠돌아 다니는구나

지나온 역사 생각하며 슬퍼할 것 없고
다만 영웅호걸에게 백발을 물으리라
여관의 외로운 등잔 아래 세월을 보내니
꿈속에서나마 그리운 고향을 찾아가리라

20190402_092950[(4) 過安樂見忤(과안락성견오)]

안락성을 지나면서

안락성 안에 해는 저물어 가는데
관서지방 선비가 글자랑에 어깨가 으쓱하네
마을 풍속이 나그네를 껴려서 일부러 밤을 늦게 짓고
주막 풍속이 야박해 돈부터 내라 하네

허지진 배에서는 쪼르륵 소리 우레 같고
뚫릴대로 뚫린 창문으로 냉기가 몰아치네
아침되면 강산의 기운을 흠뻑 마시고
시험삼아 사람가운데 굶는 신선이 누구냐고 물어보리라

20190402_093004[(5) 喪配自輓(상배자만)]

아내의 죽음을 애도함

만나기는 어찌 그리 늦고 헤어지기는 어찌 그리 빠른고
만남의 기쁨 누리지도 못하고 이별의 슬픔만을 맞는구나
제삿술은 그대 혼일에 마시다 남은 술이요
수의는 그대 시집올 때 입던 옷을 썼구려

장앞에 작은 복숭아나무 꽃이 피어 만발하고
처마 끝에 제비 한 쌍이 새 보금자리를 틀었어라
그대 심성도 알지 못해 장모에게 물었더니
내 딸은 재주와 덕을 겸비했노라고 울먹이며 말하네

20190402_100229[(6) 竹詩(죽시)]

대나무

이대로 저대로 되어가는 대로
바람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밥이면 밥 죽이면 죽 생기는 대로
옳으면 옳고 그르면 그른대로 그대로 묻어두세

손님 접대는 집안 형편대로 하고
시장에서 사고 팔기는 시세대로 하세
세상만사 내 마음대로 안되니
그렇고 그런 세상 그런대로 지내세나

20190402_100242[(7) 是是非非(시시비비)]

옳고 그름을 따지다

해마다 해는 가되 끊임없이 가고
날마다 날은 오되 끝없이 오네
해가 가고 날이 오되 왔다가는 또 가니
하늘의 때와 인생의 일이 이 가운데 이뤄지네

옳은 것은 옳다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 함이 꼭 옳은 것이 아니며
그른것은 옳다하고 옳은 것을 그랃 함이 꼭 옳지 않은 것은 아닐세
그런 것을 옳다하고 옳은 것을 그리다고 하는 것 이것이 그른 것이 아니고
옳은 것을 옳다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하는 것 이것이 시비일세

20190402_100251[(8) 多睡婦(다수부)]

잠 많은 아낙네

이웃집 부인은 잠도 많고 어리석어
누에 치는 일을 모르니 하물며 농사일이랴
베틀에 앉기 싫어 한 자 짜는데 사흘이라 걸리고
절구질도 하기 싫어 한 되 양식 찧은데 반나절이 걸리누나

시동생 옷은 가을이 다가도록 짓는다 말만하고
시어미 버선도 겨울이 다가도록 입으로만 짓네
흐트러진 머리와 때묻은 얼굴은 마치 귀신 같으니
함께 사는 가족들 이 여자 만난 것을 한탄하네

20190402_093121[(9) 懶婦(나부)]

게으른 아낙네

병도 근심도 없으니 빨래하고
목욕하는 일 드물고
십년을 하루같이 시잡올 때
가져온 옷만 입네

갓난아기 젖 물리고 잠 재우는
핑게로 낮잠만 자려 하고
속옷에 이 잡는다며 처마 밑에서
햇볕 쬐기만 좋아하네

부엌일 할 때마다 그릇만 깨뜨리고
머리 긁적이며 베를 쳐다보고 걱정만 하나
이웃집서 굿한다는 소문만 들으면
사립문 닫는 둥 마는 둥 나는 듯이 달려가네

20190402_093107[(10) 覓字韻(멱자운)]

허다한 운자 중에 하필이면 멱자를 부르는고
저 멱자도 어려운데 하물며 이 멱자를 어찌하랴?
하룻밤 자는 것이 멱자에 달려있으니
산골 훈장 아는 것이라곤 멱자뿐인가 보구나

20190402_093049[(11) 看山(간산)]

산구경

게으른 말을 타니 산 구경하기 더 좋아
채찍을 멈추고 일부러 치지 아니하네
바위 사이로 겨우 길 하나 있고
연기 나는 곳 바라보니 겨우 서너 집 있구나

꽃 색깔을 보니 봄이 완연하고
시냇물 소리 크게 들리니 비가 지나갔구나
내 홀연히 돌아가는 것조차 잊고 있었는데
하인이 말하기를 해 저물어 간다 하네

