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설(瑞雪)과 태풍(颱風)그리고 민생(民生)

박완서 작가의 히트작 중에‘그해 겨울은 따뜻했네’라는 소설이 있다. 소설도 소설이지만 드라마나 영화로도 공전(空前)의 히트를 쳤다.

 

625동란 당시 1.4후퇴 때 언니인 수지는 여동생 오목이를 피난민 인파 속에서 일부러 손목을 놓치며 고의로 방치하며 헤어진다. 그 후 수지는 성공한 오빠 수철 덕으로 좋은 남편을 만나 결혼하게 된다. 세월이 흐르며 여동생에 대한 죄책감을 느낀 수지는 수소문 끝에 같은 이름의 소녀가 고아원에 있다는 것을 알아낸다. 그러나 신분이 밝혀짐으로 탐탁지 않은 일들을 걱정하고 끝내 진실을 밝히지 않는다. 오빠 수철 역시 오목을 직접 돕기 보다는 익명의 복지가로서 도와준다.

 

한편 오목이는 언니 수지의 옛 애인 인재와 만나게 된다. 수지는 질투심에 휩싸여 그 둘을 헤어지게 한다. 결국 오목이는 보일러공 일환과 살게 되지만 술과 폭력이 난무하는 고통의 나날이 보낸다.

 

이후 수지는 자선사업을 하는 귀부인이 된다. 어느 날 자신의 집 보일러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오목을 만나게 되자 지난 시절 자신의 행동에 죄책감을 느껴 괴로워한다. 한편 오목은 자선사업가인 수지에게 자신의 남편을 중동 건설 현장으로 보내 달라며 부탁을 하자 수지는 기꺼이 들어 준다.

 

오목의 남편 일환은 중동으로 떠났다. 동시에 오목이의 결핵이 심해져서 생명이 위태롭다. 오목은 유일한 후원자 수지에게 네 남매를 부탁하고 수지의 품에서 죽음을 맞는다. 수지는 오목이의 임종을 맞으며 참회하지만 오목은 이미 축 널어져 있었고 그 참회를 들었는지는 알 수 없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1.4후퇴를 묘사할 때면 언제나 눈보라가 몰아치는 장면이 나온다. 노래에도 있잖아?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에…”하긴 계절적으로 동장군이니 엄동설한이니 할 때이고. 그런데 하필이면 눈보라가 휘날리는 엄동설한에 피난을 했을까? 좀 따뜻한 봄날 피란을 했으면 문재인 아버지를 포함한 모든 피난민들이 덜 고생 했을 텐데…

 

자판을 두드리다 탁상용 달력을 뒤져보니 금년 할머니 기제가 12.4일이다. 1.4후퇴 때보다 더 추웠는지 덜 추웠는지 정확한 기억은 없다. 다만 박완서 작‘그 해 겨울은 따뜻했네’가 아니라 그 해 겨울은 몹시 추웠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초등4년 때였다. 발인하던 날 눈이 정강이까지 덮었다. 모타리도 작은 때기도 했지만 내 모타리가 기본적으로 작다고 해도 어른들 발목 이상은 빠질 만큼 눈이 내린 것이다.

 

1.4후퇴가 되었던 할머니의 장례식이 되었던 이미 정해진 날짜다. 눈보라가 몰아치고 비바람이 불어오고 날씨가 춥거나 덥다고 정해진 날짜를 변경할 수 없는 것이다. 적이 쫓아오고 포탄이 터져도 정해진 날 후퇴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눈이 발목까지 빠지고 산소의 땅이 얼어붙었어도 정해 진 그날 장례를 치러야 했다.

 

보통은 정초에 내리는 눈을 두고 서설(瑞雪)이라고 한다. 나라가 되었던 국민 개개인이 되었던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전조(前兆)라며 반긴다. 쪼매 유명한 인물이나 아니면 큰 인물이 죽거나 장례를 치를 때 비가 내리면‘하늘도 슬퍼서…’어쩌고 한다.

 

할머니의 장지는 20여리는 떨어진 선산이었다. 요즘같이 시신을 옮길 장의 차량이나 묘혈을 팔 장비가 있던 시절도 아니다. 소위 상여(행상)를 마을장정들이 발목까지 빠지는 좁디좁은 눈길을 그 엄동설한을 뚫고 도착해서 언 땅을 녹인 후에야 묘혈을 파는 상상도 못할 어려운 장례식을 치러야 했다. 그렇다면 1.4후퇴 때 몰아친 눈보라는 서설이던가? 할머니 장례식 날 내린 발목까지 빠지게 내리는 눈은 하늘도 슬퍼서 내렸을까?

 

한마디로 개소리 하고 자빠졌다.

 

<<<<<민주당은 광화문 집회를 ‘정치선동’으로 규정하며 오히려 한국당을 향해 “민생을 돌보라”고 역공했다. 박찬대 당 원내대변인은 “자발적 촛불집회에 맞불 놓겠다고 태풍피해 발생한 지 하루도 안 돼 집회를 개최했다”며 “민생포기 정당임을 커밍아웃하고 정쟁에만 집중하겠다고 하라”고 논평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예정에 없던 태풍 재난대책회의를 이해찬 대표 주재로 열었다.>>>>

 

10.3 大집회의 날짜가 먼저 정해 졌던가 아니면 태풍‘미탁’이가 날짜를 정하고 덮쳤던가? 저 개자식들은 저희 부모가 뒈지고 장례 치를 때 비오면 연장하나? 아니면 저희 애새끼들 시집장각 가는 날 눈보라 몰아치면 취소하고 뒤로 미루나? 그런 오랑캐 호로 새끼들이란 말인가?

 

하늘은 우리(보수)편이다. 그날 속으로 얼마나 걱정을 했던가. 태풍의 영향으로 비바람이 몰아치면… 그리 된다 해도 강행될 것이라고 수없이 강조했었기에 반드시 치러야할 행사였다. 그런데 기적같이 파란하늘을 주신 것이다. 하늘이 감동 하신 것이다.

 

민생(民生)을 걱정해? 개자식들! 수지는 오목이의 임종을 맞으며 참회하지만 오목은 이미 축 널어져 있었고 그 참회를 들었는지는 알 수 없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개gr 떨며 후회를 해 보지만 죽은 새끼 거시기 만지기다. 이미 죽은 민생을 부여잡고 통곡하는 쑈를 벌일 게 아니라 하루 빨리 산소호흡기를 뽑고 편히 보내주자. 그리고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자.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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