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순리 길의 밤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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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담장을 따라 길게 뻗어있는 외길
이름 하여 서순리 길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눈에 띈다.
‘카페 예 yeah 돌담 이야기’
‘소담, 길’
‘Holy Green’ 선인장이 많은 집
‘T Rose Beliel, Custom’ 보석
Atelier ‘LECRI'(아틀리에 레크리) 가죽가방이나 가죽악세사리 전문.
‘Mood indigo’ Coffee & Tea “All you need is Love and Cupcakes”
‘보석 휴게텔‘
‘Salt & Light Partners’ from Concept to Operation
‘Sowyen Cafe’ 오늘은 소연 단팥죽 먹는 날 – 진실 된 맛, 소연 단팥죽
‘Jewelry Gallery’
상점들이 영어 일변도다. 세상이 변해가고 있다.

어둠 속에서 ‘38th Avenue‘라는 가게 상호가 눈에 띄었다.
쇼윈도로 흘러나오는 불빛이 거리를 조금이나마 밝혀 주고 있었다.
안에는 여인이 앉아있었고 여러 가지 소품이 엉성하게 놓여있다.
유리로 된 출입문에 취급 품목이 적혀 있다.
#Aroma Candle #Aroma Perfumer #Aroma Diffuser #Home Deco #Jewerly
#Living Ornament #Lighting
미안하게도 Jewerly 스펠링이 틀렸다.
영하 밑으로 치닫는 날씨가 이미 겨울이 된 지 오래다.
다른 상점들은 문 닫고 가버린 늦은 밤.
여인은 손님보다 더 귀중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윈도에는 “Autumn of 38th Avenue(38가의 가을)”라고 쓰여 있다.
가을에 오기로 한 사람을 아직도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다.
낙엽이 지면 꿈도 따라 지는 줄 왜 몰랐던가.
유리를 통해 안을 드려다 보았다.
간절한 눈빛이 들어와 달라는 호소처럼 보였다.
나는 손님도 아니고 기다리는 사람은 더욱 아니다.
어둠 속으로 발길을 돌렸다.
종묘 담을 끼고 걸어가는 조용한 서순리 길의 밤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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