20190402_093036[(12) 老吟(노음)]

늙음을 노래함

복 가운데 壽(수)가 으뜸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오래 사는 것도 욕이라고 한 요임금 말씀이 귀신같이 알아 맞췄네
옛 친구들은 모두 다 북망산으로 갔고
나이어린 젊은이들은 딴 세상 사람 같네

근력은 쇠약하고 목소리도 아픈 사람 같은데
위장은 허해져 맛있는 것만 생각하네
집안 사람들 아이보는 괴로운 속사정 알지 못하고
나더러 논다고 걸핏하면 아이 안아 보내네

20190402_094833[(13) 詠笠(영립)]

삿갓을 읊음

떠돌아 다니는 나에게 삿갓은
가벼운 배와 같았고
우연히 한번 썼던것이
사십평생을 지내왔구나

목동이 송아지를 뜯길때 폭양
을 피해 쓰던 것이고
본시 어옹이 백구와 더불어
고기잡이때 쓰던 것이 었노라

술이 취한 한 때는 삿갓을 벗어
꽃피는 나무에 걸었고
흥이 나면 벗어들고
다락에 올라 달구경을 하였네

속인들의 의관이야
모두가 사치한 겉치레로
쓰지만 나는 삿갓으로 인해
모진 풍우에도 근심이 없도다

20190402_094820[(14) 宿農家(숙농가)]

농가에서 하룻밤

종일토록 계곡릴을 걸었으나 사람을 못 보았는데
다행히 강가에서 작은 오두막집을 찾았도다
문을 바른 종이는 여왜씨 원년의 아득한 옛날 것이고
방은 전황씨 갑자년에 겨우 먼지를 쓸었던 정도이네

검게 윤이 나는 그릇은 순임금 때의 질그릇 같고
붉은색 보리밥은 한나라 창고에서 묵은 곡식 같더라
날이 밝자 주인에게 인사하고 길을 나섰지만
지난 밤 일을 생각하니 입맛이 쓰디 쓰구나

20190402_094846[(15) 艱飮野店(간음야점)]

주막에서 술 마실 것을 생각하며

천릿길 여정을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 떠돌다 보니
남은 돈 엽전 일곱 닢 오히려 많아 보이네
주머니 속 일곱 닢 깊이깊이 간직하려 했건만
석양녘 주막에서 술을 보았으니 내 어찌할꼬?

20190402_093439[(16) 구월산음]

구월산에서

지난해 구월에도 구월산을 지났고
올해 구월에도 구월산을 지나네
해마다 구월에 구월산을 지나니
구월산 풍경은 언제나 구월이로세

20190402_093426[(17) 松餠(송병)]

손바닥으로 뱅뱅 돌려 새알을 만들고
손가락으로 꼭꼭 눌러 조개 입술같이 만드네
금쟁반에 수북히 송편을 빚어 놓고
옷젓가락으로 반달같은 송편을 집어 먹도다

20190402_093415[(18) 磨石(마석)]

맷돌

누가 산 속의 바윗돌을 둥글게 만들었나
하늘은 쉬지 않고 돌아도 땅은 그대로 있네
은은한 천둥소리가 손 가는 대로 나더니
사방으로 눈싸라기 날리다 잔잔히 떨어지네

20190402_093454[(19) 自詠(자영)]

자신을 돌아보며

쓸쓸한 소나무 밑 외딴 주막에서
내 한가로이 누웠으니 딴 세상 사람 같도다
산골짜기 가까우니 구름을 즐기고
개울가에서는 새와 정다운 벗되네

하찮은 세상 일로 어찌 내 뜻을 거칠게 하랴
시와 술로써 나를 스스로 위로하리
달을 바라보며 마음 너그럽게 가지고
유유히 단꿈이나 자주 꾸어보리라

20190402_093501[(20) 離別(이별)]

가련의 문 앞에서 가련과 이별하려니
가련한 나그네의 행색이 더욱 가련하구나
가련아! 가련한 이 몸 떠나감을 슬퍼하지 마라
가련을 잊지 않고 가련에게 다시 오리니

20190402_093219[(21) 嘲幼冠者(조유관자)]

솔개를 두려워할 작은 체구가 갓에 덮여 안 보이니
어떤 이가 기침할 때 뱉은 대추씨만 하구나
만일에 모든 사람이 이같이 작다면
한 뱃속에서 애여섯 쯤은 낳을 수 있겠지

20190402_093205[(22) 辱孔氏家(육공씨가)]

