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기 싸움(1부)

오늘의부제’기싸움’1부.

어제도이반장(형사반장이아니고우리반의반장님)은너스레를떨며우리집에와서는요즘한참철거중인쇠파이프(비닐하우스용)를몇개달란다.쓸만치(사실철거비용대신에그파이프는철거하는인부들에게준것이지만,워낙양이많아인부들과협의를거친후)주고,곁들여커피한잔까지끓여내라기에명을거역할수없어그렇게했다.솔직히할일이많은데1시간이상을노닥거리다간다.시골사람들어떨땐엉덩이가무거워불편한경우가가끔씩있다.딴에는시시콜콜한시골생활까지전수한다고나서는데야어찌할방법이없다.(이런관계로어떨땐컴에앉을시간이없다)

좀지난얘기다.나의든든한빽인회장님을만나가전의일이다.그날은질척거리는마당에자갈을까는날이었다.경험이전혀없는나로선자갈을사오기만하면마당에쉽게깔줄알았다.먼저요구한자갈이두차들어와마당에부려놓고갔다.간단하게생각하고삽을들고덤벼들었으나도대체삽이먹히지를않는다.그렇게자갈과씨름하는모습을보고지나가는과객(동네분은틀림없을텐데,그양반이누군지아직도모르겠다)한분이“그렇게하다간1년도더걸립니다.중장비를불러야됩니다.”라는것이다.

따는아무리용을쓰도진척이없을때,그충고와조언은복음이나다름없었다.참노동의맛도모르고그런것까지돈으로해결하려한다고원주민이비아냥거릴까두려웠는데,그런복음이날아들었으니얼마나고마운지모르겠다.복음을남긴과객이바람처럼사라진뒤이리저리수배하여마침내중장비가들어왔다.

우선마당에주차되어있는나의애마를다른곳으로옮겨야겠기에앞뒤생각없이개울건너한적한공터(물론옆으로는밭이있긴하지만,그밭과는아무런문제가없는….)에차를세웠고,중장비는고유의굉음을울리며나의요구에따라자갈을마당과진입로에깔아주고돌아갔다.중장비가지나간자리에약간은미흡한곳이있어삽으로잔손질을하고있는데,갑자기개울건너에서벽력같은소리가들려오는것이었다.보아하니어떤인사가나의애마앞에서고래고래소리를지르는것이었다.잘은들리지않지만‘어떤놈이이곳에불법주차했느냐?’는식이다.

그너른시골땅에그것도공사를위해잠시주차를했기로,빤히맞은편내집의사연을알면서도고래고래악까지쓰는모습에속으로시골인심이해도해도너무한다싶어울컥울화가치민다.그래도마음을진정시키고냉큼달려가그앞에시립하고무조건‘죄송합니다.제가저마당에약간의공사를하는관계로잠시…’여기까지공손했음에도그는“아니?차를이런곳에대면어쩌자는게여?이제봄이되면농사를지어야하는데그림자가있으면농사가되겠느냐?”기막힌억지다.

몇십분후아니그안쪽이라도내마당으로돌아갈차이고,아무리주차를했기로너른공터에그림자가기우러도전혀지장이없을곳에봄농사걱정까지한다는게도저히이해가가지않는다.이건맘먹고시비를거는것이다.솔직히오병규도성질하면한성질하는데…..가슴저아래부터활화산이폭발해모가지까지차오른다.그렇지만그래도냉정을찾으며입밖으론계속“죄송하게됐습니다.제가저앞집으로이사를올사람입니다.마당에자갈을…..”이정도면내자신이놀랄정도로침착한대응이었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