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백년 만에 돌아온 입

IMG_002-67 (3)

 

언제부터인가 나는 책 읽는다는 친구가 가장 반가웠고 책이야기 하는 친구가 고마웠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글을 읽는 다는 것이고 글을 읽으면서 그 뜻을 헤아릴 줄 아는 친구를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그림에도 숨겨진 뜻이 있고 그 뜻을 찾아 볼 줄 아는 친구는 그리 많지 않다.
글도 그렇다. 기사로 쓰인 글이 아니고 문학적 의미로 쓰였을 경우 글의 뜻을 감지해 낸다는 것은

웬만한 독해력이 아니면 어렵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시는 말해 무엇하랴.


고영민

경주 남산을 오르다보니
산기슭에 목 없는 석불 하나가
오도카니,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다

한 손은 무릎 위,
다른 한 손은
손바닥을 하늘로 하여 가슴 아래께에 놓여 있는데
누가 장난으로
그 위에 빨간 방울토마토 하나를 올려놓았다
저걸 어떻게 먹으란 말인가
석불은 입이 없어
마냥 들고만 있다

입이 생길 때까지,
입이 생길 때까지,

1100년 된 남산 약수곡 석조여래좌상, 머리 없는 석조여래좌상은 높이 109m,
어깨너비 81m, 무릎너비 116m에 통일신라때 불상이다.
일제강점기인 1941년 조선총독부가 발행한 ‘경주 남산의 불적’에 소개될 때도 머리가 없는
상태였다.
원위치는 알 수 없으나 옮겨온 현재 위치에 반듯이 놓여있다.
주변에 불신을 받치는 3단 대석도 비교적 온전하게 노출돼 있다.

시인은 석불이 입이 없으니 토마토를 먹을 수 없어서 들고만 있다고 했다.
실제로는 머리 전체가 없는데 유독 입만 강조하고 싶어 한다.
다시 말하면 입이 없어서 먹을 수 없다고 하는 말은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도 된다.
아마도 언론의 자유가 없던 시절에 쓴 시 같다.
입이 생길 때까지, 입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야만,
시대가 바뀔 때까지 기다려야만 말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한다.
권력은 영원할 수 없으니 기다리면 때가 온다는 암시를 해 주고 있다.

 

IMG_001-7 (3)

뜻밖에도 금년에 신라문화유산 발굴 조사단이 경주 남산 약수곡 절터에서 통일신라시대

불상의 머리를 발견 했다.

불두는 하대석이 있는 큰 바위 옆 땅속에 머리 부분이 묻힌 상태로 발견됐다. 얼굴은 왼쪽을 바라보고 있었으며,

안면 오른쪽 일부와 오른쪽 귀 일부에서는 금박이 관찰됐다.

미간을 장식했던 둥근 수정이 불두 인근에서 발견됐고, 주변에서는 소형 청동탑, 소형 탄생불상 등도

함께 출토됐다. 불두의 크기는 높이 50, 너비 35, 둘레 110, 목둘레 83, 귀 길이 29,

귀와 귀 사이 35이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천 년 전 유물이 고스란히 발견 된 것과 같다. 온전한 석불이 완벽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으니

얼마나 반가운 일이냐.

미소 짓는 입모습이 엊그제 조각한 불상 같다.

금세 입을 벌려 토마토를 한 입에 넣을 것 같아 보인다.

하고 싶은 말 다 할 것 같아 보인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