공씨 집을 욕하다

문 앞에서 늙은 삽살개가 킁킁 짖으니
이집 주인의 성씨가 공가인 줄 알겠네
황혼에 나그네를 내 쫒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아마도 부인의 아랫구멍을 잃을까 두려운거지

20190402_093149[(23) 元生員(원생원)]

해가 뜨니 원숭이가 들에 뛰어다니고
고양이가 지나가니 쥐가 모두 죽었네
황혼이 되니 모기가 처마에서 앵앵거리고
밤이 되니 벼룩이 자리에서 쏘아대네

20190402_093541[(24) 落花吟(낙화음)]

지는 꽃을 노래함

새벽에 일어나 온 산에 떨어진 붉은 꽃잎을 보니
꽃 피고 지는 것이 모두 가랑비에 달렸구나
무한한 창조의 힘으로 꽃은 바위로 옮겨붙고
차마 떨어지기 아쉬운 것은 바람에 날리네

뻐꾸기는 푸른 산 달빛 아래 홀연히 울음을 멈추고
제비는 낙화 향기에 취해 온 하늘을 누비도다
봄 한때의 영화는 꿈과 같은 것이라고
성터에 걸터앉은 백발노인 가는 세월 탄식하네

20190402_093242[論鄭嘉山忠節死嘆金益淳罪通于天(논정가산충절사탄김익순죄통우천) 科詩(과시)]

김삿갓 김병연이 과거를 보려 갔을 때 과시의 詩題(시제)가
‘가산군수 정시의 충절의 죽음을 찬양하고 김익순의 죄가 하늘에 닿아 있음을 통탄하라’
는 것으로 홍경래의 난 때 투항한 김익순을 조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삿갓은 장원을 한 후 뒤늦게 김익순이 자신의 할아버지란 사실을 알고
“나는 하늘을 우러러 볼 수가 없다”며 삿갓을 쓰고 방랑을 시작했다 합니다.

20190402_093528[(25) 가상조견]

길에서 처음 만나

길에서 처음 만난 그대의 빛나는 아름다운 눈
정이 있으나 말이 없으니 무정한 듯하도다
그대 찾아 담을 넘고 벽을 뚫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이미 농부에게 비찬 몸 다시 돌이킬 수 있으랴

20190402_093600[(26) 老牛(노우)]

늙은 소

파리한 뼈는 앙상하고 털은 빠져 엉성한데
옆에 있는 늙은 말과 구유를 같이 쓰네
황야에 수레 끌던 전날의 공적 희미하고
목동과 다니던 청산에는 옛 꿈이 가득하구나

힘찬 쟁기질도 어려워 이제 채소밭에 한가이 누워 지내고
괴로운 채찍 오래 견디며 언덕 오르기도 시들하네
아 가련쿠나 달은 밝고 밤은 깊은데
평생 쌓은 헛된 노고만 쓸쓸히 회상하누나

20190402_093616[(27) 白鷗(백구)]

갈매기

모래도 희고 갈매기도 희니
흰 모래밭과 갈매기를 분별하기 어려워라
고기잡이 노랫소리에 홀연히 날아 오르니
그제야 모래는 모래로 갈매기는 갈매기로 구별되누나

20190402_093347[懷鄕自歎(회향자탄) 詩碑(시비) 전경]

20190402_093352[懷鄕自歎(회향자탄)]

‘고향을 그리며 몸소 탄식한다’는 뜻의
‘회향자탄’은 오랜 방랑생활을 마감할 무렵에 지은 시라 합니다.

20190402_094805[김삿갓 문학동산 전경]

아직도 김삿갓 문학동산에는 많은 시비가 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 이어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김삿갓 김병연 그의 해학적인 詩(시) 제 개인적으로 참 좋아합니다.
혹 저처럼 좋아하시는 이웃님이 계시다면 김삿갓 그의 싯귀에 푹 빠져보셔요.^^

 

2 Comments

  1. 비풍초

    2019년 4월 21일 at 2:16 오전

    이런 곳이 있었군요.. 전남 화순이라는 동네는 가본적이 없어요.. 옛날 아주 먼 옛날 초등학교때 … 화순은 탄광..이런 등식으로 외웠던 것 같은데요.. ㅎ
    김삿갓이라는 인물도 초등학교때.. 내 어렸을때에는 김삿갓이 어찌 그리 폼나는 사람이었던지… 오성과 한음과 비슷한 수준의 인물..

    • 초아

      2019년 4월 22일 at 5:35 오전

      조성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곳입니다.
      이곳에는 김삿갓이 오래 머물었으며,
      머무는 곳 사랑채에서 마지막 숨을 거둔 곳이라 합니다.
      그래서 종명지와 시비동산을 조성한것 같습니다.
      지금도 제겐 폼 나는 사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오성과 한음 역시… 참 재밋게 읽고, 배웠기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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